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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i May 19. 2020

“말랑말랑 젤리 같은 여행이 멋진 여행이다!” 1

(1편) 우리의 인생은 플랜 B의 집합체 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멋진 계획을 세워도 생각지 못한 변수로 실패하기도 한다. 반대로 뜻밖의 도움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 연애, 결혼, 취업 등 인생의 중요한 일들일수록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계획대로 안 될 때는 지나간 것은 잊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플랜 B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플랜 B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 우리 삶의 90%는 플랜 B의 연속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아빠와 단둘이 부산으로 자동차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부산에는 맛집들이 많아서 첫 날밤부터 맛집 투어를 계획하며 즐겁게 내려갔다. 부산 입성을 1시간 정도 앞두고, 갑자기 아이가 치아가 흔들린다며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부산시내 도착 예정시각을 보니 저녁 9시였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이었다. 오랜만의 부자(父子) 여행이 시작부터 꼬일 수 있는 상황이라 나 역시도 긴장되었다. 일단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소리쳤다. “플랜 B 가동! 평일 야간 치과를 찾아라!”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이 즐거운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마트폰으로 야간진료 치과를 찾아 몇 군데 전화를 하니 안 받거나 이미 끝난 상태였다. “으으으~”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시간은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시도한 치과에서 전화를 받았다. 기다릴 테니 오라는 기쁜 소식을 아이에게 전하고, 우리는 미션을 수행하러 열심히 달려갔다. 치과를 들어갈 때만 해도 아이는 어려서인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올 때는 차아 모양의 플라스틱 통의 자기 이빨을 들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한테 보여줘야지~” 첫날의 플랜 A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플랜 B를 통해 아이는 큰 긴장 뒤에 더 큰 기쁨을 경험했다.

아이는 자기 때문에 계획했던 부산여행이 망치게 될까 봐 불안해하고 아빠 눈치를 봤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대단한 위기였지만, 플랜 B로 오히려 반전의 기쁨을 만끽한 기회가 되었다. 밤 10시가 한참 넘어 치과를 나오면서 “플랜 B! 미션 클리어”를 외치며, 아이와 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는 마치 007 작전을 수행하듯 긴장감 넘치는 스릴을 온몸으로 느꼈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야간 이빨 뽑기 작전’으로 애초 계획한 부산 맛집 투어를 시작도 못했다. 하지만 플랜 B를 통해 진짜로 앓던 이를 뽑아 계획보다 더 시원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애초에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을 ‘플랜 A’라고 해보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생각과 계획대로 된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최초 계획대로 된 것들이 거의 없어서 놀라게 된다. 나의 경우도 인생의 정말 중요한 것들은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대학 진학할 때, 학과도 학교도 모두 최초 계획했던 곳이 아니었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들 모두 계획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생각지 못한 멋진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중국어를 배우러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혼자 갔던 배낭여행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뜻하지 않게 중국어보다 영어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얻어 왔다. 왜 이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걸까? 의지가 너무 약해서일까? 아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우리는 그 모든 상황을 다 인식하고 알아차릴 만큼의 시간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했던 많은 여행들을 되돌아보면, 순간순간이 모두 플랜 B의 연속이었다. 플랜 B는 ‘변화’를 의미한다. 플랜 B에 익숙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는 뜻이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모든 플랜 B는 변화에 대한 아이의 적응력을 키워준다.   



Forget about it! (지나간 것은 잊어버리자!)

의기양양 아웃도어로 나간 우리 가족 첫 낚시 캠핑! 수년 전 오토캠핑이 막 유행할 즈음 캠핑에 맛을 들인 나는 장비들을 구입하고 세팅했다. 어리지만 낚시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낚시 오토캠핑을 계획하고 기대에 부풀어 출발했다. 1시간 만에 텐트와 모든 세팅을 끝내고 아이와 낚싯대를 들고 방파제로 늠름하게 걸어갔다. 낚싯대를 던진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갑자기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캠핑 초보였던 나는 비를 무시하고 캠핑하기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 서울에서부터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하고 온 낚시 캠핑인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때 나는 아이를 보며 다시 외쳤다! 찬희야. 우리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으니 잊어버리자! 알지? 자아! 다시 플랜 B 가동~” 나는 와이프와 함께 재빨리 텐트를 접었다. 안타깝지만 아이가 고대하던 낚시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급히 인터넷 서핑을 해보니 다행히 가까운 곳에 마침 캠핑카를 렌트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가족과 캠핑카에서 숙박하는 것도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캠핑카 처마에서 준비해 간 ‘비어캔 치킨’을 해 먹고 빗소리를 들으며 한바탕 소란 뒤의 운치를 즐겼다. 캠핑카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구비되어있어 장대비가 쏟아져도 전혀 걱정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캠핑카 안에서 게임도 하고 대화도 하며 뜻밖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빗속의 캠핑카는 아늑하고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캠핑카 안에서 우리는 미래에 캠핑카 가족여행을 가자는 새로운 꿈도 세우게 되었다.


최선을 다해 플랜 A를 세웠는데 방향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마음을 접는 것이 중요하다. Forget about it! 아예 플랜 A가 없었던 것 마냥 잊어버리는 것이다. 잘못된 과거나 안타까운 과거를 우리는 항상 경험하며 산다. 지나가버린 과거에 아무리 집착해도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의 감정이고, 마음이다. 안타까운 감정, 부끄럽거나 속상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계속 느끼고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잊어버리고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결정은 100% 우리 자신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Forget about it은 감정은 존중하되, 새로운 상황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의 시간, 노력, 에너지를 감정이 아닌 플랜 B를 선택하는 행동에 쓰겠다는 것이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것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여행은 이런 연습과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낯선 장소에서는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빗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처음 한 번이 힘들 뿐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어느새 말랑말랑해져 있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감정들은 잊어버리자! 플랜 B는 Forget about it(지나간 것은 잊어버리자!)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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