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신혼여행 - 포르토에서
41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내고 포르토에 도착한 지 이틀차가 되었다.
도시의 분위기도,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의 시설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마다 길을 나설 필요 없이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아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6월 11일, 포르토의 아침은 맑았다.
숙소의 창을 열자 적당히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흰 커튼을 펄럭이게 했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실감했다.
식탁에 앉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아내에게 물었다.
“이제 뭘 해볼까?”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음… 그러게 이제 뭘 하지?” 아내가 대답했다.
뭘 할까,라는 질문이 주제로 떠오른 것이 새삼 낯설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산티아고 길에 있었고, 매일 아침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바로 다음 마을로 가는 것. 걷다가 배가 고프면 눈에 보이는 바에 들어가 식사를 했고, 도착하면 씻고 잠을 잤다.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단순한 생활이었다.
먹고, 씻고, 자고.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단순한 생활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가야 할 다음 마을’은 없다.
수 없이 많은 선택지들이 ‘가볼 만한 곳’, ‘먹을 만한 곳’, ‘해볼 만한 것’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을 뿐이다.
가만 생각해보지 ‘할 일’이라는 것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로 나뉜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없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다면 어쩌지?
우리가 포르투갈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에그타르트.
하고 싶은 것은 딱 그 하나뿐이다.
에그타르트야 한 번 먹으면 끝인데, 이외에 이름 있는 관광지와 식당들, 액티비티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뭐 하지’라는 질문에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잠시동안 방황했다.
‘해야 할 일’이라는 부담이 없어지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할 일이 없어지니 이렇게 방황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할 일을, 그것이 해야 할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이든, 착실히 해 나가는 것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라는 게 있나 보다.
우리는 포르토에서 방황을 시작했다.
우리는 이 방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할 일을 만들기로 했다. 에그타르트 먹기.
한 번 먹고 마는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이 먹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포르토와 리스본에서 머무른 5박 6일 동안 11곳의 에그타르트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