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생각의 도구들 - MECE
두 명의 브랜드 컨설턴트가 매주 월요일 당신을 찾아갑니다. 브랜드 컨설턴트의 생각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의 도구들> 시리즈
우리의 일상과 업무는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상황은 변하고, 문제가 생기죠. 그 문제를 푸는 것이 컨설턴트의 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법과 프레임워크를 이야기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데이터를 많이 찾아도 그것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정보가 될 수 없습니다.
인사이트는 꿈도 못 꾸죠.
잠깐 데이터와 정보, 인사이트를 구분해 볼까요?
데이터는 측정하거나 수집한 값이나 사실 그 자체입니다.
정보는 특정한 목적이나 의도에 맞게 데이터를 가공한 것을 말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여의도의 한 카페에 있는데요.
메뉴를 보니 아메리카노는 5,500원입니다. 이건 데이터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평소에 자주 가는 집 근처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3,500원이거든요.
‘이 카페는 단골 카페보다 커피가 비싸다.’(계산을 해보니 약 57% 정도네요.)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정보예요.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를 하고, 구매 판단의 단서로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죠.
인사이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추론을 하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정보로부터 종류가 다른 정보를 이끌어내는 것’이에요.
앞서 ‘여의도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집 근처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보다 약 57% 비싸다’라는 정보를 얻었죠. 이 정보는 커피 가격에 관한 것이지만, ‘여의도의 물가는 비싸다.’라는 물가(종류가 다른 정보)에 대한 정도를 추측해 낼 수 있어요.
물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선 풍부한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와 있는 카페가 스타벅스이고, 집 근처의 단골 카페가 빽다방이라면, 지역 간 물가의 차이라는 결론은 터무니없는 게 되고 말죠.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정보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구슬을 꿰는 과정, 데이터를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서요.
오늘 다룰 생각의 도구, MECE입니다.
데이터를 정보로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나열과 분류가 있어요.
먼저 나열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늘어놓는 거예요.
잠깐 카페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 브랜드 매니저가 되어서 여의도에 있는 카페를 한 번 살펴볼까요?
여의도 공원 근처에 어떤 카페가 있는지 검색을 해봤어요.
그 결과를 아래처럼 정리했어요. (10 군데만 추렸어요.)
마호가니커피, 스타벅스, 폴바셋, 커피앳웍스, 할리스, 매머드, 모리셔스브라운, 만랩커피, 홍콩다방, 디초콜릿커피
이건 우선 정보라고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여의도 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라는 정보를 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상태로 보고를 한다면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거예요.
이처럼 나열은 정보에 담겨있는 의미가 적어 활용의 폭이 좁습니다.
분류는 특정 기준을 가지고 그루핑을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이 카페들이 커피 전문점(밀크티나 케이크가 메인이고 커피는 부가적인)인지, 굿즈를 파는지 등을 기준으로 분류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둘 다 들어간 브랜드도 있고, 두 곳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은 브랜드도 생겼어요.
이렇게 중복과 누락이 발생하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커피 전문점 여부’, ‘굿즈 판매 여부’는 누락이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복과 혼재 때문에 정보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 불완전한 구분인 거죠.
그래서 오늘의 도구, MECE(미씨)가 필요합니다.
MECE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사고 방법이에요.
MECE를 풀어쓰면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인데요. 상호 간에 중복이 없고, 전체적으로 빠뜨리는 것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상호배타와 전체포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갈 수 있는 방향을 MECE(미씨)하게 분류하면 동, 서, 남, 북으로 정리할 수 있죠. 중복과 누락이 없습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채식을 할지 육식을 할지 분류하는 것 역시 MECE한 구분입니다. 육식 내에서도 물고기를 먹을지, 육지 고기를 먹을지 분류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업무에서는 마케팅의 4P(제품-Product, 유통-Place, 가격-Price, 판촉-Promotion)나 3C(Consumer, Competitor, Company) 같은 프레임워크들이 MECE 개념을 활용해 조사 범위를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카페 시장조사에서 MECE(미씨)한 구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중복과 누락이 생기는 지를 고려하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봅니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구분해 보면 어떨까요?
정리해 보니 각 카테고리 간 중복과 누락 없이 구분이 됐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를 도출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무조건 중복과 누락만 피하려 하다가는 의미 없는 분류를 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브랜드의 이름이 3글자 이하인가, 4글자 이상인가. 같은 기준으로 분류를 해도 중복과 누락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네이밍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 분류는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한 가격대별 분류는 이 상권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줍니다.
직장인이 출근길에 캐주얼하게 먹을 수 있는 저가/중가 브랜드보다 고가 브랜드가 훨씬 많죠.
그 말인 즉, 이 구역은
1) 직장인이 외부 협력업체와 미팅을 할 때 찾는 수요가 많다.
2) 파크원 근처라 쇼핑을 온 사람의 수요가 많다.
와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게 해줍니다.
중복과 누락이 없으면서도 카페 브랜드 시장조사를 하는 입장에서 유효한 시사점을 얻어낼 수 있죠.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개인 카페인지 체인점인지를 기준으로도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
살펴보니 모든 브랜드가 체인점이네요.
한쪽으로 쏠렸으니 잘못된 구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사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 공원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개인 카페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깐, 여의도 공원으로 향하는 대로변 구역은 개인카페가 감당하기에 무리일 만큼 자릿세가 높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죠. 동시에 중복이나 누락 없이 모든 카페를 분류할 수 있으니까 MECE하죠.
이렇게 데이터를 정보화할 때 중복과 누락을 없애 완전한 정보로 만드는 사고법을 MECE라고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건 무조건 중복과 누락을 없애는 게 아니라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MECE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현황이나 시장을 분석할 때, 혹은 일상에서도 무엇인가 분석적인 접근을 해야 할 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단순 나열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의 의미를 만들고, 중복과 누락을 없애 정보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죠.
정보 전달 측면에서도 듣는 사람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MECE 한 사고법을 내 것으로 만들면 어떤 문제든 두려울 게 없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MECE 하게 분류하면 해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만드는,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MECE라는 도구였습니다.
Written by 브랜드 컨설턴트 ‘느낀표’
-이런 글도 있어요-
https://brunch.co.kr/@digitalbrand/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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