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May 06. 2024

so, what is in it for you?

유튜브를 켜도, 검색 포털에 들어가도, 커피숍에 앉아있어도, 심지어 링크드인에 들어가도 가장 핫한 주제는 '하이브와 민희진 사태'다.


최근에 봤던 영화 <Zodiac>의 주인공은 San Francisco Chronicle이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메인 신문사의 카투니스트로 일한다. 어느 날, 신문사에 본인을 '조디악'이라고 일컫는 연쇄살인자가 암호화 함께 편지를 보내고, 이 사건은 실제로 살인 사건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미국 전체를 공포로 뒤덮다, 이 킬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지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사건의 초반부터 광적인 몰입과 집착을 보이며, 도서관에서 암호책을 빌려서 사고 본인이 직접 암호를 풀려는 노력을 하고, 이 사건이 대중들과 실제 사건을 담당하는 형상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자 본인 스스로 파헤치려고 한다.


워낙 독특하고, 자극적인 사건이라 초반에 '조디악'이라는 편지와 킬러에 엮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 사건을 담당해 쓰는 기자의 데스크에 서성이며 주인공이 단서가 될만한 종이쪼가리라도 찾으려고 하자, 이 기자는 카투니스트에게 어느 날 자신이 아는 정보를 조금 알려준다.


그러면서 묻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 있어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건 알겠어. 근데 너는? 너는 이것에 관심을 보이며 얻는 게 뭐지? (What is in it for YOU?)

지금 하이브-민희진 갈등을 보며 유튜브에 스스로 '변호사'라고 일컫는 사람들은 죄다 어떠한 의견을 올린다. 아이돌에 관련된 유튜브는 그렇다 쳐도, 음악 만드는 유튜브, 작곡가 유튜버들, 일반 지식/상식/교양 관련 유튜버들, 게임 회사 관련 유튜버들 전부. 조금이라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이 사태를 해석하며 '새로운 시선'혹은 '여러분께 이 사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며 콘텐츠를 올린다. 


하지만 뻔히 보인다. 지금 이건 그들에게 조회수와 구독자를 올릴 수 있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알고리즘에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다. 여기서 맨 마지막에 거의 공통적으로 '어른들 싸움에 엮여있는 뉴진스와 아일릿만 불쌍하다'라는 식으로 끝내는데, 거의 복사+붙이기 수준으로 비슷한 구조로 콘텐츠를 짠고, 인간적인 부분으로 오히려 끝내려는 게 나는 솔직히 역겹다.


진짜 이런 사태를 관심 있게 보고 이해하려는 사람은 끝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이 사태가 다 종료된 후, 천천히 분석하고 파악한 후,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에게 정리해서 이해 못 했던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하이에나처럼 민희진! 뉴진스! 하이브! 이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동영상들, 뉴스 기사들, 링크드인 '전문가'들의 글들을 보면, '본인의 의견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을 가장하며 이 자극적인 대중 노출 알고리즘에 한번 타보려는 속셈이 보여 거부감이 든다.


이 글은 민희진/뉴진스/하이브에 대한 글이 아니다. 이런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대하는 한국 미디어와 대중들에 대한 생각을 나열한 글이다. 이선균 마약사건도 그렇지만, 한국 대중은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사건에는 극적이게 반응하는 것 같고, 그 극적인 반응은 사실 인터넷에 그렇게 반응하게 끔 만드는 미디어의 잘못이 크다. 조금이라도 덜 과열시키려면, 이런 식으로 '자세히/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중립 된 입장으로" 무조건 콘텐츠 하나는 만들어보자!' 하는 사람들이 줄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꾸중 듣더라도, 다음 날 해맑게 '안녕하세요'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