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켜도, 검색 포털에 들어가도, 커피숍에 앉아있어도, 심지어 링크드인에 들어가도 가장 핫한 주제는 '하이브와 민희진 사태'다.
최근에 봤던 영화 <Zodiac>의 주인공은 San Francisco Chronicle이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메인 신문사의 카투니스트로 일한다. 어느 날, 신문사에 본인을 '조디악'이라고 일컫는 연쇄살인자가 암호화 함께 편지를 보내고, 이 사건은 실제로 살인 사건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미국 전체를 공포로 뒤덮다, 이 킬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지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사건의 초반부터 광적인 몰입과 집착을 보이며, 도서관에서 암호책을 빌려서 사고 본인이 직접 암호를 풀려는 노력을 하고, 이 사건이 대중들과 실제 사건을 담당하는 형상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자 본인 스스로 파헤치려고 한다.
워낙 독특하고, 자극적인 사건이라 초반에 '조디악'이라는 편지와 킬러에 엮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 사건을 담당해 쓰는 기자의 데스크에 서성이며 주인공이 단서가 될만한 종이쪼가리라도 찾으려고 하자, 이 기자는 카투니스트에게 어느 날 자신이 아는 정보를 조금 알려준다.
그러면서 묻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 있어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건 알겠어. 근데 너는? 너는 이것에 관심을 보이며 얻는 게 뭐지? (What is in it for YOU?)
지금 하이브-민희진 갈등을 보며 유튜브에 스스로 '변호사'라고 일컫는 사람들은 죄다 어떠한 의견을 올린다. 아이돌에 관련된 유튜브는 그렇다 쳐도, 음악 만드는 유튜브, 작곡가 유튜버들, 일반 지식/상식/교양 관련 유튜버들, 게임 회사 관련 유튜버들 전부. 조금이라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이 사태를 해석하며 '새로운 시선'혹은 '여러분께 이 사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며 콘텐츠를 올린다.
하지만 뻔히 보인다. 지금 이건 그들에게 조회수와 구독자를 올릴 수 있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알고리즘에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다. 여기서 맨 마지막에 거의 공통적으로 '어른들 싸움에 엮여있는 뉴진스와 아일릿만 불쌍하다'라는 식으로 끝내는데, 거의 복사+붙이기 수준으로 비슷한 구조로 콘텐츠를 짠고, 인간적인 부분으로 오히려 끝내려는 게 나는 솔직히 역겹다.
진짜 이런 사태를 관심 있게 보고 이해하려는 사람은 끝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이 사태가 다 종료된 후, 천천히 분석하고 파악한 후,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에게 정리해서 이해 못 했던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하이에나처럼 민희진! 뉴진스! 하이브! 이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동영상들, 뉴스 기사들, 링크드인 '전문가'들의 글들을 보면, '본인의 의견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을 가장하며 이 자극적인 대중 노출 알고리즘에 한번 타보려는 속셈이 보여 거부감이 든다.
이 글은 민희진/뉴진스/하이브에 대한 글이 아니다. 이런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대하는 한국 미디어와 대중들에 대한 생각을 나열한 글이다. 이선균 마약사건도 그렇지만, 한국 대중은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사건에는 극적이게 반응하는 것 같고, 그 극적인 반응은 사실 인터넷에 그렇게 반응하게 끔 만드는 미디어의 잘못이 크다. 조금이라도 덜 과열시키려면, 이런 식으로 '자세히/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중립 된 입장으로" 무조건 콘텐츠 하나는 만들어보자!' 하는 사람들이 줄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