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모순> 양귀자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금 읽고있는 책:
<인생의 베일> 서머싯 몸
지금 읽고 있는 <인생의 베일>도 그렇고, 4월에 올렸던 리스트에서 언급했던 <스토너>도 그렇고,
요즘에 예능에서 이혼을 많이 비추고 있어서 마치 이혼이 엄청 흔해진 것 처럼 보이고 부부관계도 안좋은게 대부분인 것 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부부관계란 아주 먼 옛날 부터 어려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에도 책들에서는 이렇게 불륜과, 불륜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가며 싸늘해지는 부부관계를 다뤘으니.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 까지 알콩달콩 서로만을 보며 사랑하고 시련을 견디고 그러는 경우는 어쩌면 5%도 안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보기에도 가끔 티격태격하는것 외에는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고 함께 있는 것을 힘들어 하지 않는... 이제는 꽤나 드문것을 알게된, 사이좋은 부부인데,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그건 엄마가 결혼을 워낙 일찍,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아빠랑 하게 되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대학 졸업한지 1년만에 결혼을 하게 된 엄마는, 취미생활을 형성해보기도 전에, 돈을 본인 통장에 여유롭게 쌓기 전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랑 동생을 20년 키우다 우리가 대학을 가버리니 아빠의 취미가 엄마의 취미가 되고, 아빠의 사교모임들이 엄마의 사교모임들이 되었다. 아빠의 교회에 엄마가 나가고, 아빠의 가족동반 친구 모임들에 엄마가 가게 되고, 아빠의 취미인 테니스를 엄마도 하게 되면서 같은 테니스 클럽에 나가신다. 물론 한국 와서 엄마도 엄마친구들을 가끔 만나긴 하지만, 아빠 8: 엄마 2 이 정도의 비율을 가지며 생활하는 것 같다.
이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내가 자라면서 본 행복한 결혼의 조건이 어떻게 보면 엄마의 '자신의 삶이 형성되기 전'의 모습이라, 나에게는 벌써 불가능한 조건이다. 너무 많은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엄마와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이미 엄마처럼 결혼하기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왜 연애를 안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간혹가다 있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웃으면서 '나 연애 하고 싶은데?'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 뭔가 액티브하게 연애를 하려고 노력하기에는 나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내가 나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 재밌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시간을 주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아무 추억도 없이 청춘을 보내버릴까봐 실리콘 밸리에서는 특히 '베이오락실'이라는 그룹을 통해 이런 저런 모임도 나가봤지만...
어쨌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가끔가다 도돌이표처럼 다시 드는 생각은 역시나, '이러다 후회하지 않을까'이다.
모르겠다. 뭐. 부모님한테 말하는 것 처럼 45에도 싱글이면 그냥 따뜻한 커피 내려주는 포근한 책방 하나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