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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사원 Mar 15. 2023

헤엄치거나, 항해하거나

6월 첫째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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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기보다

바람 부는 대로 항해하고 싶다


발을 내딛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상황이 될 때


삶은 억지로 극복하는 것이 아닌 

때에 맞게 운영되는 것임을 알아간다


움켜쥐던 것을 놓치고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지 막막할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있었다


품고 있던 꿈이 좌절되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느낄 

더 아름답고 성숙한 꿈이 다가와 머물러줬다


살아가는 한 언젠가, 어떻게든 그렇게 채워져 간다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지만

돌아보면 더 아름다운 궤적으로 길은 다듬어져 왔다


-


떠나보낼 것도, 맞이할 것도 많은

내 길은 항상 새롭고 지혜롭다


아무리 힘을 들여도

통제할 수 없는 무력한 길이고


억지로 구부리지 않아도

스스로 굽이치는 유연한 길이다


순리라는 건

가슴 찢어질 듯한 아픔이지만

그 깊은 골을 메우는 위로도 된다


-


다가오는 물살을 하나하나 극복하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위를 떠다니고 싶다


마주할 것들을 따스히 반기고

지나간 것들은 크게 연연하지 않고 싶다


그렇게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기보다

바람에 순응하며 항해하게 된다


오늘도 가라앉지 않으려고

초조함을, 분주함을, 두려움을

내 안의 무거운 것들을 부지런히 걷어낸다


파도 너머는 잔잔한 물결만 

어지럽도록 일렁였는데


바람 따라 닿을 곳 어딘가에

그토록 바라던 꿈은 있을까 사랑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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