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사원 May 05. 2023

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5월 첫째 주 묵상

 



월요일은 근로자의 날

목요일은 프로젝트 보상휴가

금요일은 어린이날

이번주는 7일 중 5일을 쉰다


목요일 오전 이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건축사시험 온라인 강의사이트를 뒤적거린다

휴학을 안 하고 바로 졸업한 친구들은

한 번에 붙기 어려운 이 시험의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를 이미 준비 중이다


어쩌다 그룹장님과 차를 같이 탔다

난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갑자기 본인은 31살에 건축사를 땄다고 한다

딱 내 나이인걸 알고 말씀하신걸까

만 나이인가요?라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빠른 사람 느린 사람

이 나이에 이 정도는 해야지

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다양성이 모토인 이 시대 속에서

나도 여전히 표준을 찾는다


-


불확실성의 바다를 앞에 두고 사는 삶은

뜨거운 모래사장이고

소금냄새 가득한 항구다


뛰는 만큼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고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마중 나오기도 한다


있는 힘껏 달리기도 해야 하고

일부러 속도를 늦춰야 하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여유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사치라고 말하지만

 

나는 배를 기다린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에 발을 딛고 살던 사람들도

바다를 건너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기꺼이 틈을 내어줄 수 있게 된다


아무 유익도 없다고 생각되는 일에 열심을 내본다거나

모든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고 자버린다거나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놓고

나는 다음날이면 헤엄이라도 쳐서

바다를 건너야 하나 생각한다


-

매거진의 이전글 헤엄치거나, 항해하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