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사원 Jun 19. 2023

내가 이걸 왜 하지 싶을 때

6월 둘째 주 묵상



-


겨울을 앞둔 다람쥐는

엄청 욕심이 많다고 한다


두 발로 모자라

양쪽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도토리를 욱여넣은 채로


자신만이 아는 곳에

꼭꼭 숨겨놓는다고 한다


근데 이 바보 같은 다람쥐가

10개를 숨기면 그중 1개만

위치를 기억한다고 한다


땅을 파서 가지런히 놓고

흙을 덮고 정성스레 낙엽도 얹는다


공기에 닿아 부패하지도 않고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도 않는 곳에서

다람쥐에게도 잊혀진 도토리들은


그렇게 산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나

도토리나무(참나무)가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소나무 다음으로 참나무가 많다


-


넓고 울창한 산림은

다람쥐의 헛수고가 쌓여 생겨났다


하나님은 주먹만 한 다람쥐의 욕심으로

산을 덮는 숲이 이루신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이


무익한 것 같아도

의미 없는 것 같아도


설령 어떤 것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아

어리석음에 부끄러워도


그마저도 씨앗 삼아 

장차 우리 삶에 

푸른 숲 이루실 것을 믿는다면


-


그렇게 오늘도

여기저기 쏘다니며

열심히 헛물을 켠다


-

매거진의 이전글 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