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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거나, 항해하거나

6월 첫째주 묵상

by 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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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기보다

바람 부는 대로 항해하고 싶다


발을 내딛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상황이 될 때


삶은 억지로 극복하는 것이 아닌

때에 맞게 운영되는 것임을 알아간다


움켜쥐던 것을 놓치고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지 막막할 때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있었다


품고 있던 꿈이 좌절되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느낄 때

더 아름답고 성숙한 꿈이 다가와 머물러줬다


살아가는 한 언젠가, 어떻게든 그렇게 채워져 간다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지만

돌아보면 더 아름다운 궤적으로 길은 다듬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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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낼 것도, 맞이할 것도 많은

내 길은 항상 새롭고 지혜롭다


아무리 힘을 들여도

통제할 수 없는 무력한 길이고


억지로 구부리지 않아도

스스로 굽이치는 유연한 길이다


순리라는 건

가슴 찢어질 듯한 아픔이지만

그 깊은 골을 메우는 위로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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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물살을 하나하나 극복하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그 위를 떠다니고 싶다


마주할 것들을 따스히 반기고

지나간 것들은 크게 연연하지 않고 싶다


그렇게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기보다

바람에 순응하며 항해하게 된다


오늘도 가라앉지 않으려고

초조함을, 분주함을, 두려움을

내 안의 무거운 것들을 부지런히 걷어낸다


파도 너머는 잔잔한 물결만

어지럽도록 일렁였는데


바람 따라 닿을 곳 어딘가에

그토록 바라던 꿈은 있을까 사랑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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