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타스 Nov 29. 2019

[글] 7년, 나의 공황장애 1. 터널의 시작(1-1)

1-1. 세상아, 나한테 왜 이래요.

'오늘도 완벽해.'

완벽, 완벽, 그 놈의 완벽.

나는 그 때 대학교 3학년이었다. B라는 학점은 용납할 수도 없고, A+이어도 내가 2등이면 2주를 못 자는.

귀엽게 봐 주자면 그냥 승부욕이 많은 애였고, 실상은 참 스스로나 남에게도 피곤한 사람이었다.


그 날도 그랬다.

비록 교수님이 내 발표순서를 제 멋대로 2주 미뤄버리긴 했지만, 나는 이미 3주 전부터 발표 스크립트를 다 짜 놨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은 물론, 잠시 말을 멈추는 구간까지 다 외워놨다고.

근데 참 이상하지. 오늘 뭔가 이상해.

뒷 목이 묘하게 더 뻐근하단 말야. 잘 안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음. 조금 불안하다. 뭐, 발표하기 전에 좀 떨리는 거야 누구나 그런거니까.

어. 그런데 숨이 조금 가쁘네. 숨이 잘 안쉬어진다. 원래 이랬나?

어? 숨이 막힌다. 죽을 것 같아.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무서워.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강의실을 뛰쳐나갔다.

괜찮아, 아직 내 발표까지는 5분 정도 남았어. 찬 물을 마셔보자. 복도를 뛰어보자.

그런데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가오가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인지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


"어, 학생. 어디 갔었어요? 찾고 있었는데. 발표해야죠?"

"아, 네."


온 몸이 빳빳하게 굳은 채, 수 많은 연습으로 꼬깃꼬깃해진 발표 대본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챕터 8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끼는 공포를 간신히 누르고 말을 뱉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글] 7년, 나의 공황장애 - Intr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