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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월 Nov 06. 2024

다시 꿈을 품어볼 기회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히키코모리의 에세이이자, ‘루마니아어’라는 희소한 언어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언어 오타쿠의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가 출간되었다.



몰두해서 좋아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만큼 확신에 차 있는 것. 그 선택에 망설임이 없을 수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과 그것보다 더 다양한 경험들이 존재한다. 동시에 현실의 벽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확고하던 어린 시절 꿈이 바뀌거나 꿈을 포기하거나 그리워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처럼 순수하게 열망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때가 됐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달려온 이 길의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순간 큰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만났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속 문장에서는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저자 사이토 뎃초는 영화 광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 노트’라 부르는 것을 마흔 권이 넘도록 작성한 것뿐만 아니라 본 영화의 제목만을 나열해도 책 한 권 분량이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느 하나에 그렇게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열성적인 마음이 부러울 정도로 닮고 싶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해서 분석해 보거나 그림을 좋아해서 수집하거나 전시를 수없이 보러 가는 등의 열정은 내게 없다. 그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정도의 적당한 마음. 음악은 많이 듣는 것에 그쳤다. 오래된 역사를 알기 위해 공부하지는 않았고 그저 취향의 음악을 찾아 들을 뿐이었다.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기는 힘들었다. 공연은 음악보다도 확고한 취향이 있었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큰 편이었다. 그래서 그 적당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하지만 무엇 하나 순수하게 열망할 수 없는 정도였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를 읽다 보면 그 적당한 마음이 싫어졌지만 동시에 설렘이 피어나기도 했다. 적당한 마음을 가진 사람조차도 무언가를 깊게 좋아할 수 있을 듯한 확신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장 속에서 반짝임을 보았고 사랑이 담긴 것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영화제에서 루마니아 영화가 특집 상영될 때 ‘루마니아의 블랙 웨이브’로 제목을 지은 것에 대해 논한 부분이었다. 루마니아 영화에는 블랙 유머가 있기에 해당 제목을 붙였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를 고치길 바라고 있다.


[블랙이 개선해야 할 악이나 꺼림직한 감정과 연결되어 마이너스 이미지를 만드니까. 그게 돌고 돌아 블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것을 상상할 수 있다.]

-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pp. 63-64


우리 사회에서도 블랙코미디나 블랙리스트 등 ‘블랙’을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고는 한다. 저자는 루마니아 영화의 어두운 유머가 있는 부분을 ‘블랙 유머’라고 표현하는 것은 태만이라고 하며 단호히 다른 단어를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학 오타쿠’로서 언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언어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문화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언어를 향한 사랑이 작가가 나열하는 모든 문장에 녹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용기를 주고 있다. 그 마음이 부러워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충분히 쏟아볼 수 있는 마음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고된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사랑으로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때로 그 열망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저자가 해주는 모든 말이 아주 어릴 적 품었던 꿈을 다시 꺼내보아도 된다고 응원해 주는 듯하다. 열성적인 마음을 부러워만 하지 않고 품어봐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정말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히키코모리라고 칭할 뿐인, 뛰어난 추진력과 집중력을 가진 이의 반짝이는 이야기.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는 적당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열정적인 마음을 가진 이에게도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이다.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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