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마을 성대골 탐구일지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는 상도동 주민들이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0여 년 이상 진행해 온 다양한 활동을 기록하고 지원하기 위한 현장연구 활동을 준비해왔습니다. 상도동의 주민그룹과 함께 2019년 서울시 미래혁신포럼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2020년부터는 한층 더 다가가는 현장연구를 진행합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H, S, D는 브런치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그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환마을을 위한 성대골 주민들의 간절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우리의 연구 활동이 그 노력의 즐거운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기록되는 내용 중 일부는 관점에 따라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으며, 이를 포함한 모든 내용은 마을 주민들의 입장과는 관계없는 것임을 삼가 밝힙니다.
성대골 탐구의 첫걸음으로, 우리는 공개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마을의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주민들은 인구구조, 건축물 및 산업현황 등 우리가 준비한 기술통계를 본 뒤, 이 자료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마을의 상황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아래는 이렇게 모은 이야기들을 종합한 것이다. 성대골의 물리적 환경, 그 안에서 삶을 그려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어떻게 구성될까?
다양한 세대가 교차하는 성대골
성대골은 상도3동과 상도4동이라는 행정구역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현재 약 55,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상도3동에는 약 25,000명, 상도4동에는 약 29,800명의 주민이 살아간다. 통계 자료(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는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 마을이 면한 성대로 인근이 아닌, 상도근린공원과 용마산 그리고 성대로6길 부근임을 보여준다(아래 지도). 그렇지만 주민들은 최근 1~2년간 성대로 인근에 도시형생활주택이 다수 건축됨에 따라 성대로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성대로 인근에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성대골에 젊은 인구가 다수 유입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통계 자료에서 나타나는 성대골 인구 구조의 특성은 주민들의 이야기와 조응한다. 성대골 인구 구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2~30대와 5~60대 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아래 주민등록인구수).
즉, 성대골에는 다양한 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 조직들은 여러 세대가 마을에 공존하는 것을 넘어 만남과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일례로 성대골에서 추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마을 연구원들이 모여 마을을 탐구하고 있다. 비단 주민 조직뿐만 아니라, 성대시장 상인회 구성원들에게도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은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저녁 8시에 장사를 접으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며, “이러한 새로운 고객층의 시간대에 맞춘 영업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청년 세대를 마을 경제활동과 일상에 연결시키기 위해 주민 조직과 성대시장의 생태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도시형생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2-30대 인구는 높은 1인 가구 수에도 반영된다. 성대골에는 1인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 경우 전체 가구 수 중의 약 31.8%, 동작구의 전체 가구 수 중 약 34.8%가 1인 가구이다. 반면 성대골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율이 약 41.6%로 서울시, 동작구보다 그 비율이 더욱 높다(위 세대원 수별 세대 수). 주민들은 높은 1인 가구 수가 그저 많은 젊은 인구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성대골에는 1인 노인 가구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 현황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령화 지수의 공간적 분포를 분석한 결과, 성대로 인근과 상도근린공원 근처의 노령화 지수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아래 지도).
주민들은 노인 1인 가구의 상당수가 기후위기에 취약할 것을 우려해, 2019년 성대골 리빙랩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잠정적 위기를 진단했다. 특히 단열이 되지 않는 집이나 홍수의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시는 노인 분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마을 기술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노후주택 보강 사업에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후위기에 대한 노후주택의 회복력을 증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수의 단독주택과 주택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노력
성대골 주민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대골에는 약 25,300가구가 생활을 영위하는 4,431동의 건물이 위치하는데, 대부분 단독·다가구 주택이며 다세대 주택 수도 상당히 많다. 반면 아파트,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의 비율은 적은 편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가에 인접해 주민 생활에 편의를 주는 상가 등의 시설을 말하는데, 성대골에서는 근린생활시설이 성대로와 성대시장 인근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최근 3년간 성대골에서 진행된 100여 건의 건축 허가 또한 상당수가 도시형생활주택 및 다중주택(고시원, 원룸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노후도를 살펴보면, 상도3동에는 건축 연한이 20년이 채 되지 않은 건축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반면, 상도4동은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지도 및 그래프). 주민들은 노후 건축물이 단열 등의 측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한파·폭우와 같은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마을 주민과의 답사에서 마을의 주요한 공동시설(어린이집, 유치원, 노인정 등)의 리모델링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건축물 현황에서 두드러지는 특성 중 하나는 상도4동 중앙에 나타나는 빈 공간(상도4동 산65번지)이다(위 지도). 현재 지도를 통해 건축물을 확인할 수 없는 이 공간은 상도4동의 재개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곳의 재개발은 2005년부터 추진되었으며, 2007년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상도11구역으로 지정되었다. 2008년 10월 10일 강제철거가 단행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 주민들이 모두 쫓겨났으나 시행사의 비리가 밝혀짐에 따라 재개발이 중단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폐허가 된 몇몇 집들과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주민들은 이 지역을 ‘쓰레기 산’으로 부르며, 이 공간에 대한 행정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아래 사진).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은 해결책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을기술자와 성대골의 산업
마을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 중 하나는 마을 자원을 찾아 도움이 필요한 곳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대골의 사업체 현황을 살펴보았다(아래 그래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운수 및 창고업에 종사하는 사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자료를 보고 “택시 기사가 많다는 소리야”라며, 많은 개인택시 기사가 상도4동 언덕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대골은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의 비중도 높은데, 이는 성대골의 진입부에 성대시장이 위치하기 때문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더불어 최근 주민들이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주목하고 있는 ‘마을기술자’의 분포도 분석해보았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마을기술자라는 용어는 주택 수리업체 및 주택 수리에 필요한 설비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를 의미한다. 주민들은 마을기술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후 위기에 대한 각 주택의 대응력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택수리에 종사하는 사업체의 수는 많지 않았다. 특히 가스설비, 수도설비, 유리창호, 조립칸막이/파티션, 주택종합수리 등의 업종은 성대골에 아예 부재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사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주택종합수리업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업체들이 일부 존재하지만, 성대골보다는 외부에서 설비수리를 진행하여 마을과의 연계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