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마을 성대골 탐구일지
에너지 전환마을로 알려진 성대골의 공동체 운동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계기로 시작된 성대골 공동체 운동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의제를 거쳐 2020년 현재 기후 위기 대응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어린이 도서관’, ‘에너지 전환’,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성대골 공동체 운동의 발자취를 추적해보았다. 이 글의 내용과 사진자료는 주로 성대골마을이 발간한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활동백서』의 내용을 발췌·요약·재구성한 것이며, 여기에 성대골 마을연구원 분들이 제공해준 자료와 2018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공동체 활동 기록을 더했다.
2010년 성대골의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학교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은 도서관 건립 운동을 시작한다. 2010년 1월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였고, 일일 호프 등의 모금 활동과 단체 지원을 통해 2000여만 원의 도서관 설립자금을 모아 2010년 10월 21일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하였다. 이처럼 주민들의 노력이 모여 완성된 도서관은 공동체 운동의 시초가 되었으며, 주민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2011년에는 8명의 주민들이 ‘도서관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마을 장터, 신년·송년 음악회, 극단 사다리와 함께하는 연극 강연 및 공연, 산타 축제, 도서관에서의 1박 2일 프로그램 등의 문화 활동을 전개했다. 더불어 성대골 소식지를 배포하고, 어린이 도서관에서 여러 교육 강좌 및 워크샵을 개최하였으며, 작은 초등학교 만들기 운동을 진행하였다. 작은 초등학교 만들기 운동은 가까운 초등학교가 없다는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으며, 학교부지의 문제로 학교 건립은 실패하였지만 2012년 '마을 학교'를 개교하였다. 아동·청소년에 관련된 문제의식은 이외에도 아동·여성을 위한 안전지도 만들기, 무상급식 투표에 관한 나쁜 투표 반대운동, 상도초등학교 인조잔디 설치 반대운동, 어린이 기자단 활동 등으로 이어졌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어린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운동의 방향성이 크게 선회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3월에는 지구촌불끄기 행사에 참여하였으며, 녹색연합의 환경특강 및 워크샵을 시발점으로 에너지 교육과 착한에너지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1년 12월에는 에너지 절약과 전환 실험의 일환으로 성대골 절전소를 만들어 절전소 운동을 시작하였다.
에너지 절약
성대골 에너지 전환운동의 시작은 성대골 절전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절약 운동이다. 2012년 1월 1일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벽면에 설치된 가정별 전기사용량 그래프는 절전소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들은 1년간 35,00kWh의 전기를 절약하였으며, 성대골 착한 에너지 지킴이들은 어린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절약운동을 전파하였다.
착한에너지 지킴이 활동과 절전소 운동에 더하여, 성대시장 일대 상가들을 중심으로 착한가게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착한가게에 동참한 점포들은 대기전력 차단, LED 등 교체, 손님이 없을 때 조명 및 난방을 조절하는 등의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다. 2012년 7월 15곳으로 시작된 착한가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에는 16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2013년 4월부터는 에너지 진단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성대골 공동체가 에너지 진단사가 되어 주택에 대한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활동이다. 2013년 5월부터 10월, 2014년 7월에는 동작구 환경과와 협력하여 ‘에너지 클리닉’이라는 이름의 에너지 진단 활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또한 2015년 6월에는 ‘찾아가는 에너지 슈퍼마켙’프로그램과 에너지 진단 활동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였다. 2016년까지 약 2,300가구, 50개의 어린이집과 15개의 상가가 에너지 진단을 받고 절약 노하우를 전달받았다. 이외에도 성대골에서는 2012년 11월 내복입기운동 등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 진행되었다.
에너지 전환 교육
에너지 전환교육은 성대골 에너지 운동의 출발점이자, 운동에서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어려움을 공유하며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촉매제로서 기능하였다. 2011년 10월 우리동네 녹색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마을에서는 각종 교육 강좌와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며, 2014년 10월부터는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에너지&기후변화 강사 양성과정을 개최하여 에너지 교육자를 육성하기에 이르렀다. 에너지&기후변화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주민들은 국사봉중학교 및 인근 학교에서 ‘찾아가는 에너지교실’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성대골에서 에너지 전환 교육은 인근 학교에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2012년부터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하여 정규 교과 편성, 다양한 교육 주체와의 연계, 생태에너지 협동조합 창립까지 이어졌다. 이외에도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2014년 4월부터 진행하는 에코주니어 과정, 여름방학 적정기술 캠프 등 다양한 에너지 전환 교육이 성대골에서 펼쳐지고 있다.
에너지 생산과 적정기술 실험
2012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에너지자립마을사업에 성대골은 1기 참여 마을로 선정되어 2014년까지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중 2012년 중점사업은 ‘마을학교 겨울나기 프로젝트’였으며, 마을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에너지 자립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2012년 8월 21일 적정기술 워크샵을 시작하였으며, 마을학교 단열개선사업과 태양광 온풍기, 태양열 온풍기, 화목난로 설치 등 마을에 적합한 적정기술을 찾기 위한 여러 실험들이 이어졌다. 2015년에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일환으로 성대골 경로당에 마이크로열병합발전 보일러를 설치하는 등의 적정기술 실험이 한 번 더 이루어졌다.
이러한 적정기술 실험은 성대골 에너지 전환 실험과 연계되어 신축빌라에 태양광패널 및 태양열온수기가 설치되고, 에너지 반상회를 통해 실험에 참여하는 가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미니태양광과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 설치하는 가정도 증가하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곧 성대골이 세입자의 비중이 높고, 주민 소득수준도 여의치 않아 태양광을 직접 설치하여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따라 조합을 설립하여 공동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누구나 저렴한 금액으로 조합에 참여할 수 있는 ‘햇빛발전조합’의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성대골 공동체는 2013년 9월 햇빛발전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현재까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최소 금액을 만원부터 설정하여 많은 주민들이 에너지 및 에너지 비용 절감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대안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
2012년 마을학교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계기로 성대골에서는 마을기업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일기 시작한다. 2013년 7월부터 마을기업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2014년 마을닷살림 협동조합과 에너지 슈퍼마켙이 성대골에 등장한다.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은 마을 내의 5개 단체와 기업(성대골사람들, 그린건축사 사무소, BLNAK, 목공소 지따, 사회적기업 한풀이)이 참여하였으며, 마을의 주택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주체로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은 나아가 에너지 전환 운동을 이끄는 추진체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2013년 11월 12일 법인으로 등록하고 2013년 12월 마을기업의 공간인 에너지슈퍼마켙의 문을 열었다. 에너지 슈퍼마켙의 등장으로 인해 에너지 운동의 공간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에너지 슈퍼마켙으로 이동한다. 또한 2015년 2월부터는 에너지슈퍼마켙의 온라인 쇼핑몰이 구축되기도 하였다. 두 마을기업은 성대골 경로당 단열개선사업 등 에너지 효율 개선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문화
에너지 전환을 하나의 문화로써 정착시키고, 확산해나가기 위해 성대골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매개로 주민들과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에 대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2012년 착한에너지 지킴이 활동은 이러한 문화 활동의 계기가 되었는데, 이들은 착한에너지 합창단으로써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사진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착한 에너지 극단을 만들어 거리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하였다.
성대골은 2011년부터 진행한 마을장터에 에너지 관련 내용을 추가하여 2012년 8월부터 에너지 축제를 개최하였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멀티탭과 내복 판매, 에너지 관련 공연, 자전거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로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등의 활동이 에너지 축제에서 진행되었다. 1년에 1회씩 진행되는 에너지 축제는 주민들과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소통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2013년 5월부터는 이동식 에너지 카페 ‘해바라기’, 찾아가는 에너지슈퍼마켙/놀이터 등이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알리고, 성대골을 넘어 서울시 전역의 시민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로써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협력 네트워크
2013년 성대골이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의 대상지로 지정됨에 따라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사업은 다른 마을 사업들과 협력하게 된다. 2014년 주민협의체가 구성되며 5개의 분과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그 안에는 에너지자립 분과가 포함되었다. 에너지자립분과는 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 에너지 문제를 함께 풀어내기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지속하였다. 그 과정에서 2015년 8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지원한 ‘마을살이 작은연구’ 사업에서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관점에서 본 도시재생사업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연구보고서의 완성 후 상도4동 도시재생 사업 예산 중 4억이 에너지와 기후변화 사업을 위해 편성되었으며, 현재까지 도시재생에서 에너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성대골은 2012-2014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등과 함께 민관협력을 수행하기 위해 ‘동작구 에너지 협의체’를 설립하였다. 2015년 9월 15일 간담회를 통해 비단 성대골뿐만 아니라, 15개동 주민자치위원장, 3곳의 에너지 자립마을, 5곳의 지역단체가 함께 에너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후 에너지 조례 제정 등을 위해 100인 원탁토론회와 구청장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2017년에는 서울시 리빙랩 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리빙랩 사업에서 성대골은 주민워크숍 개최 및 마을연구원 모집, 기술·금융·교육홍보라는 세 개의 포커스그룹 구성 및 전환실험 진행, 시티솔라포럼 운영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다. 활동의 결과 성대골의 마을연구원들과 포커스그룹은 DIY 미니 태양광 제품을 개발 및 개선하였으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마이크로발전소, 동작신협 등과 협업하여 ‘우리집솔라론’이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미니태양광 홍보 및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이를 지역내외로 배포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마을연구원들과 포커스 그룹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외부 태양광 관련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강의와 포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티솔라포럼’을 개최하였으며, 이를 통해 전문가와 성대골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동네 에너지 일자리
마을에서 에너지를 바탕으로 동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성대골에서는 학교에너지 교육, 에너지카 해로, 마을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마을활동가들이 학교에너지 교육에 참여하고, 에너지 진단사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마을닷살림협동조합과 햇빛발전협동조합 역시도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기획하기 시작한 에너지카 해로는 각종 축제와 행사에서 태양광 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해 커피와 솜사탕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카 해로는 각종 행사와 홍보 설명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체험과 홍보에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18년부터 성대골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넘어선 ‘기후 위기’라는 담론에 주목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소통되는 담론을 ‘에너지 전환’에서 ‘기후 위기’로 선회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활동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2018년도 지역참여형 환경연구 지원사업에 지원한 ‘성대골 사람들’은 ‘지역체감형 기후변화 적응 시나리오’를 마을연구원들과 수행하였다. 그리고 2019년에는 리빙랩 사업에 다시 지정되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을 모색하였으며, 그 결과 2019년 하반기에는 주택 효율화를 위한 마을 기술자 네트워크 구축과 전환센터 설립이라는 의제를 도출하기에 이른다. 2020년부터 성대골 마을 공동체는 전환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과 절약, 마을 취약성 극복 및 회복력 증진, 그리고 도농 에너지 협동조합 구축과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비상의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기후 비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