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교사의 초등학생시절부터 고등학생까지
VANTA BLACK 2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1관 ‘맹목적으로 학교 다닌 사람이 고등학교 자퇴한 사람에게 물어보다.’
(G교사) 안녕하세요. H선생님. 이제부터 총 9가지 질문을 드리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선생님의 초·중·고 시절 생활은 어땠나요?
(H교사)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소위 말하는 꼴통(?)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G) (하하) 그 꼴통(?)은 어떤 의미인가요?
(H) 친구들과 싸움도 많이 하고, 지금 생각하면 많이 심했던 학생이라고 생각되네요. 그 당시 키가 작고, 피부는 하얗고, 머리는 바가지 머리여서 주변에서 여자처럼 생겼다고 많이 들었어요. 태어나서 2, 3학년 때까지 가장 많이들은 질문이 “너 여자니?”였습니다. 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다른 애들이 저한테 시비를 많이 걸었어요. 그러다 보니 싸움이 잦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G) 그럼 3학년 이후는 어땠나요?
(H) 초등학교 3학년 이후를 이야기드리기 전에 그 전을 잠시 이야기해드릴게요. 저는 1~2학년 때 반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발표를 재밌게 해서 친구들을 웃기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공부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수업시간에 발표를 제가 가장 많이 하니까요. 그러고 나서 3학년이 되어 반장을 하고 싶었는데, 필요조건 중에 하나가 성적이었습니다. 성적이 일정 기준 이상이 안되면 입후보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반에 40~50명 정도였는데 10등 안에 들어야 입후보가 가능했습니다.
(G) 반에서 20퍼센트 안에는 들어야 했네요.
(H) 맞습니다. 그때 그걸 모르고 정장을 입고 등교를 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부반장을 하고 제가 반장을 하기로 하고 학교를 갔는데, 이게 웬걸 둘 다 후보조차 되지 못했죠. 그날 하교를 하면서 둘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을 말했고, 그때부터 사교육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1, 2학년 때까지는 사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목표(반장이 되고자 하는 꿈)가 생기기도 했고 그때 집안 형편도 받쳐주었어요. 그러고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자가용을 마련한 일이었어요.
(G) 자가용은 학원에 데려다 주려는 목적인 가요?
(H) 그렇죠. 그때 학원을 가장 많이 다닐 때가 ‘13개’까지 다녔었어요. 수학 학원을 다녔으면 수학 과외가 따로 있었고, 과학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이론을 배우는 학원에다 과학 실험만 해주는 학원을 따로 또 다녔어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체육같은 경우 태권도, 검도, 합기도, 유도 다 다녔어요. 음악 하느라 단소, 하모니카도 배우기도 했네요.
(G) 잠깐 정리하자면 반장이 되고자 하는 목표 때문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교육 시장으로 입성(?)하게 된 거군요.
(H) 맞습니다. 3학년 1학기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다음 학기인 3학년 2학기 때 반장이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다니기 시작한 거죠. 3학년 2학기 때 반장, 4학년 1학기 반장, 5학년 1학기 반장, 6학년 때는 전교회장까지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 입장에서는 저를 모범생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G) 반장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과 싸우거나 말썽 피우는 빈도가 줄었겠네요?
(H) 그렇죠. 아무래도 반장이 되고는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지는 않았죠. 공부 잘하는 이미지로 가게 되었죠.
(G) 선생님께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위 말하는 감투(?) 욕심이 생긴 거네요?
(H) 저 어렸을 때 획기적인 변화 중에 하나가 생겼는데 바로 민족사관 고등학교의 등장입니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기르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학교죠. 그걸 알게 되고서 민사고에 들어가야겠다는 목표가 생깁니다. 근데 이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버드 대학교처럼 체육도 잘해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하고, 공부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봉사에 종합적으로 뽑는 걸로 알고 있어서 모든 것을 민사고에 맞췄습니다. 동네에서 민사고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기도 했고요.
(G) 그러면 초등학교 전교회장을 한 이유도 민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도전이었네요?
(H) 그렇죠!
(G) 여기서 제가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민사고에 입학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렸을 때 그 목표를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H) '민사고'라는 학교가 생기면서 교사들이 먼저 알게 되었겠죠? 그러면서 담임선생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알아보게 되었는데, 개량한복도 입고 말 타면서 활도 쏘고, 오전에는 영어만 사용하고 민사고 학생 중에 절반으로 나누어 국내파, 해외파로 나누어서 수업을 한다는 등 이 모든 것들이 끌렸습니다. 초등학생 때 제 꿈이 하버드 대학교 의대에 가는 것이었어요. 민사고를 거쳐 하버드 의대를 가서 에이즈 치료를 하는 것이 꿈이었죠.
(G) 초등학교 시절은 반장이 되기 위해서 공부와 여러 가지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하며 일단락된 건가요?
(H) 그렇죠. 그런데 이제 슬슬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제가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게 사교육이라는 것으로 시작을 해서, 자기 주도 학습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어요. 누군가가 시켜서 공부를 하긴 했어도 스스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어요. 사교육을 받았던 시기에 워낙 숙제가 많았어요. 하지만 숙제를 거의 안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수동적으로 하는 학습이 제가 하는 공부의 전부였던 거예요. 민사고라는 목표는 있는데 노력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이룰 수가 없었죠. 그래도 스스로 숙제를 하지는 않았어도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많아서 수동적으로 공부를 하긴 했어요. 그래서 딱 그만큼만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제가 영재도 아닌데 노력도 하지 않았죠. 훗날 교육대학교 입학하고서 과학 영재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여러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예전의 저를 떠올리니 저는 전형적으로 만들어진 영재(?)였던 거죠. 영재가 아닌데 사교육으로 그 당시에만 영재처럼 보이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여러 경시대회를 나가긴 했지만 중학생이 되고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라고요. 저 같은 만들어진 영재는 중학교부터는 안 통하거든요. 한 일례로, 중학교 1학년 때 경시대회를 나갔습니다. 그때는 중학교 학년 구분이 없어서 중1~중3 학생이 함께 시험을 봤어요. 진짜 영재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인데 저는 당연히 손도 대기가 힘들었죠. 그 당시 100점 만점에 16점 정도 받으면 도 대표로 나갈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어려웠는데, 저 같은 만들어진 영재(?), 별로 노력도 안 하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죠. 제 기억에 4점 정도 받은 걸로 알아요.
(G) 그 경시대회 때 선생님의 한계를 알게 된 거네요?
(H) 그때 한 번 경험하고, 다른 한계도 있었어요. 민사고를 간 아는 형이 과학 잡지를 추천해주면서 그걸 씹어(?) 먹었던 게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러고 저도 그 과학잡지를 봤는데 진도도 잘 안 나가고 이해도 안 되었죠. 그러한 경험으로 한계를 많이 느꼈죠.
(G) 초등학생 때는 모범생이었고, 중학교로 올라오면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된 건가요?
(H) 그렇죠. 타고난 머리도 없는데 노력조차 하지 않았으니까요. 거기다가 저를 받쳐주고 있었던 사교육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끝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민사고 진학은 포기했죠.
(G) 민사고를 포기한 다음에는 학습적으로 의욕이 사그라졌나요?
(H) 의사라는 꿈이 있으니 과정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해서, 민사고 – 하버드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의대로 바꾸었죠.
(G) 해외에서 국내로 수정하신 거네요?
(H) 그렇죠. 많은 현실과의 타협을 이루었죠. (웃음)
(G) 중학생 때의 학업적인 면은 어땠나요? 기억나는 부분이 있나요?
(H) 중학교 1학년 당시에 반 등수가 40명 중에 10등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때 우리 반이 전교권 등수의 애들이 많아서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는 계속 감투(?) 욕심이 있어서 중1 때 반장, 중2 때부터 방송 반에 들어가서 중3 때는 방송부장을 맡았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초등학생 때 해오던 관성(?)이 있어서 학급 임원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학원도 안 다니는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없어서 등수가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학교 수업도 안 들어서 갑자기 수업을 들으려고 하니 잘 안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안 들었던 수업을 하루아침에 듣는 건 어려워지죠. 반에서 15~20등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가서는 현실과 타협을 해서 동네에서 괜찮은 고등학교를 목표로 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공부를 미친 듯이 해서 전교 등수를 올립니다. 10과목 평균 95 이상을 만들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 데, 2가지 이유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첫 번째 이유가 중학교 2학년 때의 내신이고, 두 번째 이유가 중학교 3학년 때의 한문 과목입니다. 저 때는 비평준화였거든요. 원하는 고등학교는 그 당시 과학고 수준인 학교라 합격이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집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 근처 중위권 수준의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목표가 높았다가 갑자기 낮아지게 된 거죠. 집 근처 학교는 100프로 합격인 수준이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학원을 끊고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에 빠지게 됩니다. 제 세대 때 유행한 게임에 빠지죠.
(G) 그러면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는 어떻게 지냈나요?
(H) 고등학생 때는 사교육도 받지 않았고, 자기 주도적 학습도 할 줄 모르고, 학교 수업도 들을 줄 몰라서 많이 방황한 시기였죠.
(G) 다사다난했군요. 그럼 이제 두 번째 질문입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자퇴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H)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학원에서 고등학교 공통수학을 3번 정도 반복하게 됩니다. 그 당시 수능에서 이과 수학의 비중이 공통수학 50%, 수 1이 30%, 수 2가 20%였거든요. 공통수학이 대입에서도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실력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조금만 뒤처지면 확 뒤로 밀려나버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100~200등이 단숨에 밀려버립니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제가 고2 수학은 선행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학생 중에 고2 수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은 저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도 저 하나에 맞춰서 교육과정대로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나간 대부분의 학생들 수준에 맞추어서 수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부모 민원이 워낙 심한 동네라서요. 일례로 국사 기말고사 평균이 94점 나왔을 때, 민원이 너무 심해서 교육청에서 감사까지 나오고 결국 재시험까지 치르게 만들었을 정도로 학부모 입김이 세거든요.
(G)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네요.
(H) 맞습니다. 그때 제가 500명 중에 499등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총 3번의 시험을 보고 자퇴를 하는데 그 세 번 모두 뒤에서 2등이었어요. 아직까지도 제 뒤에 있는 1명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진짜 궁금하긴 합니다. (하하)
(G) 그럼 고등학교 자퇴를 한 이유가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서 한 건가요?
(H) 음...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수업을 못 따라간 것도 있고, 이런저런 일로 인해 일단은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떠오른 일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의 일부 성적이 고등학교 입시에 발목 잡힌 건처럼 고등학교 성적이 대학교 진학할 때 똑같이 발목 잡힐 이유를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검정고시를 보고 비교 내신으로 대학을 가자,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나중에 칠 수능을 위해 겸사겸사 내신도 세탁하자는 이유도 자퇴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G)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자퇴를 하시게 된 거군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고등학교 자퇴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때 자퇴에 대한 분위기는 어땠나요?
(H)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주변에는 자퇴를 한 사람이 꽤 있었어요. 비평준화 고등학교이고 전체적인 고등학교 실력은 높은데 내신이 안 따라주는 학생들은 종종 자퇴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자퇴가 부정적이라는 인식은 아니었어요. 제가 아는 선배네 학년은 한 학년에서 40명 이상이 자퇴를 했었어요. 중학교 때 전교권에서 이름을 날리다가 고등학교 가서는 전교 꼴등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니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느꼈을 거예요.
(G) 진짜 조금만 삐끗하면 엄청 밀려나는 현실이네요.
(H) 그리고 누나를 먼저 학교에 보내보면서 부모님께서 경험치가 어느 정도 생기면서 자퇴에 대해서 부모님도 부정적인 시각은 아니었어요.
(G) 여러 가지 쉽지 않은 환경이었네요. 그러면 자퇴를 하겠다고 생각한 건 스스로가 결정한 건가요?
(H) 네, 결정은 제가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G)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저랑은 다른 모습이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질문으로 가서, 고등학교 자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H) 제가 자퇴한 날 제일 먼저 한 것이 탈색을 한 것이에요. 그리고 귀도 뚫었고요. 자퇴하고서 며칠은 심심해서 학교도 갔습니다. 애들이 이럴 거면 자퇴 왜 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선생님은 제가 졸업생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 2편에 이어집니다. >
- 도슨트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