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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n 16. 2021

1관: VANTA BLACK (3)

H교사의 고등학생 이후

VANTA BLACK 3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G)  네 번째 질문입니다. 고등학생 이후에 사회에서 어떤 일들을 했었나요?     


(H)  자퇴 후 자유를 즐기다가 19~20살 정도에 가락시장에서 생선 박스 나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점, 당구장, 일식집에서 배달, 공사 닥트 시공, 고시원 총무, 독서실 관리, 경륜장 시큐리티, 탑차 납품 등 다양하게 했죠. 이 정도 일을 하고 호주로 가게 됩니다.     


(G)  선생님하면 또 호주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호주는 언제쯤 가신 거죠?     


(H)  20대 후반정도에 가게 되었죠.     


(G)  여러 일을 하다가 호주로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H)  계기는 제 친구 지인이 호주에 다녀와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습니다. 마침 경륜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생도 호주에서 돈을 많이 벌어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나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비자를 신청하고 지인을 통해 비행기 티켓을 끊게 되었는데 3일 뒤 출국이라고 하길래, 3일 뒤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일정을 조율하여 2주 후에 가게 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G)  결국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호주로 가게 된 거네요?     


(H)  그런데 이왕 가는 김에 목표를 3가지를 가지고 갑니다.     

첫 번째, 경험 (여행)

두 번째, 영어 (회화)

세 번째, 돈 (대학을 위한 학비)입니다.     


(G)  여기서 학비는 어떤 학비인가요?     


(H)  이제 저는 돈 때문에 어영부영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수능만 준비해서 의대를 가보겠다는 다짐으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전에 여러 일을 하면서도 수능은 계속 응시했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수능 준비를 한다는 점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20대 중반까지 의사의 꿈은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G)  목표라는 씨앗은 계속 가지고 있었네요. 네 번째 질문입니다. 그렇게 준비하다가 수능을 보고 교육대학교(교대)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H)  모은 돈을 갑자기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거기에 돈을 쓰게 됩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거죠. 2년을 목표로 의대를 준비해야겠다고 했는데 지금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1년도 버틸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어요. 객관적으로 분석했을 때, 2년을 미친 듯이 해도 의대 문턱을 밟을까 말까인데 1년 만에 의대를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친구 동생이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너도 그쪽으로 한 번 도전해봐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친구와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G) 친구 동생 사례를 통해 교대에 진학하고자 했던 거군요?     


(H)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방향제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어요. “네가 의사돼서 의료 봉사 가는 것보다, 의료봉사 갈 제자 5명만 키워도 그게 더 나은 것 아니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G)  조금 더 쉬운 길이고 확실한 길을 선택하신 거군요. 친구 분 중에 사범대학교 다니는 분도 선생님한테 영향을 주었나요?     


(H)  그 친구는 사범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다른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 친구에게 임용을 봐서 교사가 되는 것에 불을 지폈다고 할 수 있어요. 제 친구 평생 꿈이 교사였습니다. 중등 임용고시가 어려워서 잘 안 되기도 하고 사정이 있어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이 교대에 가서 교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 친구 마음속에 있던 불을 다시 지피게 만든 거죠. 그 당시 찜질방에서 친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G)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었네요. 이제 시간이 흘러 대학생 시절로 가보겠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입니다. 기대했던 대학 생활은 어땠고, 대학을 다니면서 겪은 것과 기대했던 것은 어느 정도 일치가 되었나요?     


(H)  정말 재미있게 노는 것을 기대했었습니다. 'MT, 동아리, 도서관에서 밤을 새서 시험 준비하는 것, 연애하는 것' 등 많았죠.      


(G)  꿈꾸었던 것들은 다 이루었네요! 일반대학교였으면 힘들었던 부분도 분명 있었겠죠?     


(H)  그렇죠. 제 주변 친구들 대학 시절을 들어보면 동아리도 본인이 취업할 회사와 관련된 곳에 들어가야 하고 동아리를 스펙을 쌓는 수단으로 인식합니다.     


(G)  선생님이 대학생 때 활동했던 동아리는 어떤 동아리가 있었나요?     


(H)  "댄스 동아리, 독서 동아리, 천문 동아리, 영자 신문 동아리, 불교 동아리" 이렇게 5가지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G)  제가 알기론 기독교가 종교인데 불교 동아리에 들어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H)  모태 신앙이 기독교이지만 제가 믿는 신은 수학과 과학으로 바뀌었습니다. 호주를 다녀와서부터 가치관이 많이 바뀌게 되었고 기독교 교리와 제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G)  그럼 불교의 가치관과는 맞았나요?     


(H)  불교는 종교적으로 좋아한다기보다는 철학적인 관점에서 좋아합니다. 윤리와 사상을 수능 볼 때 응시하고 준비했는데 불교 철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사상 같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마음에 불교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G)  잠깐 호주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서 2년 동안 호주에서 살면서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준 사례를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H)  제가 어렸을 때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긴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녀서 식견(안목)을 넓힌다고들 이야기하잖아요? 개인적으로 그 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G)  여행으로 식견을 넓힐 수 없다는 건 그 지역에서 산다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H)  비슷합니다. 그 나라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일하고 생활하며 그 문화권의 삶을 직접 체험해봐야죠. 그 나라에 세금을 내고 법을 적용받고 제도를 직접 체험해보고 느껴봐야지 식견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데 호주는 이렇구나. 즉, 비교를 통해 몸소 느껴봐야 합니다. 여행은 '힐링'이지 식견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G)  그 나라에 세금도 내고 제도를 직접 체험해보니 호주와 한국을 비교해보고 몸소 체험하다는 점이 크군요.


(H)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인권에 대한 의식입니다.      

 첫 번째, 노동권
 두 번째,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 (성소수자, 채식주의자 등)
 세 번째, 다양성 존중입니다.


(G)  선생님이 호주로 워킹 다녀 오신지가 벌써 꽤 되는데 한국과 호주에서 그런 인식 차이가 엄청나군요.     


(H)  호주의 역사는 제가 잘 모르니 미국이라는 나라로 생각해보면, 영국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기 시작한 지가 250년 정도 되겠죠? 한국은 5000년 정도 되고요. 그런데 미국 민주주의 역사는 1770년대부터 시작해 250년 정도인데,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1945년부터 시작해 70년이 넘은 정도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군부독재 이후에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G)  생각해보니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한 세기조차 되지 않았네요.     


(H)  우리나라 역사 자체는 반만년의 역사일지 몰라도, 민주주의 역사는 너무 짧습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못 따라가는 게 맞는 거죠. 다른 나라는 여러 경험을 겪고 성장 통을 겪으면서 안착된 상태이고, 한국은 왕정 체제와 일제 치하에 있다가 독립하면서 민주주의로 바뀐 것이니 막상 민주주의 역사는 얼마 안 되죠. 독립 이후에 군사정권이 지배했던 때가 있었으니 민주주의 역사는 더 짧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빠르게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호주 제도에 비하면 아쉬운 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G)  지난번에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다가 들은 것 중에 성역할을 인식하는 수준도 다르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H)  세계 어디든지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해서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것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첫 데이트 때는 남자가 내고,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드는 게 맞다.’라는 성 고정관념이 호주에도 존재하죠. 한국과 호주가 결국 90퍼센트는 같고 10퍼센트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10퍼센트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다르냐면 과장해서 표현을 하자면 예컨대 한국은 여자 100명 중에 1명만이 스스로 무거운 걸(정수기통에 든 물이라고 가정) 든다면 호주는 100명 중 20명 정도가 스스로 무거운 걸 듭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덜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보니 한국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의 사람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수기 물을 교체한다고 합시다. 남직원과 여직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남직원이 하는 것이 보통이죠. 호주에서는 남자가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건 맞지만 여자가 낑낑거리면서 결국은 해냅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남자만 해야 돼?”라는 입장으로 살아갑니다. 남자가 나보다 더 쉽게 물통을 교체할 수 있겠지만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내가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이런 태도라고 설명 드리면 와 닿으실까요?     


(G)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히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권 의식’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 실 수 있나요?     


(H)  첫 번째로 노동권을 보면, 한국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호주에서는 아니고, 그 반대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너무 충격을 받은 것이 ‘노동 시간’입니다. 호주에서 제가 주6일, 48시간을 일했는데, 호주 친구들이 농담으로 저한테 미쳤다는 말을 종종 하더라고요.      


(G)  주 6일에 8시간씩 일하면 그런 소리를 듣는군요.      


(H)  그런데 한국에서는 '2020년 기준, 주 52시간'으로 줄인다고 해도 한국이 그 당시의 호주보다 4시간이 많네요.(주 5일과 6일에 차이가 있다는 점 감안했습니다.) 거의 10년 전인데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현실입니다. 주마다 다르지만 제가 있었던 Queensland 주에서 full-time position(상근, 정규직)이 38시간이었습니다.     


(G)  노동 시간 자체가 달랐네요. 선생님은 그 당시에 주 몇 시간 정도 일을 했었나요?     


(H)  1주일에 40~48시간 정도 일을 했습니다.     


(G)  주로 음식점에서 일을 하셨잖아요? 저는 대학생 때 거제도 조선소에 일을 하러 갔었을 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요. 오전 8시에 일을 하기 위해서 7시부터 준비하고 버리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호주는 어땠나요?     


(H)  호주는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 시간에 포함됩니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법이 말로만 존재하죠. 유명무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지만, 호주에는 법이 현실에 적용이 되더라고요. 호주는 법치주의 국가인데 한국처럼 말로만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라 정말로 법이 강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상 중에 하나가 한비자의 사상입니다. 법가 사상가들의 생각처럼 법이 강하죠. 우리나라도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호주로 워킹을 갔을 당시에 한국에서는 최저 시급을 제대로 주는 곳이 많이 없었죠. 한국에서는 최저 시급을 제대로 안 주어도 처벌(페널티)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 시급이 3,000원인데 2,000원만 주다가 걸리면 나머지 돈을 지불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끝입니다. 추가로 제재를 가하지 않는 현실이죠. 즉, 피고용자 입장에서는 신고해야 본전입니다. 그런데 호주는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을 걸리면 벌금이 최저 1억 5,000만 원 정도입니다. 제가 일하던 근처 일식집 가게가 실제로 걸려서 2억 원 정도의 벌금을 냈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사람
2. 용기가 없어서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 (자국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착취당하는 사람)     


이런 경우가 아니고서 최저시급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 4편에서 이어집니다. >


- 도슨트 G


Saturn, 20x20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ㅇㅇㅈ(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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