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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n 18. 2021

1관: VANTA BLACK (5)

H교사가 준비하는 미래에 대하여

VANTA BLACK 5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H)  그리고 남아공에서는 교과서가 없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필기를 엄청 잘합니다. 교사가 교과서를 칠판에 판서해주면 그걸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교육과정도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합니다. 남아공 교육 감사 시스템은 교사가 1년에 1번씩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졌는지 장학사한테 확인을 받으러 간다고 합니다. 사실 장학사도 잘 모르는 실정이죠. 수업을 잘하지 않는 교사도 많다고 합니다.      


(G)  수업을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H)  그냥 노는 시간이죠. 이 이야기의 일부는 제가 남아공 파견 교사를 위해 준비했던 기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습니다.     


(G)  선생님이 남아공에 교육봉사하러 갔을 당시를 떠올려 봤을 때 남아공 학생과 한국 학생의 태도 측면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요?     


(H)  음… 그렇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G)  그럼, 한국과 비교했을 때 남아공의 학급 당 학생 수*는 어느 정도였나요?


(* 2017년 기준 한국은 학급당 학생 수가 23명이다. 2018년도 기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35.2명이다. [출처: Class sizes in public vs private schools in South Africa, Businesstech] )

   

(H)  시설의 특성상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H선생님이 다녀온 학교는 영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라서 예외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한 100명까지도 있었습니다.      


(G)  한 교실에 100명이요?? 제 부모님 세대 때 ‘콩나물 교실’이라고 수식어가 붙고, 한 교실에 60명 정도인데 그것보다도 훨씬 많네요.     


(H)  국립학교에 많으면 100명이고, 기본적으로 40~50명이 한 반이더라고요. 그리고 남아공 현지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애들이 학교를 오려면 한 4~5km 정도를 걸어서 와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학교로 오는 경로에 슬럼(Slam)가**를 지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오는 도중에 안 좋은 일들을 보거나 직접 겪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학교 오면 학생이 거의 탈진이 되어 있다고 해서 일단 학생들을 재우고 요가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나라입니다.


(** 슬럼(slam)은 UN의 정의에 따르면 삶의 질이 낮고, 오염되어 있는 쇠퇴한 도시 혹은 지역이다. [출처: wikipedia.org])

     

(G)  그런 나라임에도 남아공 파견교사로 신청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대학생 때 1달 동안 다녀온 것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신 걸까요?     


(H)  그 1달 동안 지냈던 기억이 좋아서 다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아동 학대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우가 많고,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모나 있고 조금 사납더라고요. 그런데 남아공 현지에서 양가족을 만들어주고 충분한 돌봄(케어)을 받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제가 남아공에 갔을 때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가르치면서 나이 때별로의 차이점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신기하고 놀랍더라고요.     


(G)  그러네요! 보통 좋은 재료를 안 좋게 만들기는 쉽지만, 안 좋은 재료를 좋게 하기가 어려운데 사람일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오늘 다시 알게 됩니다. 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H)  그 마을 공동체에서 학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주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G)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보통 사명감을 가지고는 안 되겠네요?     


(H)  그래서 운영하는 영국 선교사분들 말고 교사들이 양가족을 이루면서 평범한 가정처럼 살아갑니다. 여러 면접을 보면서 정말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줄 수 있는 분들을 선발하더라고요. 영국에서 정년퇴직을 하시고 봉사하러 오시는 경우도 있어서 선생님들도 다양하고 교육학 전문가들도 많았습니다.     


(G)  수십 년 동안 지내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에 존경을 표하고 싶네요. 8번째 질문으로 가서 교사가 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꼭 공부적인 측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H)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알아서 스스로’이고, 두 번째는 ‘남한테 신경 쓰지 말자.’입니다.     


(G)  두 번째인 남들 눈치 보지 말라는 건 유독 한국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눈치’라는 말이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없다고 하던데요?     


(H)  그 말의 의미도 3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고자질이 너무 심해서입니다. 학교에서 고자질을 하는 학생에게 피해받은 사람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 누구누구가 수업 잘 안 들어요.”라고 말하면 사실 그 학생도 제대로 안 듣고 다른 사람을 본다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해야 하는 부분만 잘하자고 말하면서 지도합니다.      


(G)  교실에 그런 학생들이 많고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H)  두 번째 의미는 아까 선생님이 말한 남들 눈치 보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살아가는 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봅니다. 내 삶의 주인공이 자신이고, 인생이라는 배의 키를 잡고 있어야 하는 사람도 ‘나’ 자신인데, 그 키에 대해 다른 사람이 개입해도 아무렇지 않아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비교입니다. 누구는 이렇게 하는데 나는 이렇게 해서 우월감을 느끼는 모습이 별로였습니다. 반대로 누군가의 여러 모습을 보며 본인의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G)  첫 번째로 강조하고 있는 ‘알아서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추가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H)  스스로 조금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와 제가 어렸을 때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못해서 인생에서 손해를 많이 본 경우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특히 더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G)  선생님이 어렸을 때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쉬워서 학생들에게 유독 더 강조하고 싶으셨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네요.     


(H)  그래서 인터넷 강의를 종종 소개해줍니다. 학원에 가서 다른 선생님이 말해주는 것 듣고 마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해줍니다.     


(G)   그 말을 들으니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로부터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사실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해주셨는데 제가 모를 가능성이 더 크지만요. 과목마다 흔히 말하는 노하우(KNOW-HOW)를 몰라서 중심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맴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처럼 실용적이고 방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주신다면 학생들도 적용해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작은 성취 경험’을 어렸을 때 겪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그림을 그린 것이 학교 신문에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기억 덕분에 제가 교대에서 심화전공을 고를 때 ‘미술과’를 고르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결국은 어렸을 때 성취 경험이라고 추측해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교사로서 단기적 혹은 중·장기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H)  교사로서의 첫 번째 목표는 노후 자금 마련이고요.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G)  인공지능(AI)에 대해서 공부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요?     


(H)  시대 흐름도 충분히 영향을 주었죠. 저는 제가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휴대폰을 바꾸면서 이렇게 편하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처음 여러 가지 기능을 접하고 나서는 아이언맨의 ‘자비스(Jarvis)’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컴퓨터와 인공지능 쪽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제 가장 큰 약점이 3가지로, 미술, 음악, 컴퓨터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지 않고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G)  가장 어려워하고 좋아하지 않는 컴퓨터에 인공지능이 들어간다고도 볼 수 있는데, 도전을 하신 거네요? 뭔가를 정복해보자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H)  가장 큰 약점을 내 무기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 교육 전문가가 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G)  그럼 인공지능 교육 전문가가 되고 나서 선생님이 그리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있을까요?     


(H)  글쎄요. 그다음 목표라… 제가 인공지능(AI) 관련 대학원에 진학은 했지만 아직 수업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아서, 그다음 목표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하고 정하려고 합니다.     


(G)  그런 상황이라면 아직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기엔 재료가 부족한 상황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해외에 파견교사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해볼 의향은 있으신가요?     


(H)  아무래도 지금은 인공지능 교육 쪽으로 공부를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상황이라서 해외 파견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네요!     


(G)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작을 하셨으니 그 길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도 해보고 배워보는 것이 먼저겠네요. 제가 본 교사 중에 여러 가지 도전을 하는 몇 안 되는 선생님이신 것 같은데 그런 열정(정서적인 부분)을 가지게 된 원동력이 있을까요?     


(H)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인 것 같아요. 제가 자라온 가정환경도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제가 무엇인가에 도전하면 부모님께서 결과는 거의 안 보고 과정을 많이 봐주셔서 제가 이런저런 도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가끔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요.     


(G)  가정환경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게 작용하죠. 우리 교사는 내용적인 측면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보는 ‘공부’는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H)  경험이 정말 무서운 게, 저 같은 경우는 수학을 가르칠 때 사교육처럼(?) 가르칩니다. 제가 평생을 그렇게 배워서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과학은 창의적 사고,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실험을 주로 하면서 가르칩니다. 대학생 때 과학영재 수업 보조 교사로 들어가면서 본 것이 영향을 주어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찰’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교수님들의 수업 방식이나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 등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G)  맞아요. 교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 이상은 우리도 알려줄 수가 없어서, 교사가 겪은 경험이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처럼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선생님과 지내는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  다음에 또 만나서 이야기 나눠요.


꽃잎, 20x20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ㅇㅈㅇ(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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