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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l 06. 2021

4관: PRUSSIAN BLUE (5)

다다익선 경험판

PRUSSIAN BLUE 5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G)  선생님은 교사로서 단기적 혹은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K)  목표라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스페인어 시험(dele)을 준비해서 중남미 쪽에 재외국민 교육기관 파견 교사로 지원해보고 싶어요.     


한국어교원자격도 준비해보려고 해요. KOICA를 통해서 파견을 갈 수 있더라고요. 일단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넷 카페에 이런 내용들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G)  다양한 분야로 도전해보려는 의지가 대단하십니다. 스펙트럼과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또 중요하니까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다른 교사들보다 더 강점인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K)  기본적으로 수업을 할 때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본 것처럼 가르치면 학생들이 진정성을 못 느끼거나 허위 정보를 유포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제 학창 시절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어서요.      


제 강점은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직업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있거나 잘 모르는 경우에는, 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변호사나 파일럿에 관심이 있다고 할 때, 바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실제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이 학생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회사라서 더 실제적으로 이야기해줄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파일럿으로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학교에 방문하여 직업 인터뷰처럼 진행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다방면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경험’‘네트워크’라고 이야기드릴 수 있겠네요.    

  

(G)  많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정말 부러운 부분이네요. 저도 선생님을 포함하여 주변 지인들과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를 여러 번 방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스페인 이외에 다른 나라들은 어디 다녀오셨나요?

   

(K)  핀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필리핀, 베트남, 중국(베이징, 시안, 상하이, 선전, 광저우), 일본, 인도, 홍콩, 마카오, 캐나다, 미국 등을 다녀왔네요. 여권을 만들어서 도장받는 면을 다 쓸 정도로 다녔죠. 공항을 가는 것이 이제 익숙한 느낌이죠.    

 

(G)  저는 해외를 많이 안 가봐서 잘 모르는데, 여러 나라들을 다녀오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을까요?


(K)  회사를 그만두게 된 동력이자 용기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일 때문에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을 갔었습니다. 같이 출장을 간 동료와 카페 야외 좌석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젊은이 2명이 엄청 큰 배낭을 메고, 슬리퍼를 끌고 와서 우리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커피 마시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저랑 나이가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는 20대 중후반에 해외여행을 다니면 ‘취업에 실패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이야기하다 보니 호주에서 온 두 청년은 회사를 휴직하고 온 경우더라고요. 그 나라의 노동 유연성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한국은 20살 정도에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남자인 경우 26살 안쪽으로 군 생활을 마쳐야 하고, 30살 안에 취업해야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아야 하고, 40대에는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처럼 끊임없이 정해져 있는 스케줄(어쩌면 과제)이 있는 것처럼 살아왔잖아요?     


좋은 계기는 아니지만, 이번 코로나19와 경제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인해서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사람들에게 강요되는 스케줄이 유연하지 않고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류에 편승하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을 규정지을 수 있는데, 외국에 많이 다녀오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어요. 대화를 통해 신선한 문제 제기를 받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제가 너무 갇혀있다는 것을 크게 느꼈죠. ‘어, 우리나라만 야근을 강조하네?’처럼요.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정말 그렇구나!’하고 깨닫게 된 것이 외국에 다녀와서 안거죠.     


(G)  듣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지는 못한 거네요. 백문이 불여일견 같은 느낌이네요.     


(K)  외국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이런 방식으로도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죠. 사회에서 ‘일반화된 스케줄을 따라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표준(스탠더드)이라고 생각했지만요. 유연한 사고를 한 덕분에 교대도 갈 수 있었던 거죠.     


(G)  도전을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군요.   

  

(K)  ‘남들 사는 대로 안 살면 조금 어때?’라는 생각입니다.   

  

(G)  그렇죠. 일정한 나이에 꼭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금 어떻습니까? 제가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통점들이 보이네요.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선생님이 ‘경험’과 ‘네트워크’가 강점이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켰나요?     


(K)  지금도 그 부분은 하고 있죠. 교육대학에 재학 중일 때 틈이 나면 외국에 나가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 계속 만나게 되고요. 틈날 때마다 지인들과 이야기하고요. 코로나 사태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들을 수업에서 풀어내면서 활용하고 있죠.      


(G)  어떤 일화를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이야기해주면 선생님한테도 학생들에게 의미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K)  그렇기 때문에 항상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기대됩니다. 미리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서는 준비된 이야기 중에 하나를 해줘야겠다고 계획하죠. 저는 제 수업을 스스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이라고 자부합니다.      


(G)  앞으로도 계속 여러 도전은 하실 거죠?   

  

(K)  도전해야죠. 계속 새로운 경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급이지만 자율연수휴직도 하면서 재직 중일 때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활동을 해볼까 생각합니다. 교사의 경험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G)  제가 아는 분이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시길 ‘교사가 될 사람들은 임용 전에 외국에서 어느 정도 살아봐야 한다.’ 고도 이야기해주셨어요. 순전히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요.       


학생들이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차이가 날 것 같아요.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는 경우는 운이 좋다고 봐야겠죠?


(K)  교사들마다 각자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학생들도 교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G)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경험입니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본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학생들이 많으면 많아졌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아서요.


이런 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이나 지도를 해주면 좋을까요?   

  

(K)  일단은 저도 여러 회사를 다녀보고 교사로 접어든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는 체험해봐야 알거든요. 다 해보면 좋겠으나, 그렇게 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진정성 있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추체험’이 필요하겠죠? 학생 스스로가 생각이 열려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학생의 성장 환경과 부모님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린이들은 선입견이 없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데, 주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학생의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 현상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도록 부추기면 안 되겠죠?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인을 초빙해서 소개해주는 교육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맡았던 학생 중에 운동선수로 활동하다가 중단한 학생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진로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학생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도 방법은 그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함께 탐색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은 아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비슷한 것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는 체험이나 추체험을 통해서 경험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부분이나 나쁜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측면을 함께 제시해주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환상이나 편견을 심어주면 안 되겠죠?     


제가 진짜 어렸을 때 기차를 너무 좋아해서 기관사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맡고 있는 반 학생 중에 한 학생도 기차를 너무 좋아해서, 스스로 기차 모형도 만들기도 하고, 기차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더라고요. 비싼 기차 모형을 구매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용돈을 모으기도 하고요. 부모님도 그 학생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를 하더라고요.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일부러 기차역에 방문하기도 하고요. 저는 주제 글쓰기 피드백을 하면서 학생이 주제로 삼은 철도 차량과 관련된 댓글을 달아주고, 기차 그림도 그려주었어요. 이런 것이 진로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G)  마지막에 이야기해주신 학생은 정말 대단하네요. 뭔가를 딱 봤을 때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는 점이 신기하네요. 누군가는 우연히 본 것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부가 된 다는 것이 저에게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더라고요.      


오늘 덕분에 많은 통찰력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에이 저 선생님이니까 가능한 거지’라는 생각에서 저도 작은 것부터 도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으로 옮기도록 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 내용 중 마지막을 장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6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


나무 프로젝트, 15.8X22.7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ㅅㅈㅇ(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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