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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l 05. 2021

4관: PRUSSIAN BLUE (4)

가끔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PRUSSIAN BLUE 4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G)  은행원으로는 얼마나 일을 하셨나요?     


(K)  1년이 약간 안 됩니다.      


(G)  얼마 안 되네요?!     


(K)  네, 정말 은행원은 하고 싶지 않아서 오래 일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 제가 잘 웃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은행원이 잘 어울린다고 말하지만 당사자인 제가 즐겁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G)  그 당시 은행원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K)  제가 다니던 은행의 신입에게 권장하는 출근 시간은 7시 30분에서 8시 정도였어요. 지점 식당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그 후에 메신저로 오는 경제 뉴스나 증시 동향을 정리해서 주변에 알려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준비했어요.      


다른 분들이 조금 뒤에 오시면 아침 회의를 잠깐 합니다. 우리 지점에서 조금 더 판매해야 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안내받기도 하고 본점에서 전달하는 내용 등을 숙지하는 시간입니다. 8시 40~45분 정도가 되면 본인 자리에서 시재 박스를 준비합니다. 시재 박스는 100만 원 이하의 현금을 모아 놓은 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동전이나 지폐 소액권을 모으는 통이죠. 그렇게 하고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셔터(?)가 올라가면 바쁜 날에는 고객들이 밖에 엄청 줄 서 있습니다. 대기하시는 고객들이 번호표를 빼고, 또 빼도 계속 나오고요. (하하) 고객들에게 상품들을 권유하기도 하고요. 저 때는 4시 30분 정도에 셔터를 내렸어요. 지금은 시간 조정이 된 것 같네요. 셔터를 내려도 뒷문으로 고객들이 많이 들어왔죠. 급한 일이라고 하면서 많이들 오셨어요. 그 업무들까지 다 처리하면 5시 정도가 되고, 오늘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점검하고 입출금 전표나 장표 등을 점검하는데 30분 정도를 쓰죠. 이것까지 마감하면 6시 정도가 되고 지점 전체가 마감이 되면 저녁을 먹는 시간이 됩니다. 7시 정도부터 진짜 일이 시작됩니다. 대출을 실행한 경우 각 건마다 서류가 잘 구비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다른 것들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본점에서 하라고 지침 사항을 각 지점별로 확인하는 일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일 하다 보면 오후 8~9시는 기본으로 넘기게 되더라고요.  

  

(G)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은행원 일과보다 더 복잡하네요. 사실 한 개인이 본인이 속한 직업 이외에는 잘 모르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은행 문이 일찍 닫히면 다 퇴근하는 줄 알았는데, 그 이후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셨네요.     


(K)  인터넷 기사 댓글 같은 곳에서 보면 교사들도 ‘애들 하교하면 교사 일 안 하는 거 아니야?’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사실 그 이후에 행정적인 일들을 비롯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은행원도 그랬죠. 학생들을 앞에 두고 행정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은행에서는 고객님들이 오셨을 때 서류 정리나 대출 연장 같은 다른 일을 할 여건이 안 되는 것이죠.    

 

(G)  쉽게 생각해서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은행원이 선생님이셨던 거네요?     

(K)  그런 분들은 입출금 혹은 환전 담당해주시는 소위 말하는 teller(텔러)이고 저는 조금 더 안쪽에서 대출이나 펀드 상담 같은 것을 해주는 일을 했었어요.  

    

(G)  그런 것 보면, 교사 퇴근 시간에 감사해야겠네요.


(K)  사실 교사들 퇴근 시간이 정상인데 사회에 비정상이 만연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가 말해주기를 오후 5~6시 정도면 회사 건물에 다 불이 꺼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개인에게 장려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G)  생각해보면 또 그러네요. 너무 생활 속이나 사람의 의식 속에 박혀 있어서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네요.      


그런 환경에서 지내시다가 다시 교대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요?     


(K)  일단은 제 가족이나 친척 분 중에 교사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렴풋이 ‘교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막연하게나마 있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조금 성실함을 가지고 하면 잘하기는 쉬운데,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면서 고객이 원하지 않는 상품을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제게는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내가 원래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지?’라고 스스로 돌이켜보았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늘 교대에 입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요. 저처럼 회사 생활을 하다가 조금 늦게 교사가 된 선생님의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어요. 제가 이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았는데, 긴 격려와 조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교대에 합격하자마자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카페에 합격수기를 올리기도 했고요.


(G)  실행력이 확실히 있었네요?     


(K)  ‘언젠가 교대를 간다면 지금쯤 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고, 회사에서 제가 맡은 중요한 업무를 마무리하고서 교대로 간 거죠.

   

(G)  교사를 하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불씨를 다시 지핀 분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선생님이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금융 쪽에서 일을 했던 분으로서 ‘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궁금하긴 했습니다.     


(K)  사실 제가 경제 교육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어요. 세무서에서 ‘세금 교과서’를 받아서 계기 교육 정도는 했는데, 체계적으로 금융 교육을 하지는 못했어요. 아동들도 경제 개념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될 텐데요. 어떤 선생님이 학급 운영을 ‘학급 화폐’로 하고 있어서 참고는 하려고 했는데 학교 일이 바쁘고 우선순위가 있어서 못하고 있었네요.


(G)  충분히 상황 이해합니다. 저도 그분 영상을 보고 제 나름대로 재구성하여 올해 실행해보긴 했어요. 은행원, 경찰관, 선생님, 청소부 등등 역할을 나누고,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 면접도 간단하게 보고 하니까 학생들을 진지하게 참여하고 책임을 맡아서 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뿌듯하더라고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를 많이 못 나오다 보니 지속적으로 실행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저는 어렸을 때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당시 아쉬웠던 부분을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꼭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활동을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질문을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제 경우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해보기를 권유합니다.


(K)  저는 기본적으로 '책임'을 많이 강조합니다. 어린이들도 자신의 역할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모둠 활동에 향상 점수를 도입하는 건데, 애초에 나는 점수나 성취도가 낮아서 모둠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성취 수준에 맞는 기준 점수보다 높은 성과를 얻게 되면 자신의 모둠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특정 학생이랑 같은 모둠이 되는 경우 싫은 내색을 하는 학생들에게 그 학생이 오히려 모둠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도 있다고 여러 예를 들어 이야기해줍니다. 영어는 제가 가르치지는 않지만 영어 쪽지 시험 같은 경우가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더라고요. 어느 날에 영어 시험이 있으면 아침에 독려하고 서로 알려주려는 모습을 학생들이 보이더라고요. 학생들이 다른 친구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본인이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지도합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면 학부모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해야 할 바를 완수하고 하교하도록 하였습니다.  

  

(G)  저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원격 학습으로 해야 하는데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등교한 경우 학생들에게는 방과 후에 지도하고 보내기도 했어요. 요즘 학생들이 ‘에이 아무리 선생님이어도 저렇게는 못하시겠지?’ 이런 생각이 학생들에게 은연중에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학생들의 예상을 깨려고 하고, 그러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파악도 더 수월하더라고요. 학생들은 힘들어하겠지만요. (하하) 

 

올해 학생들 전체적인 학습 수준은 낮아지고, 이 안에서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고요.


<5편에서 이어집니다.>


- 도슨트 G


위 베어 베어스, 20X20cm, 2021,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ㅇㅇㅈ(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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