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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Oct 15. 2023

산만언니의 교사 집회 현장 이야기: 선생님들의 3중고

지금은 답이 없다

1.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자살이다  

서이초를 시작으로 두 달이다.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 끔찍한 건 교사들의 자살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통계에 따르면 교사들의 자살률은 전체 사망자 중 11% 자살공화국, 아니, 한국의 전체 사망자 중 자살 비율(4.2%)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치(‘21 복지부 통계 기준). 한때 직업 선호도 상위권을 달리던 ‘교사’ 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를 막을 제도적 방법은 없는 걸까.

2. 그냥, 갔다

서이초 사건 이후 두 달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지난 9월 2일엔 30만 인파가 검은 상복을 입고 여의도로 몰려들었다. 이 토요 집회는 오는 14일부터 재개된다. 교사들은 왜 토요일마다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오는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 무언가가, 어떤 공기가 그곳을 지배하는 걸까. 궁금해진 나는(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교사들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지금부터 이어질 글에 포함된 내용은 선생님들과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토대로 한번에 읽기 쉽게 쭈욱 작성했다. 개개인을 언급하고 싶지만, 혹여 불이익이 미칠까 그럴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시라)  

지난 9월 2일은 집회 이후 최다 인원이 모인 날이다. 국회의사당 앞이 그야말로 검은 물결로 가득했다. 당일에 나 역시 차량 통제를 예상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 역이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가 인원의 대다수는 전현직 교원, 물론 그들의 가족도 왔다.


현장 분위기는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이유는 바로 다음에 있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서이초 교사 49제 추모제)'에 연차와 병가를 내고 참석하는 선생님들을 전부 징계하고 벌주겠다며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들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의 공교육 추락을 막기 위해 토요 집회를 강행하고 9월 4일에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연차와 병가를 내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의 단체 행동에 교육부가 압박을 느낀 건지, 그도 아니라면 화들짝 놀란 대통령실의 별도 지시 때문인지 (유력한데...? 아, 개인적 주장이다. 압수수색은 딴지일보로 하시길) 9월 2일 집회 이후, 이주호 장관은 재빠르게 ‘9.4일 추모제에 참가한 교직원들을 징계하지 않겠다’로 태세전환을 한다.

그래, 잘했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런 순간마다 곰발바닥 내밀었다 소발바닥 내밀었다 다시 오리발바닥을 내미는 액션을 취하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하긴, 내가 바보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내 몫이지.   


3. 주최측, 없다

현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시위 시작 시간 두시를 넘겨서도 계속해서 밀려드는 인파로 늦게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전부 여의도 공원으로 가야 했다.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결의에 찬 얼굴이다. 이 건에 관심을 가지다 친해진 교사에게 듣자 하니 그날 현장에 모인 선생님들 조차 시위 규모에 놀랐다고 한다. 그때, '아, 우리 어쩌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아, 이들의 토요 집회에 주목해야 할 지점이 또 하나 있다. 집회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주최 측이 따로 없다는 거다. 이번 시위의 최초 제안은 "인디스쿨"이라는 초등교사들의 수업자료 공유 라운지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풀뿌리 교사들이 집회를 만든 거다. 그런데도 매주 구름떼같이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자발적으로.

(물론 이를 두고 혹자는 빨갱이 개입설을 주장하겠지만...!).


4. 악성 민원, 과도한 행정 업무, 돌봄까지...   

흔히들 교권 회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 아동 인권과 교권 수립이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가치처럼 말한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렇지 않다” 고 말한다. 맞다. 걔 중 슬금슴글 기어나오는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면 안 된다. 그렇다. 다 아는 얘기다. 예전처럼 아이들을 때려가며 가르쳐야 한다는 발상은 한 마디로 말해 납작하고 단순하며 야만적인 발상이다(하지만 이 정권에선 그렇게 밀어 부칠 수도....?... 아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난 두 달간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자 정부는 서둘러 교권보호 4대 법안('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을 공포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본 개정안으로 현재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아동복지법에 있는 정서적 학대 조항에서 교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 한 지금의 교육환경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한다. 판단 기준이 모호해 문제가 되는 아동복지법  17조 5호의 "정서적 학대" 부분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악성민원인에게 강력한 칼자루를 쥐어 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와 법제처는 법조항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이유로 교사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해서 양쪽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어째야 할까. 절충안이 나와야겠지. 악성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의 수정안, 개정안이 필요하다. 아니, 그 똑똑하고 잘난 법무부 장관이 있는데 왜 고민해? 법 기술자들 좀 모아서 고소 회피 루트 잘 짜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 는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이럴 때야말로 그 좋은 요리조리 회피 법기술을 좀 발휘해주면 좋으련만.... 도 나만의 생각이다.  

일부 부모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교사 알기를 우습게 아는 이들의 도덕적, 사회적 책임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내 새끼 귀하면 남의 새끼도 귀해 보이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한다. 내 새끼 돌봐주는 선생들도 전부 집에 가면 귀한 딸이고 소중한 아들이고 아빠이며 남편이고 와이프고 엄마 아닌가. 어쩜 그렇게 염병 천병을 하는지 아주 그냥 확 뚜까패주고 싶... 은 나만의 생각이니 신경쓰지 마시길.





화제가 되었던 '대비마마'의 글. 왕세자에 대한 사랑이 넘쳐 문제가 되었다.


현실적으로 부모가 아동복지법을 걸고 넘어지면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요즘 교실에선 '금쪽이'들이 아무리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해도 소리 높여 야단을 칠 수 없다. '내 기분 상해죄'가 성립되어 부모가 혹시라도 학교 측에 민원이라도 넣으면 여간 골치 아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는? 한국 교감, 교장이 언제 책임을 졌던 적이 있는가. 어지간한 일은 일반 직장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뿐, 즉, 전부 교사 잘못으로 하고 문제 덮기에 급급하다. '위험의 낙수효과'라고 해야하나? 그러니 교사들 속이 타겠나 안 타겠나. 교사들의 업무에 은근슬쩍 돌봄 업무가 추가된 것도 문제다. 사실 대부분의 민원이 학습 지도 중 일어나는 게 아니라 돌봄 문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 또한 상상 초월이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맨날 바둑이나 두러 다니길래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널널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요즘 교사들은 몸이 몇개는 되어야 떨어지는 업무를 다 처내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잡무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대비?)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수업 준비를 못하면 아이들이 집중을 안 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 집중시키느라 애쓰다가 진 다 빠지고... 아주 그냥 악순환이다.  


5.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이들과 함께

현재 교사들이 겪는 생존권 문제는,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적 문제가 맞물려 일어난 일이다. 대학만 가면 그만이라는 학벌주의, 엘리트주의, 기득권들의 우월의식, 그런 것들이 전부 어우러져 공교육 안에서 선생님을 무시해도 좋고 무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 과거처럼 학교 선생이 '내 새끼'의 미래에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연히 지금 상황도 정상은 아니다. 결국, 교사들의 권력은 예전만하지 못한데 책임질 일만 잔뜩이니 부모들이 이토록 자유롭게 '지랄 옆차기'를 하는 셈이다.  

응? 아닌데? 교사들이 학생에 대해 생기부에 그대로 적으면 그만인데?... 라고? 아니, 현재 교사들은 학부모 무서워서 생기부조차 솔직하게 적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스워 보이겠는가. 그렇게 커온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그때 갑자기 태도가 확 달라릴까? 사회에 나가면 또 달라질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연이은 교사들의 죽음이 더욱 슬픈 이유는 돌아가신 교사들이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꿈이 교사였던 분들이라는 거다. 아이를 키워 본 분, 조카가 있는 분은 알 거다. 특히나 초등교사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아이도 없고 조카가 없어도 우리 다들 명절에 경험하지 않는가. 아이들은 홀로 있어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야말로 생명력 그 자체다. 그런 애들을 30명이나 한 공간에 밀어 넣고, 앉히고, 칠판을 보게 하고,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걸 해내는 분들이다. 그런데 왜 다들 존중을 안 해. SSIBURAL!!!!(...은 개인적인 추임새입니다.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앞으로 교사들은 계속 거리로 나올 것이다. 나도 계속 따라 나갈 거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아이들을 위해, 무엇 보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그러니 다들 정치든, 각자의 관심사든 즐길 건 즐기시고 교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들이 추구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세상"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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