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단근 Jul 15. 2024

너무 참기만 하면 현재가 불행하다

검은 머리 짐승은 바뀌지 않는다.

성격에 대한 풍문이다.

그 본성은 자신에게 최적화되었기에 변화를 추구하다가도 원래로 돌아가려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쉽게 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불변하는 것도 아니다. 

    

어릴 적 간식거리로 떫은 감으로 단감을 만든 적이 있었다.

땡감을 소금물에 담근 후 시간이 지나니 말랑해지고 달콤해졌다.

땡감처럼 성격은 부단한 자각을 통해 통찰력이 생기면 변할 수 있다.

소금을 뿌리듯이 통찰을 넓히려면 독서를 통해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고, 독자적 사고를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독서로 끝나면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한 줄이라도 기록할수록 생각은 조금씩 말랑말랑해질 수 있다. 

    

아내는 위가 가늘어, 소식할수록 건강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남긴 반찬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성격을 버리지 못해 꾸역꾸역 흡입하다 자주 토했다.

그녀의 모습은 아궁이에서 남은 밥을 먹던 어머니의 그림자와 겹쳐 짠하다.

건강이 염려되어 “음식을 안 남기려다 병원비 더 들어”라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식습관을 바꾸라는 잔소리보다 환경이라도 바꿔주고 싶어 밥을 작은 그릇에 담고, 반찬을 소량만 꺼냈다.

가까운 이의 성격을 바꾸라고 설교하지 말고, 곁에서 든든한 배경이 되어서 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사랑하는 이가 본능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듯 자신도 구출하자.

나를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찾자.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내 안에 숨어있는 나를 마주치자.

내 안의 성격이 어떤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행동하자.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깊이 고민하되, 때론 당신에게 자비로워지자.

맛난 음식도 사 먹고, 좋은 옷도 사보는 등 수고한 당신에게 보상을 해주라.

힘이 들면 잠시 마음이 가는 대로 놓아두었다가 다시 가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성공하면 무덤에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 한동안 가지 못했다.

그런 나 자신을 구제하고 싶어 남모르게 찾아갔다.

“엄마 다음에 또 올게. 내게 버틸 힘을 줘”라고 한참을 울었다. 

너무 참기만 하면 현재가 불행하다. 

    



- 천년집 -

어매는 엊그제 집에 들어갔다.

잔디로 이은 지붕에

두자 남짓한 방에 누웠다.

낮에는 해를 바라볼 수 있고

밤에는 별이 내려온다. 

그러나 나는 그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어머니는 유통기한이 없다.

천년이 가도 그립고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말을 못 했지만 속은 골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