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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r 04. 2024

우리 집은 책 읽는 도서관

우리 집에는 함께 책에 빠져드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 애들이 하는 세 가지를 하지 않는다.

TV, 아이패드 그리고 휴대폰이다.


누군가는 미디어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하지만 

애를 셋 키워본 애 엄마로서 

그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했구나 했던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이들을 기간으로 보내지 않고

함께 5년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육아를 했던 것.


아이들이 징징대고 칭얼대고 울어대도 

조용히 시키기 위해 또는 내가 편하기 위해서 

각종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애들은 그렇게 

막 미디어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일단 집에 미디어가 없으니 

애들이 몸으로 많이 논다.


미디어가 없으니 시간이 많이 남고

시간이 많이 남으니 심심하다.


심심한 시간과 시간 사이에 

자기들끼리 신기한 놀이를 만들어서 하거나

자동차 놀이나 장난감으로 놀기도 한다.

종이접기도 많이 하고 

가위질도 많이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져서 가보면 

다들 책을 읽고 있다.


첫째와 둘째가 읽으면 셋째도 옆에서 

글자도 모르면서 책을 읽고 있다.


나도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셋째가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한순간에 우리 집은 

책을 읽는 도서관이 된다.


다들 조용히 각자의 책에 집중하는 그 순간

TV설치 안 하고 핸드폰 떼써도 안보여주고 

아이들 만 3살까지 식당에서 외식도 안 하기를 

참 잘했구나 싶다.


그렇게 책에 한동안 조용히 몰입하다가 

한 명이 놀자고 하면 또 놀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다고 공부를 잘하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 


하지만 그나마 책을 읽었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내가 

인생의 고비고비를 잘 넘기고 

이렇게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싶다.


내 인생에서 책이 즐거움과 현명함을 가르쳐준 동반자였듯이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도 

책이 그런 동반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순식간에 책을 읽는 도서관처럼 

조용해지고 

아이들이 책에 빠져드는 그 순간은 

나에게는 마법의 순간이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또 기억하고 싶은 

그런 순간 말이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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