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Apr 10. 2024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가족을 제외하고 사람의 인연은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우연히 만나 반갑게 함께 지내고 

인연이 끝나면 헤어지는 그런 것.


그걸 깨달은 후로는 

가는 인연 막지 않고 

오는 인연 쉽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그 경험이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기에 

모든 인연을 흘러가게 두자라는 다짐을 하고 또 한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저 친구가 정말 좋다고 생각되는 인연이 종종 찾아온다.

정말 친해지고 싶다거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바람을 가지지만 

저 친구가 나를 내가 저 친구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금세 마음을 잡고 털어버린다.


인연은 내가 노력해도 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나이이기에 

한 시절 즐거웠습니다 하고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한다.


서로를 친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도 

타이밍과 균형이 필요한데 

저런 인연은 내가 마음이 그쪽으로 쏠려 

균형을 맞출 수가 없다.


연락을 자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다가 

그 친구에게 연락이 없으면 속상해지기도 하는 

쫌생이가 되어버린다. 


사실, 그런 인연들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벌써 알고 있다.


탁구처럼 마음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인데 

내가 줘도 상대편이 바로 탁 받아쳐지지 않는다면 

서로 뭔가 어긋나 있어서 언젠가는 

끊어질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댁 언니와의 인연은 신기하다.

자연스럽게 서로 학교에서 알게 되었고

자주 만나고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항상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언제 전화를 하든 만나든 편하고 

친정집 가듯이 언니네 가고 

언니도 동생네 집 오듯이 우리 집에 온다.


이런 인연을 또 만들고 싶었는데 

인연에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하고 

상대에게 잘해줘도 안 되는 것임을

호주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깨달았다.


서로가 서로를 시나브로 좋아하고 

인생에 스며드는 우리가 

서로에게 기적이 아닐까 싶다.


상대가 날 좋아하고 

내가 상대를 좋아해야 성립이 되는 

관계라는 것.


그런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고 

그 기적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토닥이며 외로운 인생살이를 견뎌낼 수 있다.


안 되는 인연 너무 집착하지 말고 흘러가도록 놓아두자.

누가 알겠나.

이런 기적이 저 모퉁이를 돌면 기다리고 있을지도.


인생은 알 수 없고,

삶은 작은 기적을 여기저기 숨겨놓는다.

그런 기적이 독자님들과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Photo by Alistair MacRobert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아이 사회성 괜찮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