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바닥을 맨발로 다니다니!
호주에 제법 오래 살다 보니
처음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다가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다른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맨발로 걸어 다니거나
아이들 조차 맨발로 걸어 다니게 내버려 두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하고 당연해서 몰랐는데
신발을 벗는 곳이 없고 신발장이 없는 호주에서
살다 보니 내가 '깨끗한 발'에 집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쇼핑센터에 가서
맨발로 공중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을 보거나
비에 젖은 흙이 가득한 뒷마당이나 거리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보면
집에 가서 발을 씻고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세균이 득실거리는 공중화장실에 갔다가
설마 그 발 그대로 거실을 밟고
검디 검은 발바닥으로 침대에 올라가는 것인가? 하고 상상을 하면
그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내가 알던 사람 한 명이
매번 우리 집에 올 때마가 그런 검은 발바닥으로
우리 집 현관문을 넘어 걸어 다닐 때
속으로 정말 움찔했다.
발이 더러운 것을 모르나?
저런 더러운 발로 다른 사람 집에 가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라는 온갖 생각을 했었다.
맨발로 왜 다니냐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신발이 불편하거나
원래 그렇게 신발을 신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맨발로 다니는 어떤 이유가 있을 법 한데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물어볼 기회가 없어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떤 이유든 내 집에서는 발을 깨끗하게 하고
와주었으면 한다.
요즘 아시안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호주 사람들도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집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실외에도 신발을 꼭 신고
발을 꼭 씻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문화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맨발로 다니다니.
발바닥이 정말 강한가 보다.
난 평생 못할 것 같다.
*이웃집 아저씨도 맨발로 자주 다니시던데
언제 한번 기회를 틈타 여쭤봐야겠다.
왜 맨발로 걸어 다니시는 거예요? 하고.
대답을 듣게 되면 업데이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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