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받기 전에 반드시 깨야 할 3가지 편견
※ 유튜브 영상과 본문 중 편하신 방법으로 보시면 됩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찾아오시는 의뢰인들을 만나면 가장 큰 문제점이, 경찰조사가 뭔지를 전혀 모르신다는 겁니다. "사건이 어떻고, 증거가 어떻고……"부터 시작하시는데, 거기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받을 이 경찰조사가 전체 형사절차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경찰 수사관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아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관한 3가지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 경찰은 억울한 사람 편이다?
우리는 막연히 경찰은 범인 잡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경찰 수사관에게 사건은 ‘일’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경찰공무원의 최우선 목표는 범인 검거가 아니라 퇴근 좀 일찍 해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고소인 편일까요, 아니면 피의자 편일까요? 경찰은, 둘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이 많아지니까요. 경찰은 억울한 사람 편일까요? 아직 수사도 안 해봤는데 누가 억울한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고소인은 억울한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억지 고소로 멀쩡한 사람을 괴롭히는 진상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모든 증거를 갖고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사건 하나에 팀 전체가 매달려서 분석하고 과학수사 하고 그러지만, 현실에서는 고소장 하나 제대로 읽기에도 바쁩니다.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쌓여있지요.
“경찰이 알아서 잘 수사해 줄 것이다”, 이 편견을 깨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본인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경찰은 내 억울함을 밝혀줄 거야. 난 죄가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경찰서에 들어갔다가 사건이 이상하게 꼬이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나의 억울함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경찰은 고소인편도 아니고, 피의자편도 아닙니다. 경찰 수사관 본인의 편이지요. 경찰이 알아서 해 주길 바랄 게 아니라, 경찰이 내 편이 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2. 판사가 나를 구해줄 것이다?
TV드라마나 영화에는 경찰이 억울한 사람 범인으로 잡아 놓더라도 변호사가 도와주고 판사가 풀어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의뢰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경찰이나 검사가 내 억울함을 몰라줘도 재판에 가면 판사가 내 말을 들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신 분이 많습니다. 최종 판단을 하는 건 법원이니까 재판에 승부를 거는 것이지요.
이 편견도 깨야 합니다. 영화와 현실을 구별하세요. 우리나라 형사사건 무죄율이 1%가 안 됩니다. 사건이 처음부터 판사한테 가는 게 아니라, 검사가 이미 사건의 기승전결 틀을 다 짜 놓은 상태에서 보는 겁니다. 판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피고인은 99% 확률로 유죄인 범죄자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경찰이 처음 접하는 사건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성의 실체입니다. 형사사건 불기소율은 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50%가 넘습니다. 절반의 확률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운명을, 1%의 확률과 50%의 확률 중에 어디에 걸어야 할까요?
영화에 속지 마세요. 내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판사보다는 경찰 수사관일 확률이 높습니다. 재판에서 다 하겠다는 편견을 버리십시오. 경찰조사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3. 변호사가 알아서 다 해 줄 것이다?
변호인을 선임했으니까 다 알아서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변호인을 믿고 의지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형사절차를 모두 변호인이 대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론 법정의 공판기일에서는 변호인이 옆에 있으면 상당히 편한 게 사실입니다. 변호인이 대부분의 변론을 다 해주기 때문에 피고인은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수사단계는 다릅니다. 의뢰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저 조사 받는 게 너무 무서운데, 변호사님하고 같이 가면 변호사님이 대신 다 대답해 주시는 건가요?” 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법적으로는 “나는 아무 말 안 할테니 내 변호사한테 물어봐요!”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처음부터 수사관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고 시작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은, TV뉴스에 나오는 정치적 사건들처럼 처음부터 경찰, 검찰과 전면전을 할 때 쓰는 전략입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저런 방식을 추천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변호사가 일하기 싫어서 그럴까요?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경찰수사관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의심가는 사람을 불러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저는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제 변호사한테 물어보세요.”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의심이 풀릴까요? 아니죠. 매우 더더욱 의심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경찰조사를 받을 때는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모든 대답을 성실하게 하는 게 가장 좋고, 변호인은 필요할 때만 개입을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변호사가 나 대신 말 많이 해주고, 나를 위해서 수사관과 맞서 싸우고 그러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와, 역시 변호사가 있으니까 든든하네!' 싶겠지만,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 봅시다. 과연 그게 의뢰인에게 도움이 될까요?
수사를 잘 받으려면 변호인만 믿고 손 놓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의뢰인도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이게 잘 되려면, 의뢰인과 변호인 간에 손발이 서로 잘 맞아야 합니다. “저만 믿으세요,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이런 말은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의뢰인한테 "이거 저거 가져오세요, 이거 대답해 보세요." 이렇게 나를 귀찮고 불편하게 만드는 변호사를 찾아야 의뢰인도 제대로 대비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자, 이렇게, 경찰조사에 관한 세 가지 편견을 깨 봤습니다. 결국 결론은 경찰조사를 받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밖에 경찰조사에 대비할 때 중요한 점을 몇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4. 첫 조사가 중요하다
우선 경찰 첫 조사가 중요합니다. 보통 경찰서에서 전화를 해서, 무슨 사건인지는 자세히 말 안 해주고 간단하게 조사가 필요하니 언제언제 나올 수 있느냐라고만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은 ‘네 알겠습니다’하고 수사관이 말한 날짜에 맞춰 나가가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첫 조사일입니다. 따라서 처음 조사받는 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소장 열람도 해야 하고, 제대로 준비를 하고 조사 받아야지요.
혹시 이미 조사 날짜를 잡았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분이라면, 경찰 수사관에게 전화하면 됩니다. 여러 번 미루는 거는 문제가 있겠지만, 처음 조사일정을 한 번 정도 변경하는 거는 흔히 있는 일이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정을 미루는 경우 명분은 업무상의 이유를 대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그리고 날짜는, 한두달씩 미룰 수는 없으니까, 대략 2주 정도 후로 잡으면 적당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소사건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변호사처럼 “고소사건인가요?”하면 좀 이상해 보일 수 있으니, “혹시 누가 저를 고소한 건가요?” 이 정도로 물어보시면 자연스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고소사건이라고 하면 반드시 고소장 열람을 한 뒤에 첫 조사를 받으세요. 고소장 열람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하는지는 인터넷 검색하면 많이 나오고 단순한 절차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또 수사관에게 일정 조율에 관한 통화를 하면서 무슨 사건에 관한 조사인지 물어보십시오. 그럼 대부분은 ‘전화상으로 자세히 말하긴 어렵다’고 하면서 잘 말 안해줄 겁니다. 그럼 더 캐물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수사관의 말을 한두마디라도 더 들어 놓으면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때 주의하실 것은, 경험 많은 노련한 수사관들의 경우 친절하게 대답해 주면서 가볍게 질문을 툭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의자를 떠보는 거죠. 그럼 사람 심리라는 것이 수사관의 친절함을 무시하기 어려워서 뭐라도 대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대답을 잘 해보겠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경솔하게 대답하지 마시고, “아유, 제가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받고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이런 말만 하시면 됩니다. 잘 대답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애초에 경찰 수사관하고 길게 통화할 일 자체를 만들지 맙시다.
5. 변호사 세 사람을 찾아간다.
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는 나중에 고민하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사건 초기에 변호사를 찾아가 물어보는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인생에 전과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인데 핸드폰만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지요. 사무장 상담이나 무료상담 말고, 상담료 받고 제대로 일하는 변호사 세 사람을 고르십시오. 여러 변호사를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사건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 사람의 변호사가 모두 같은 말을 한다면, 대개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일 겁니다. 또, 변호들 간에 의견이 다르다면 그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나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형사사건은 심적 부담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변호인과 의뢰인 간에 신뢰관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여러 변호사를 만나보고 내가 의지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을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상담은 의뢰인이 준비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상담받기 전에 미리 A4용지에 사실관계와 궁금한 점을 적어서 가세요. 이렇게 하면 변호사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 전반에 대한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변호사한테 반드시 물어보셔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제 사건에서 불리한 점은 뭔가요?
경찰 수사에서 제가 대답하기 어려울 질문은 뭐가 있을까요?
이 질문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바로 변호사 없이 혼자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형사절차를 많이 겪어 본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사람은 자기 일에는 냉정할 수 없습니다. 내 약점은 다른 사람 눈에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6. 미리 당해보기 : 공격받는 연습
보통 경찰 조사를 앞두고 하는 기본적인 준비는 예상 질문을 뽑아서, 대답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겁니다. 형사사건은 죄명에 따라 수사기관이 전형적으로 질문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구성요건이나 고의 과실 등 법리적인 내용을 기본으로 해서, 확인하는 사실관계들도 전형적인 패턴이 있지요.
그런데, 이건 말 그대로 기본일 뿐이고 몇 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예상 질문을 쭉 뽑아서 연극처럼 '문답문답……' 연습만 하고 끝내면, 실전에서는 연습한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당황하게 되거나, 아니면 외운 문장을 줄줄 읊기도 합니다. 그럼 누가 봐도 어색하겠지요? 오히려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아서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작업이 바로 ‘공격받는 연습’입니다. 대본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약점을 공격해서, 의뢰인 스스로 자기 논리가 깨지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지요.
사실 형사사건 상담 오시는 의뢰인들을 만나 뵈면 처음부터 솔직히 다 말씀하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약점이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느끼면서도, 그걸 꺼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법률상담을 하면, 의뢰인들은 나름대로 준비된 논리를 가져 옵니다. 나는 이러이러 했는데, 무슨 증거가 있고, 상대방은 이런 이유로 틀렸다 하면서, 그럴듯한 설명을 하십니다.
그래서 깨져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경찰 조사를 한두번 받을까 말까 하지만, 경찰수사관은 평생 그걸로 밥먹고 살지요. 일반인들의 머리로 짜 낸 변명은 경찰 눈에서 보면 아주 빈약한 논리입니다. 선생님 앞에서 거짓말하는 유치원생이 되는 셈이지요.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막상 조사받을 때 그 빈약한 논리가 깨지는 순간, '아 들켰구나, 난 끝났구나'하고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약점이 무너지면 그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가 붕괴됩니다. 경찰 조사 전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경찰 수사관 앞에서 무너지기 전에, 내 편인 변호사 앞에서 미리 깨져봐야 합니다. 그래야 '아, 나한테 이런 약점이 있구나, 경찰이, 판사가, 나를 이렇게 보겠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실제 조사에서 예상 외의 상황을 만나도 무너져 내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희가 의뢰인과 이 '공격받는 연습‘을 해 보면, 절대 평화롭지 않습니다. 왜냐면 의뢰인들은 “힘내세요, 다 잘 될 거예요”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내 변호사가 자기를 막 몰아세우고 공격하면 별로 안 좋아 하시지요.
내 변호사한테 많이 공격받을수록, 경찰에서는 험한 꼴을 덜 당하게 됩니다. 변호사가 친절한 것과 까칠한 것 중에 뭐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7.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존재를 인식할 것
의뢰인들은 보통 경찰 조사라는 걸 생각할 때, ‘경찰에 가서 뭐라고 대답하지?’ 이것만 생각하시는데,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판사가 보는 것은 피의자와 수사관의 조사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을 적은 기록입니다.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이고, 줄여서 피신조서라고 많이 부릅니다. 피의자의 관심은 말로 하는 대답에 있지만, 경찰 수사관과 변호인의 관심은 말이 아니라 조서에 있습니다. 결국 그게 결과물이니까요.
피신조서는 워낙에 중요하기 때문에 할 말이 많지만, 사실 비전문가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변호인이 아닌 피의자의 입장에서 기억하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 두 가지만 적겠습니다.
첫째는, 피신조서는 녹취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찰이 내 대답을 그대로 적는 게 아니라 알아서 정리해서 적어 놓습니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경찰이 질문하는 대로 흐름대로 대답하다 보면, 나중에 조서를 읽어보면 묘하게 내가 이상하고 나쁜 사람으로 적혀 있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따라서 경찰 수사관이 어떤 질문을 하면, 대답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 보세요. 수사관은 왜 이 질문을 하고, 내 대답을 어떻게 조서에 쓰고싶어 할까를 생각해 보고 답하는 겁니다.
둘째는, 조사받은 후에 피신조서를 충분히 읽어보시라는 겁니다. 너무 기본적인 사항인데, 이걸 모르고 그냥 5분만에 쓱 읽고 나오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잘못 기재된 내용이 있으면 수정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 대답뿐만 아니라 수사관의 질문까지도 꼼꼼히 다 읽으십시오. 전체 맥락과 흐름을 같이 봐야, 앞으로 이 조서를 읽을 판사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있습니다.
8. 수사는 경찰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다.
재판과 달리, 경찰수사단계는 아직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피의자의 노력에 따라 사건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서 검찰, 법원 단계로 갈수록, 내가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듭니다. 그럼 사건 초기에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뭐냐? 바로 증거의 확보입니다.
“증거? 그런 건 경찰이 하는 일 아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경찰이 일은 하겠지만, 아무리 유능한 수사관이라도 피의자만큼 그 사건에 절실하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유리한 증거는 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와 참고인이 있다면 모두 파악해야 하고, 자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늦게 전에 찾아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CCTV영상을 보면, 일단 사건 현장을 찍은 CCTV가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큰 건물이나 아파트처럼 보관 규정이 분명한 곳은 매뉴얼에 따라 일정 기간 보관하는데, 작은 상가나 술집, 편의점 이런 데는 괜히 귀찮은 일 휘말리기 싫어서 뭐 CCTV가 고장났다, 영상이 지워졌다 그러면서 안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읍소도 해 보고, 안 통할 거 같으면 경찰 수사관에게 CCTV가 어디 있다는 걸 알려주고 "지워지기 전에 빨리 증거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실제 사건들을 보면 CCTV가 좋은 자리에 있었는데 영상확보에 실패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선을 넘으면 안 됩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쓰거나, 증거인멸이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합법적인 경계선 내에서, 초기에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수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형사사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는, 잘 해결될 수 있었던 사건인데 수사단계에서 완전히 꼬여버린 채로 가져오시는 분들을 만날 때입니다. 평범하게 죄 짓지 않고 살아오신 분들일수록 이걸 잘 모르십니다. TV나 영화에는 재판에서 싸우는 것만 나오지 경찰 수사가 중요하다는 거는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지요. 모쪼록 경찰 조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대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법률상담 안내(하단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