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한PD Feb 26. 2021

1년 동안 유튜브 하면 이것(?) 꼭 경험합니다

독한PD 에세이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유튜브 하기 두려워요. 



아이러니하다.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유튜브 하기 두렵다니.

나 역시도 그랬다. 유튜브는 하고 싶은데 막상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화면 속에 내 모습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진다. 


'내 주변 사람들이 보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악플이 달리면 어떡해야 할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유튜버들은 어떤가? 굉장히 친근하고 말도 잘한다. 어쩌면 저렇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들도 처음부터 잘했을까?  


그래도 유튜브 시작하겠다고 주변에 자신 있게 선포했으니  빨간 녹화 버튼이라도 눌러야 할 것이 아닌가?

자신 있게 빨간 버튼을 누르고 렌즈를 바라보지만... 


'(하아..)' 


숨이 턱 막히고 입이 안 떨어진다. 

어렵게 입을 떼고 허공에 혼잣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왜 이렇게 어색한 건지.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더 겁이 났다.

 

그나마 렌즈라도 사람 눈처럼 생겼다면 좀 나을 텐데.. 감정 없는 기계의 렌즈를 보고 혼잣말하는 것은 유튜브 포기자로 가게 한다.

 

그래도 완성해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을 꾸역꾸역 마쳤다. 처음 촬영한 영상은 정말 내가 봐도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컷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어서 그럴싸하게 완성본이 나왔지만 다시는 보기 싫은 내 인생 영상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첫 영상은 업로드한 지 몇 개월 후 내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됐다. 1년이 지나도 그 영상을 다시 열어보면 내가 아닌 것 같다. 내 모습을 포장한 다른 낯선 사람 같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내 말투와 목소리가 왜 이러지?

말할 때 내 손동작은 이렇구나.

말할 때 나는 눈 깜박임이 심하구나'


하지만 이러한 내 모습은 남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만 보지 못했던 것이다.

왜? 살면서 우리는 사진을 주로 촬영하지 영상을 촬영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거울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정지된 이미지의 '나'와 친근하다. 그렇기에 시청각적으로 살아있는 영상 속의 '나'는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다.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유튜브를 하면서 영상 속의 내 모습을 자주 봐주는 것이다. 사람도 자주 보면 친근해지듯이 내 모습도 자주 보면 친근해진다. 그러면서 내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1년 동안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하게 되면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면 속에 나오는 내 모습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경험... 


화면 속 '나'를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서 내가 나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 이상 주변 사람들 의식을 안 하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히려 내 채널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능글맞게 구독 요청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화면 속의 내 모습이 나오는 것이 이제는 두렵지 않게 되었고 누가 보던 안 보던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올라갔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화면 속의 주인공이 되면서 내 삶을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몸은 더 바빠졌다. 본업을 하면서 매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무척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분명 나는 성장했다. 누군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유튜브 하는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를 잘하기 위한 나만의 전략 두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