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PD 에세이
지난달 25일 몸에서 심장 떨림과 어지러움이 오면서
한의원에서 한약도 지어먹고 신경안정제 약도 먹으며 푹 쉬었습니다.
그리고 치료하면서 술과 커피는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었는데요.
술과 커피는 15년째 영상 제작일을 하는 저에게 정말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죠.
촬영 전 달디달던 믹스 커피 한 잔을 꼭 마셨습니다. 잠시 믹스 커피 한 잔의 여유로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편집할 때는 집중하기 위해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두 잔 이상 마셨습니다. 카페인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커피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일 끝나고 집에 와서 가끔씩 마시던 시원한 맥주 한 캔에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스스로를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술과 커피는 저와 오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을 넘게
사랑했던 이 녀석들을 멀리했으니 당연히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 먹어보려고 시도(?) 했지만 몸에서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술과 커피를 밀어내더군요. 살짝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몸에서 받지 않는 느낌(머리 아픔 + 이상신호가 올까 두려움) 이어서 결국 마시기를 포기했습니다.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는 이 심정...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얼마나 서러운지요.
'이러다가 평생 술과 커피를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유튜브에서 발견한 멋진 문장 하나가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비비안 그린
그러고 보니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살도 빠졌으며 돈까지 절약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보고 아프고 나니 얼굴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실 수 없다면 그 상황을 피하지 말고 즐겨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점도 많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몸이 아픈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카페인과 알코올을 벗어나면서 제 몸이 더 건강해질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상황과 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앞으로도 비비안 그린의 문장처럼
'비가 와서 날씨가 안 좋아'가 아닌
'비가 와서 춤추기 더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