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다 #사람이다
난 사람에 대한 불호가 없다. 모든 사람을 좋아한다. 전생에 강아지였을까?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흠뻑 취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글을 쓰면서 정리해 봐야겠다.
난 불과 몇 년 전까지, 집 밖에서 사랑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탕자였다.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랑을 주는 법도 몰랐기에, 여기저기 찔러만 보는 그런 탕자 말이다.
그렇게 친구, 선배, 선생님, 직장 사람들에게 물질이든 마음이든 나름대로의 사랑을 표현했지만 내가 전해준 만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운함을 느꼈다.
이때부터 조금씩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
"나를 진짜로 알아주는 친구 한 두 명만 있으면 세상 살만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봤지만 그것은 홧김에 내뱉은 표현이었다.
그때부터 점점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얘는 이래서 별로고, 쟤는 저것이 별로고, 얘는 저 문제는 고쳐야 하고, 쟤는 부족해서 싫고…”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비판과 비난, 판단이 오갔고, 결론적으로 내 주변에서 나를 만족시키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날 만족시키는 사람을 찾기 위해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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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사회자라는 꿈을 만났다. 꿈을 꾸며 지금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간 전국에서 만난 관객들은 약 20만 정도 되었다.
만약 누군가 "지금까지 왜 사회자를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관객들 덕분에요”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난 그들에 통해 삶을 다시 배웠기 때문이다.
무대를 구경하러 오는 관객들은 각자마다 이유가 있다.
“여자 친구랑 3주년 여행하다가 공연한다고 해서 추억 쌓으러 왔습니다.”
“다리가 아파, 집에만 있다가 17년 만에 처음 놀러 왔습니다.”
“아빠가 외국에서 일하시다가 한국으로 들어오셔서 가족 여행 왔어요.”
“시험에 계속 떨어져서 지쳐서 환기시킬 겸 왔습니다.”
등등
누군가는 목소리를 떨며 취업의 절실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온 마음 다해 가족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금방이라도 뚝뚝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고민을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가만 이곳에 온 여러이유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했고, 금세 뭉클해졌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대를 오르기 전에 '잘하자!'라는 생각보다 '오늘은 어떤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고 기대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한 사람’보다 ‘한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사람이 아닌 삶을 보는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점점 좋아졌다.
각자의 삶의 다양한 스토리가 나에게 매우 감명 깊었기 때문이었다. 각자 놓인 상황을, 각 자의 방식대로 헤쳐 나가는 모습, 혹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 혹은 걸어가는 모습, 등이 형형색색으로 모두 아름답게 보였다.
사회자를 통해서 삶을 배웠고, 삶을 통해서 진짜 사회자가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을 살아가는 내 모습도 감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