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브랜드 Jul 21. 2020

아들에게 쓰는 편지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엄마 이야기


"아들아, 엄마의 지난 삶에 성취된 결과물이 없어서 걱정이지만

크게 실수한 것들은 많으니 그것을 이야기해 볼게."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단절) 된 엄마 아빠는 

학업과 일, 그리고 가정을 

동시에 꾸려나가야만 했단다.


결혼은 현실이었고 

우리 세 식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돈! 돈! 이더구나.


둘 다 학생이었던 엄마 아빠는 

새벽에는 녹즙 배달을

아침과 이른 오후에는 학교를

저녁에는 대리운전과 센터 청소를 했고

새벽 12시가 되어야 하루 일과가 끝났단다.


너를 키우면서 

학업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우리는

아빠가 먼저 졸업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고

엄마는 간호조무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단다.


아침 8시까지 출근, 오후 7시 퇴근!

한 달 월급이 70만 원도 채 안 되었지만 

그 시절이 엄마에게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에...



적은 돈이었지만 나름 적금도 들어가면서 

미래를 꿈꾸던 어느 날...

엄마 아빠는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더 큰 도시로 이사를 갔단다.


친구, 가족, 친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곳에서 

엄마 아빠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아빠는 공단에서 

엄마는 회사에서 영업을 하기 시작했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싶었거든.

그래야 너와 함께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뭐라 했던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


때마침 누군가의 정보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말이 투자였지 

지나고 보니 엄만 투기를 했더구나.


황금거위가 매일 황금알을 낳는 것 같이 

매일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까 

행복하면서도 겁이 났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황금거위를 잡은 어리석은 주인처럼

엄마도 어리석은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 거야...


결국 투자가 아닌 투기로 

끝나버린 그 일 덕분에

엄마는 10여 년 동안 

빚 갚는 시간을  보냈고

빚은 정말 무서운 것이라는 걸 

직접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단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엄마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엄마가 아직 젊다는 것,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것,

엄마에게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것,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

그리고 너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상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올바른 생각만 할 수 없다. 

때로는 자신에게 집착하고 

때로는 타인에게 얽매인다. 

그렇게 얽매인 사고방식은 세상에 통하지 않는다. 


만약 내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였다면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혼자만 피해를 보는 정도라면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피해를 끼친다. 


세상은 훌륭한 스승이다. 

관대한 면도 있지만 결국에는 

옳고 그른 것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면 반드시 통한다.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세상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中-




펭수?? 노노  평수 이야기



고향을 떠나 엄마 아빠가 이사 간 곳은

도저히 너를 데리고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단다. 


재개발 지역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고

무엇보다 가진 것이 적었던 엄마 아빠는 

어느 빌라 창고로 썼던 

완전 지하 1평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어거든.


빛이라곤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곳,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들어오는 곳,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

화장실이 없어서 

근처 공원으로 가야만 했던 곳,

취사도 할 수 없는 곳,,,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야.

그런 곳에 뭐 가져갈게 있다고 도둑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이러려고,,,

이런 삶은 도대체 언제 끝나게 되는 것인지,,,,


설상가상으로 그 해 여름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천장에 물이 고이더니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장은 와르르르,,,,



엄마는 지금 반성문 쓰는 中



이런 시간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엄마의 정서는 점점 메말라 갔고

너를 따뜻하게 대해 줄 수 없는 

부모가 되어 있더구나.


내 아픔으로만 가득 차 있던 엄마는

너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의 웃음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너의 울음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너의 화남이 엄마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었던 것인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였다.


세월이 지나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엄마가 너의 어릴 시절을 

바르게 관찰하지 못한 것들이 보이더구나.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고

학습이 느린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교육자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그런.... 


그땐 안 보이고 몰랐던 것이 

지금은 보이고 알게 되는.


이런 경험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때마다 

너에게 온전히 사랑을 주지 못한

너에게 온전히 관심을 갖지 못한 

이 엄마의 미숙한 모습이 자꾸 보여 

속상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난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기에

엄마는 오늘 이 시간에 

엄마의 잘못된 행동을 돌이키며

네가 제대하는 그날까지,

아니 네가 다시 엄마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반성문을 쓰기로 했단다.


"변명하고 싶을 때


참 이상한 일이지만, 

사람은 마음이 약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변명을 하게 된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지치며 

푸념을 늘어놓게 되고 

그 푸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명이 된다. 


그 변명도 점차 능숙해져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게 된다.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정상성을 주장하게 된다. 

즉, 스스로에게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유능한 변호사가 자신만 변호한다면 상관없지만,

상대방에게 가장 날카로운 검사의 역할까지 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상대방도 마찬가지가 되어 어느 틈에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멀어진다. 


인정 때문에 힘들다고는 하지만 

인정이 있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자신에겐 검사로, 상대방에게는 변호사로 


대하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자칫 멀어지기 쉬운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보다 가깝게 만들기 위해."

-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




작가의 이전글 아들에게 들려주는 엄마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