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현 Oct 23. 2024

백세시대

무려 칠십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현실앞에서

로이 : 나는 말이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백세까지 어떻게 사셨나 싶어. 정말 대단들 하셔. 이 모든 걸 다 해내고 건강까지 챙겨서 사시는 거잖아. 믿을 수가 없어. 고작 서른을 넘은 지 한두해 밖에 안된 나이에도 이렇게 모든 게 어렵고 도전 같기만 한데 40대, 50대, 60대 모든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내신 거잖아. 물론 해결을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시간을 버텨내신 거니까... 대체 다들 어떻게 하신 거야.


지지 : (로이를 살짝 쳐다보며 피식 웃는다) 그러게 말이야. 이 시간들을 다 겪으셨단 말이지...? 심지어 어르신들 젊은 시대는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폭풍의 시대 아니니? 일제강점기도 겪으셨을 테고, 전쟁도, 민주화 운동으로 불안정한 시대에 IMF까지 겪으셨을 텐데... 허허허(실없이 웃는다)


로이 : (이마를 짚으며) 난 정말 모르겠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내 삶을 내가 꼬아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피어나다가도 만약에 모든 삶을 공짜로 누리게 해 주겠으니 무엇을 하겠냐 묻는 다면 주저 없이 이곳에 남아 공부하기를 택할 것 같거든. 그럼 이게 맞는 거잖아. 가장 순수한 마음이 대답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세상은 공짜도 아닐뿐더러 돈이라는 필터를 걸지 않고서는 땅 위를 걸을 수 없어. 현실성이라는 건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현실적 선택이고,  어디까지가 무모한 도전인 거냐고 대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흥분을 한다)


지지 : (로이 등을 토닥이며) 진정해 봐

(한참을 엘리베이터 스크린을 바라보다) 해봐야지 뭐.


로이 : 무서워. 내가 넘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산 앞에 서서 배낭하나 메고 있는 기분이야. 감히 내가. 무서우니까 자신이 없으니까 이 산을 내가 왜 넘어야 하는지 이유를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 물론 등정에 성공하면 엄청난 성취와 명예를 얻을 거야. 그런데 난 그런 것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잘 살아왔단 말이야. 그럼 꼭 저 산을 정복해야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잘 아는 그 길로 가도 난 잘 살아 낼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도 또 다른 마음 한편에서는 저 산을 넘어보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산들은 갖은 핑계를 대어서 피해 간 것 같거든. 그래서 지금 한번 넘어보고 싶어 사실. 그런 이상한 도전정신이 피어나고 있어. 이게 진정한 공포 아니겠어. 인생 걸고 도전하는 삶. 하하하(딱딱하고 경직된 웃음)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지지 : 타자! (로이의 손을 잡고 이끈다.)


로이 : (처진 어깨로 따른다.) 괴롭다 괴로워.


작가의 이전글 어떤 인간의 고민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