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by 강경희


딸아이가 요즘 즐겨 추는 아이돌 댄스곡이 있다.

요즘 노래는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구분이 되질 않아서 잘 귀에 들리지 않는데 이번 곡은 뚜렷하게 내 귀에 들렸다. 궁금해서 딸아이에게 곡의 제목을 묻고 곡을 인터넷에서 검색까지 해보았다.

H1-KEY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라는 곡인데 노래 가사 의미가 평범하지 않았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제발 살아남아 줬으면

꺾이지 마 잘 자라줘



온몸을 덮고 있는 가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견뎌내줘서 고마워



예쁘지 않은 꽃은 다들

골라내고 잘라내

예쁘면 또 예쁜 대로

꺾어 언젠가는 시들고



왜 내버려 두지를 못해

그냥 가던 길 좀 가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hey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의 고뇌를 느끼게 하면서도 잘 견뎌낸 장미꽃을 칭찬하는 노래 가사이다.

지금의 우리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은 노랫말처럼 들린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 한 송이의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좋은 땅에 심어져 최고의 정원사의 손에 자란 장미꽃이 있는가 하면, 건물 사이에서 힘겹게 피어난 장미꽃도 반드시 존재한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와 흙 수저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불공평한 출발점을 우리는 인정한다.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왜 하필 흙 수저가 나 이어야 하는 것에 분노의 감정을 갖기도 한다. 노랫말에서 예쁘면 예쁜 대로 예쁘지 않으면 예쁘지 않은 대로 꺾이고 시든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악착같이 버틴 꽃이 삭막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대중가요 가사를 얼마나 철학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어느 날 무심코 유튜브 쇼츠라는 영상을 보다가 연예인 수상소감 영상을 보게 되었다.

보통 수상소감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자기들만의 언어로 수상소감을 하기 마련인데 이 영상은 시청자들을 향해 수상소감을 했다. 그 수상소감을 시청하는데 마음이 뭉클하며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영상의 주인공은 2019년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활약한 배우 오정세가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분 남자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소감을 밝힌 내용이다.


"지금까지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습니다. 100편을 다 똑같은 마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작품은 성공하고 어느 작품은 실패를 했습니다.

내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내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위로와 보상이 찾아오는 날이 오게 됩니다.

지금 제가 동백을 만난 것처럼 여러분 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힘들 때마다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그의 수상소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 해서 살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운(運)이라는 것이 아직 나에게 오지 않아서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있다고 본다.

꼭 성공하고 부자여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대로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내가 사는 내내 같은 날씨는 없었다. 날씨처럼 나의 하루하루는 같지 않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았다. 같지 않은 날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처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동백꽃처럼 나는 나의 꽃으로 존재한다.

삭막한 나의 인생을 아름답게 물들일 때까지 나는 고개를 들고 버틸 때까지 버티며 모두가 나의 향기를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

우리는 모두 세상의 하나뿐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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