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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제주댁 Apr 11. 2023

제주의 발효맛. 쉰다리

부글부글 괴엄쩌

이제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덥고 습해지면 제주의 할머니들이 만드시는 음식 몇 가지가 있지요.

더운 날 마시는 대표적인 제주음식. 바로 쉰다리입니다.


생각보다 쉰다리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데요. 2년 전 서귀포시 월평마을의 윤상순어르신(86세)께서 쉰다리 만드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어요. 어르신은 보리로 누룩도 직접 만드셨고 누룩을 곱게 갈아 냉동하셨다 필요할 때 사용하시더라고요. 며느리가 어르신의 쉰다리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며느리가 오는 주말이 되어 가면 쉰다리를 만드신답니다.

윤상순 어르신의 쉰다리. 어르신은 순달이라고 하셨다.


쉰다리는 술을 만들 때보다 들어가는 누룩의 양도 적고 물도 많이 넣는 편이라 알코올이 많이 생성되지는 않아요. 중간에 발효를 끝내 불안정한 상태로 단맛을 냅니다.(그렇다고 음료수처럼 아주 달콤한 맛은 아니에요) 여름철은 하루면 발효가 끝납니다. 바로 단술인 감주이지요.


알코올이 소량 들어가 있는 감주는 때때로 식혜와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 우리 집 단술은 알코올이 없는데?라고 생각하셨다면 식혜일 수도 있다는 말이랍니다.

알코올이 있는 쉰다리는 한번 끓여내면 알코올이 날아가 보관이 좀 더 길어지는데요, 대신 쉰다리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은 사라지죠. 끓일수록 농도도 되직해집니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해 주신 쉰다리를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했던 경험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술이 약한 편이라 쉰다리 한 잔에 얼굴이 벌게 지거든요


끓이지 않은 쉰다리는  천연소화제 역할을 합니다. 요즘은 쌀요구르트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제 날이 점점 더워지고 속이 더부룩할 때 시원한 쉰다리 한 잔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맛있는 쉰다리는 누룩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윤상순 어르신은 다른 설탕은 안 쓰고 꼭 유기농설탕만 쓰신다고 하셔서 저도 이번엔 유기농마스코바도를 넣어서 당도를 맞춰봤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리틀포레스트 일본 원작 중 여름과 가을편을 보면 주인공인 이치코가 아마자케를 만드는 부분이 있지요.

집에서 아마자케를 만들어 냉장고에 시원하게 뒀다가 밭일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아마자케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모습. 제주사람들이 쉰다리는 마시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일본 리틀포레스트 “여름과 가을”편의 아마자케

아마자케. 甘酒, あまざけ 역시. 감주를 의미하는 일본어네요.

우리나라에도 감주 만드는 조리법이 오래전부터 전해오고 있고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쌀을 주식으로 먹고 쌀로 술을 만드는 나라이니 음식들이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누룩은 전통시장이나 오일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입하실 수 있어요. 시장에서 보리누룩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쉽고 그나마 깔끔하게 쉰다리가 나오는 용도로 동문시장 진생쌀상회 누룩(보급형 말고 고급형)을 쓰고 있습니다.



쉰다리 만드는 법

1. 밥과 누룩을 3:1 비율로 잘 섞어요

2. 이때 누룩은 잘게 부숴주는 것이 좋습니다

3. 미지근한 물을 밥양의 2.2배로 넣어주세요.

4. 한여름에는 어디든 둬도 하루정도면 바로 쉰다리 발효가 완성돼요. 이때 뚜껑을 꽉 닫아 발효시키면 나중에 뚜껑을 여는 순간 폭죽이 터집니다.

5. 체에 걸러 취향껏 설탕, 과일청, 꿀을 넣어 음용합니다.


저는 요즘 냉장고 모터 쪽 열이 올라오는 곳 가까이 두어 40시간 정도 두니 완성되었어요.


참. 할머니들은 발효가 된다는 표현을 '괸다'라고 표현한답니다. 참 귀여운 표현이지요?


#쉰다리 #제주전통음식

#감주 #단술 #술만들기

#쉰다리만들기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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