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리워하세요?

by 글쓰는장의사

장례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자투리 시간.

가족도 특별히 할 일이 없고, 나 역시 당장 할 일이 없는 절묘한 타이밍.

서로 대화의 코드가 맞고 대화의 주제가 맞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보통은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시거나, 오랜 병환으로 고생하신 일 혹은 좀 더 잘 보살펴드리지 못한 후회들을 이야기하신다.


한 달전쯤 고인의 따님과 둘이서 빈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임종할 당시에 곁을 지키고 있으셨다는 말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는 후회.

그런 이야기들을 주로 했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임종을 지키지 못했었다는 이야기 등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중에 대뜸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생각나고 그립고 하세요?"


그 질문에 내가 다시 질문으로 답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생각나지 않으실 거 같으세요?"


나의 질문에 그 따님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립고 생각나지 않을까요?"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그 횟수가 줄어들 수는 있다.

그렇지만 결코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는다.

나는 직업특성상 보통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아버지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이런 대화를 하다 보니 기억이라는 것이 참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넘게 고인을 모시면서 입관만큼은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날 대화를 통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았다.


고인과 남은 가족의 마지막 인사 하는 순간.

입관.

그 순간이 후회나 아쉬움이 아니라 작별과 재회를 약속하는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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