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찾게 되는 날이다. 소설들이 즐비한 서가 아주 작은 한 코너에 시집이 몇 권 꽂혀 있다. 거대한 책들의 무게를 피해 겨우 숨만 쉬고 있다. 낯선 이름들이 많다. 시를 외면하고 늙어가는 사이 등단한 시인들인지 내가 모르고 지나쳐온 시인들인지 이름을 훑어보다 결국 익숙한 이름을 고른다. 안도현. 시집을 계산하고 책방 문을 열고 나오는 걸로 나는 나를 위로한다.
겨울 한낮의 햇살이 거실을 환하게 밝힌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를 환대하고 싶어 나는 소리를 내어 시를 읽는다.
“길을 잘못 들어 당하, 들어갈 뻔하였다
어느 집 처마 아래로 햇볕이 싸묵싸묵 드나드는 게 보였다 ……”
“마당에 연못을 들이는 일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요 내 안에 당신을 들이는 일처럼 나는 그 넓이를 헤아릴 수 없었어요 뒷짐을 지고 몇날 며칠 소금쟁이 물을 짚듯 혼자 맴돌았지요 ……”
아, 햇볕이 싸묵싸묵 드나드는 게 보였다 소리내는 사이 햇볕이 내 몸을 싸묵싸묵 드나든다. 마당에 연못을 들이는 일이 한 번도 궁금한 적이 없던 나는 내 안에 당신을 들이는 일이 언제였던가 지나온 마음들을 되돌아본다.
“꽃밭을 일구려고 괭이로 땅의 이마를 때리다가
날 끝에 불꽃이 울던 저녁도 있었어라 ……”
“…… 울지도 못하고 꽃이 피었다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죽음은 한차례도 닿지 못한 누님의 내해(內海) 같아서, 살고 죽는 일이 허공에 매화무늬 도배지를 바르는 일과도 같아서
나도 길에서 벗어나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이 나의 직업이라고 약력에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완성하지 못한 숙제는 출근처럼 아득하였습니다 ……”
꽃밭을 일구려 애쓰던 많은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지. 해바라기, 작약, 후레지아 꽃들을 심었는지 괭이로 호미로 꽃밭만 골랐는지 잠시 한숨 돌리고 앞만 보고 골라온 꽃밭 되돌아본다. 그리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이 나의 직업이라고 나도 약력에 쓰고 싶다 생각해본다. 시인의 누님이 건강을 회복해 ‘내년 봄, 매화꽃이 처녀와도 같이 자지러질 때, 밤길에 연애하러’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속구배이 어구신 배추는 칼등으로 툭툭 쳐 숨을 죽여야 된다 호통치는 소리, 배차적을 부쳤지 가련한 속을 모르는 참 가련한 생을 가지런하게 뒤집었지 돼지기름 끓는 솥뚜껑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