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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예 Nov 15. 2021

"나는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을 완성해보세요

구글의 #IamRemarkable 이니셔티브

2 전에 사내에서 자기 계발 관련 클래스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참여한  이거다! 싶었던 워크숍이 있다. 바로 #IamRemarkable이라는 이니셔티브(initiative) 워크숍이다. 사내에서 시작한 이니셔티브이지만 회사를 넘어서서 곳곳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고 지구 곳곳에서 워크샵이 열리는 등의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중이라고 한다.

글로벌하다길래 혹시궁금해서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내가 워크숍에서 배운 중요한 점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할   이니셔티브와 워크숍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글은 정확한 내용의 전달을 위해 #IamRemarkable 워크숍의  시간짜리 셀프 온라인 코스참조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혼자 이걸 들어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워크숍에 직접 참여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IamRemarkable 이란?

공식 사이트에서는 #IamRemarkable movement를 아래처럼 정의한다.


#IamRemarkable is a Google initiative empowering women and other underrepresented groups to celebrate their achievements in the workplace and beyond.


영어로는 바로 뉘앙스와 의미를 알겠는데 한국어로 풀어보자니 그 의미 그대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면 이렇게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IamRemarkable은 여성이나 소수 인종/민족 그룹의 사람들이 일터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그들의 성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정'받'고, 축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부여하고자 하는 구글의 이니셔티브(initiative)이다."


즉,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셀프 프로모션 (self-promotion)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셀프 프로모션 스킬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운동이라 보면 된다. Self-promotion이라는 단어를 적절히 해석할 수 있는 한글 단어가 있는지 찾아봤다. 가장 비슷하게는 자기 PR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듯하다. 자기 PR은 나를 포장하고 브랜딩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워크숍에서의 self-promotion은 자신이 가진 스킬과 자신이 조직에 가져올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알리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니다. 가장 큰 선입견 중 하나인 "셀프 프로모션은 자랑질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자랑은 나쁜 것이고 겸손함이 미덕이라 믿는 문화 안에서 보고 듣고 자라면 더욱 이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앞서 발행한 성과 평가에 대한 글에서 내가 종종 겪는다고 이야기했던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도 여기에 한몫한다. 처음에는 여성을 위한 운동이었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이제는 누구든지 자신의 성취를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도록 하는 모두를 위한 운동이 되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90분짜리 워크숍이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IamRemarkable 워크숍에서 일깨워준 팩트 두 가지


당신의 성취와 성과는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
Your accomplishment can't speak for themselves.


셀프 프로모션의 중요성을 안다 해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을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다.


 사실에 기반했다면 결코 허세에 가득 찬 자랑질이 아니다.
It is not bragging if it's based on facts.


#IamRemarkable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실에 기반한다면 결코 허세에 가득 찬 자랑질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자신의 재능과 성과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상대는 나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셀프 프로모션은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한껏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스킬이다.  



"나는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I am remarkable because..."


처음에 이 워크숍에 등록할 때엔 그저 자기 옹호 (self-advocacy)가 무엇인지, 그 중요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지식'을 얻고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참여해보니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워크숍을 듣게 될 사람이 본다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잠시 고민되지만.. 아무래도 워크숍의 꽃이었던 액티비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각자 "I am remarkable because.."로 시작하는 문장을 생각나는 대로 쓴 후 돌아가면서 자신의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이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이때 나는 셀프 프로모션의 힘을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경험했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경험

나의 탁월함을 손으로 직접 쓰고 입으로 직접 말하는 행위를 통해 시시하다 여겼던 나의 성취를 스스로가 인정하고 인정받는 경험을 했다. 2년 전 워크숍에서 내가 종이에 썼던 문구와 그 문구를 쓰며 느꼈던 감정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다.

"I am remarkable because I'm a mom of two daughters who think that their mom is the funniest person on the earth.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라고 여기는 아이들의 엄마여서 나는 탁월합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쓴 이문장의 사람과 나는 서로 다른 사람처럼 여겨졌다. 머리로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엄마로서의 탁월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필로 써 내려가면서 이 점이 나를 탁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차례에 소리 내어 읽으면서는 이질감이 느껴진 건 잠시, 처음으로 머리와 마음이 함께 이 부분을 탁월한 면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게, 이게 사실이긴 하네!' 팩트를 팩트 그 자체로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함께 각자의 성취를 축하하고 응원해주는 경험

내가 워크숍에서 얻은 큰 배움 중 하나는 내가 가진 이 감정이 나만의 것 아니라는 점이다. 참여자들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할 때 보면 여자, 남자, 매니저, 디렉터, 마케팅, 엔지니어, 세일즈.. 등 다양한 명함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 워크숍 밖에서 만났다면 아무 문제없이 당차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I am remarkable because..." 문장으로 시작하는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전율이 느껴지더니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무너지는 듯했다.


"나는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매니저로서 내 팀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에요."
"이걸 말하려니 심장이 쿵쾅대고 너무 떨려요. 하지만 그냥 말해볼게요. 나는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싱글맘이지만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커리어도 잡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나는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이렇게 잘 자라서 최선을 내 삶을 잘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탁월함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성취를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며 위축될 만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그 가운데서 자신이 이루어낸 성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는 그들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하고 축하해주는 나를 발견했다.



문자로 공유한 나의 “I am remarkable because…” 문장. - 팬데믹으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 지난주 워크숍에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되고 두려웠다. 하지만 막상 나눈 후에는 그들이 보내는 공감의 '+1'과 너무 좋다는 호응을 보며 더욱 큰 뿌듯함을 느꼈다. 작은 부분을 나눈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람들도 나를 인정해주니 지금까지 크고 작은 성취를 쌓아온 내가 자랑스러워졌다.


이렇듯 나의 탁월함이 무엇인지 써보는 행위,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 행위 자체가 주는 임팩트는 생각보다 크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퍼실리테이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불필요한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자만으로 치부하는 문화를 단번에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단 한 사람의 생각과 인식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나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시도는 충분히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내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그들의 생각이 모인다면 이들을 통해 문화, 혹은 사회적 기준이라는 넓은 범위의 생각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이 워크숍을 열고 리드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지난주에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참여했던) 두 번째 세션을 마친 후 내년 1월에 열리는 트레이닝 세션에 이름을 올렸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이야기를 풀겠지만 발표 공포증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중인 나에게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작은 날갯짓으로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자신의 성취에 대해 자신 있게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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