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3. '겨울바다' 자유형식
02.07.2020
넘들은 바캉스니 해돋이니 복작복작 거제로 모여들지 만은, 나에게 그런 사치는 진즉에 죽어버렸다. 12월의 마지막 날이면, 가는 해와 뜨는 해를 보러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매일 똑같이 떠오르는 해에 무슨 의미부여를 하겠다고. 매일의 트는 동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우리, 어부들이다.
“바다는 너같은 놈들이 쉬이 발들일 곳이 아니란다.”
바다는 하루가 멀다허고 나를 시험한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두길 잘했다. 이눔의 배멀미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를 않아. 뱃머리에 가서 속을 잔뜩 게워내고 나니 좀 낫다. 겨울의 바다. 가장 매섭고 사납다. 겨울바다에서 도대체 무슨 물고기를 잡느냐고 다들 묻지만 바다에는 계절이 없다.
눈이오는 겨울에는 대구를, 봄비 내린 후에는 청어를 잡는다. 저번주까지 눈이 내렸으니 대구 잡기에는 지금이 제격이다. 대구는 귀하신 몸 답게 아무 곳에서 잡히지 않는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만 이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 아침잠 없는 나에겐 좋은 일이지뭐야. 이런 귀한 녀석들 덕분에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조업중이다. 어부는 동이 트기도 전에 눈을 떠야 한다. 해가 뜨고나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
“올립니다! 하나, 둘 셋!”
맨몸으로 일희일비의 삶을 터득했지만 요즘 날들은 너무도 궂다. 어망이 올라올수록 선원들이 말을 줄인다. 아무리 옛날같지 않다지만 이상하리만큼 고기가 잡히질 않는다.바다에 한 번 나갈 때마다 대구 너다섯 마리면 많이 잡은거니, 참으로 이상하다. 올해는 곰치도 볼 수가 없다. 때아닌 쭈꾸미만 잡힌다. 개중에는 알 벤 녀석도 있다. 쭈꾸미가 아니라 오징어가 잡혀야 하는데, 이 놈들은 물이 따뜻해져야 알을 베는데. 우리는 눈이 오면 대구를 잡고 봄비가 내리면 청어를, 꽃이 피면 쭈꾸미를 잡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