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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 Feb 29. 2024

뭘 가장 잘하길 바라세요?

조리원의 추억


아 전 영어요.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갔더니 무료 강의를 듣게 해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건 강의 시스템은 결국 모두 광고였다. 뭔가 산모들을 모아두고 분유도 팔고, 책도 팔고 하는 뭐 그런 시스템 중 일부라나.


여하튼  당시 들었던 것이 프뢰벨 선생님이 하는 강의였는데, 강의 시작 전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히 설문을 작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한 문항이 '어떤 능력이 있는 자녀로 키우고 싶나요?'와 유사한 질문이었다. 당시 보기에 '창의성, 수리력, 영어능력' 이런 것들이 있었고, 나는 확신을 갖고 '영어'에 체크했다. 


내 설문결과를 본 선생님이 약간 당황의 눈빛을 보이면서, 


선생님: 대체로 어머님들은 창의성이나 이런 걸 체크하시는데요. 영어는 처음이네요.
나: 아 전 영어는 꼭 해야한다는 입장이라서요.


교육학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는 대체로 자신의 경험의 반경 안에서 자녀를 가르치고 양육한다는 이론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반경에서는 영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교육학자의 자신감인지 다른 부분은 아이와 내가 함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어' 만큼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영어능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물론 내가 아이에게 영어능력을 갖추게 하려는 데에는 '대학'을 위해서는 아니다. 



영어가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언어의 장벽없이 탐색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되길 바래서이다. 


남편과 나는 모두 공부하는 학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학문의 어떤 영역이든 주 사용 언어는 영어이다. 때문에 영어가 잘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학계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국제학술대회에서 교류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영어의 필요성은 나보다 남편이 극심하게 느끼는 같다. 분기별로 해외학회에서 발표를 해야하고, 영어로 논문을 써야하니 말이다. 


남편과 나는 완전 한국인이다. 영어 조기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저 공교육을 통해서만 영어를 접하고, 수능영어 정도 공부한 뒤 필요에 의해서 계속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참 영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무언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영어로 자유롭게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 그리고 이 영어를 도구삼아 아이가 더 넓은 식견을 갖고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삶을 풍요롭게 살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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