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함께 오사카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오사카를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으나 누구보다 행복한 3일을 보내고 여행에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언제나처럼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오자'였다. 의식주 중 식을 가장 높은 가치로 생각하는 나로서 오사카만큼 신명 나는 여행지도 없었다. 미식의 도시라는 오사카는 한국에서 거리도 가깝고 많은 식당이 한국어 메뉴판을 제공하고 있어서 일본어에 깜깜한 나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디를 딱히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다들 간다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조차 방문하지 않았다. 그저 번화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먹고 싶을 때 나가서 먹고 여차 싶으면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도 잤다. 남들이 보면 비행기 표가 아깝다고 잔소리를 한참은 늘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방식의 여행이 좋다. 내가 일상을 보내던 곳에서 멀리 떠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것. 이것이 나에게는 여행이다.
나의 이런 여행스타일을 누가 흔쾌히 함께하자고 할까 하는 생각을 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닐 때에도 이럴 거면 여행을 대체 왜 가니?라는 핀잔을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이렇게 계획을 짜자고 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미안한 마음 같은 의구심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먹는 거 말고는 크게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이번 여행을 제안할 때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나의 의견을 전달해 보았다.
"응응 그래요! 이번에는 먹는 것만 하다가 와요. 뭐 먹고 싶어요?"
그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좋다고 말했다. 한치의 거리낌이나 나를 위해 양보하는 느낌 없이 너무도 해맑은 표정이 조금 남아있던 불편했던 마음까지 한 번에 녹이는 것 같았다.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여유로운 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다며 그간에 해왔던 바쁜 여행들이 얼마나 힘에 부쳤는지를 이야기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맞는 여행메이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났다니.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서 뭘 하는지 보다 일단 둘이서 멀리 떠난다는 게 중요해요."
그가 나에게 말해 주었다.
이 말이 나에게 참 안정감을 주었다. 우스갯소리로 나와 함께라면 지옥길도 가겠다는 말을 하는 그였지만 이번만큼 진심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언제 무엇을 하는지 보다 항상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본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일깨워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 또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시련이라도 걸어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와 함께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랑의 진리는 별 것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함께 떠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서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당장에 슬프더라도 미래에 돌아봤을 때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가는 것. 그냥 충실히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었다.
이렇게 길게 주저리주저리 사랑과 여행에 대해 늘어놓았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정답인지. 아마도 정답이 없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사랑에 대한 호기심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