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란다 고양이 Aug 08. 2024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좋지 아니한가

아무도 안 궁금해할 글 - 4

좋아하는 것이 참 많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옷과 신발을 좋아하고, 취미로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청명한 하늘이 좋고, 흐르는 물소리가 좋고, 여름의 녹음이 좋고, 겨울의 눈이 좋다. 학생들이 좋고, 산책하는 것이 좋고, 혼자서 맛있는 밥을 차려 먹는 것이 좋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열심히 고기를 먹다가 상대의 접시에 고기를 하나 더 챙겨주는 그 순간이 좋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옮겨 적는 공책의 한 자 한 자가 좋다. 정성 들여 준비한 작은 선물에 행복해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것도 내가 내 삶을 좋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 삶이 사랑스러운 그 순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모든 마음을 다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나를 서서히 완성시키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절반쯤 완성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게 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천천히 전부 다 경험해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완성될 나를 꾸려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또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순간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이 체감되는 요즘이다. 땡볕의 뜨거운 더위로 고통스럽다 해도 이 순간은 그저 찰나일 뿐이고 또 어느 순간 살을 에는 추위가 나를 정신없게 할 것이다. 시간이 미련이란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면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마음껏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기 위해서 때로는 인내와 고통이 필요할지라도, 지나고 보면 그때도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미래가 있기에 여전히 나는 좋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