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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란다 고양이 Sep 13. 2024

살다 보니 단순하게 살아지는 것이 좋더라

아무도 안 궁금해할 글 - 5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사는 것이었다.

애쓰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도 이에 따라 한층 더 복잡해지는 삶은 행복하지 않게 사는 길로 나를 이끌었다. 행복이란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은 삶은 너무도 괴로운 순간의 연속이 아닌가. 

지겨웠다. 이렇게 앞으로 60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매번 더 지겨웠다. 복잡하게 사는 게 남들보다 의미 있는 삶이라 믿으며 살았는데 그 의미마저도 나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오던 내가 최근 단순하게 살기를 결심했다.

생각하지 말고, 고뇌하거나 번뇌하지도 말고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뻗어서 나아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감정을 단순화시키기로 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왜?라는 물음을 덜어내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했다.

의외로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고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며 고민해 왔던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그냥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사는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마도 원래의 나는 이렇게 단순하게 살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에 담아놨던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듯이 단순하게 사는 삶이 그렇게 찾아왔다.


단순하게 살다 보니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전보다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일을 할 때에는 하나하나 계획하고 일을 어떻기 처리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첫 삽을 뜨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훨씬 작업에 속도가 붙고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할 때에도 두려워하는 데에 보냈던 의미 없는 시간들이 줄어들었다.

사랑을 할 때에도 눈치 보지 않고 내 사랑을 온전히 담아 집중할 수 있었다. 타인의 감정에 대해 추리하고 고민했던 시간을 버리고 한 번이라도 더 내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산책이 즐거워졌고, 자기 전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이렇게 즐거운 생활이 언젠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 지금의 시기는 잠깐의 휴식기간처럼 그렇게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더 강해진 미래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들일 것이다.

단순하게 살자. 그 어떤 일도 큰일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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