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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재 Aug 05. 2023

생일, 선물은 있고 축하는 없다.

맨 입으로 축하하는 게 어디있어. 

oo아. 생일 축하해

학창시절, 생일은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게 축하 문자를 받고 그 의외성에 감사하는 날이었다. 

친구의 기억에 남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생일 감성 문자를 찾아본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필요한 건, 진심을 담은 메시지와 핸드폰 번호였다. 


요즘은 축하를 위한 준비물이 너무 많아졌다. 

하루에도 몇 명씩, 카카오톡에 지인의 생일이 뜬다. 얼마전은 초등학교 단짝의 생일이었다. 고등학교까지 간간이 연락을 하다가 대학 이후로 연락이 끊겼던 친구. 문득, 그 아이의 근황이 궁금했다. 아직도 왕십리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 얘 오늘 생일이네?’라는 반가움도 잠시, 바로 옆에 보이는 문구 ‘선물하기’.

‘멘 입으로 축하하기는 좀 성의 없어 보이겠지?’ 

오랜만에 근황도 물어볼 겸 축하를 할 생각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들어갔다. 

[ooo님의 위시리스트. 5만원 상당의 카메라]


‘아.. 선물로 이건 너무 비싸고..’

프랜차이즈 커피 쿠폰을 여러 개 둘러보다가, 많이 받은 선물란에서 마땅한 선물을 뒤적였다. 이건 지금 우리 사이엔 너무 비싼 것 같고, 2만원대.. 이건 너무 싸보이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땅한 선물을 찾는 데 실패하고선 결국 축하를 포기했다. 

‘됐어. 나중에 축하하지 뭐.‘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 생긴 이후로, 축하하는데 비용이 필요해졌다. 

축하의 마음보다, 마음을 담은 메시지보다 적당한 가격대의 선물을 주는 데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나의 재수를 응원해준 친구, 진로를 같이 고민해준 은사님, 밤새 축제를 함께 즐긴 대학 선배를 더 이상 축하하지 않게 된다. 


카카오톡 축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축하해주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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