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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Nov 04. 2021

남편의 수술, 병가 그리고 보험

웃어야 해, 울어야 해


남편은 졸지에 갑상선암 환자가 됐다.

정확히는 갑상선 유두암 grade5였고,

좌우 양쪽에 조금씩 덩어리가 있어 갑상선 전절제를 하기로 했다.


1.2cm, 0.7cm로 큰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경험 많은 의사가 떼자고 하니 떼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

(물론 갑상선암의 수술 여부에 대해선 아직 논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진단을 받고 나면 암환자 등록을 해줘

건강보험에서 대부분의 병원비를 지원해준다.

자부담이 5%이니 정말 우리나라 건강보험 만세다.


보통 갑상선암은 수술하고 1,2주 후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수술 열흘쯤 후에 외래를 가서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를 진행할지 논의를 한다.


이때 어떻게 결정이 날지 모르고,

남편 회사에서 이전에 수술을 받았던 분들이

한 달에서 세 달까지 병가를 받아 썼다고 해

남편도 한 달 병가를 신청했다.


혼자 보는 육아에 지친 나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

물론 남편은 환자지만

내가 아는 선에선 갑상선암 수술은 회복이 빠르니,

회사를 가지 않는 동안 함께 육아를 할 수 있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요즘 들어 힘세고 강해지는 7개월 아기를 혼자 감당하느라 죽을 맛이었는데,

비록 수술받고 온 환자일지언정

손이 하나 늘어나니

내가 맘 편히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수 있겠다는

그런 '내 중심'의 사고가 생겨났다.

미안- 뼛속까지 이기적인 마누라라.


그런데 남편에게 더 미안하고

나라는 존재가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던 건,

남편의 암 진단 보험금 얘기를 듣고 나서

나도 모르게 들었던 생각 때문이었다.


요즘엔 갑상선암 진단이 너무 흔해져

갑상선은 암진단비를 주지 않는 보험이 많지만,

남편은 아주 어릴 때 시어머니가

들어놓은 보험이라 갑상선암도 진단비를 줬다.


꽤 큰 금액이었다.


작년에 영끌해 집 사느라

이리저리 대출해놓은 게 너무 많은 데다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오면서 휴직급여만 받다 보니

이자 내는 것도 버겁고 취득세도 카드 할부로 걸어놨었는데

그걸 꽤 상환할 수 있을만한 돈이었다.


남편은 웃으면서

'이게 몸테크인가 봐, 생각도 안 했는데 보험 들어준 엄마한테 너무 감사하네'

라는 말을 했다.


나 역시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은 보험비를 내는 시부모님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던  나 자신이 참 모순된다 느꼈다.


남편이 아파서 받은 돈을

좋다고 티 내기도 애매해서,

웃으며 말하는 남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술은 걱정되지만
 병가 받은 건 좋아,
보험료는 이해가 안 되지만
보험금 받은 건 다행이야-


이런 모순덩어리 감정이 계속 오가던 중에

남편은 3박 4일 입원해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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