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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Jan 08. 2024

필라테스 중단 한 달째, 엄마의 무릎은 더 망가졌다

한 달 만에 재개한 엄마와의 듀엣레슨

엄마와 다시 필라테스 듀엣레슨을 시작했다.

작년 11월 즈음, 새 회사(병원)에 출근하게 된 친정엄마는 오후 2시까지 출근하고 밤 10시에 퇴근하는 '이브닝' 전담 간호사로 지원했기에 저녁 필라테스가 불가능했다.

엄마가 운동을 못하게 되자, 듀엣레슨의 남은 횟수는 개인레슨으로 변경해
12월 말까지 나 혼자 고독한 수업을 이어갔다.


엄마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강사님도 기본기 위주의 세심하고 천천히 나가는 진도를 유지해 주셨는데,

엄마가 없으니 이때다(?)싶으셨는지 온갖 고난도 동작을 다 시켜주셔서 오래간만에 제대로 필라테스하는 느낌을 받았던 한 달이었다.

내가 점점 필라테스 개인레슨을 하며 조져지는 근육에 희열을 느끼는 동안, 엄마는 새로 출근하게 된 병원에서 무릎이며 골반이며 온갖 관절이 망가져버렸다.

새로 오픈하는 병동인 데다가 사람도 별로 없어 간호팀장부터 60대인 우리 엄마, 그리고 다른 간호사 셋이 병동 전체의 청소부터 온갖 세팅을 다시 해야 했고, 매일같이 계단을 수십 번 오르내리며 다른 병동과 교류해야 했다.


건물 특성상 엘리베이터가 느려서인지 하루에 10개 층정도를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가뜩이나 안 좋았던 엄마의 무릎은 완전히 힘이 빠져버렸다.

작년 12월 중순,

베트남에서도 계속 허리,다리가 아팠던 친정엄마

온 가족이 함께 갔던 베트남에서 엄마는 유독 힘들어했다.
걷는 것도, 앉는 것도 아파했지만 엄마의 자존심상 한 달 만에 사직하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어했는데, 내가 열심히 꼬드겨 엄마는 새로 들어간 병원을 그만두고, 다시 (조금 편한) 우리 집 근처 2차 병원으로 재입사하게 됐다.


엄마를 꼬드긴 가장 주된 아이템은 필라테스였다.

이전 두 달 동안 엄마가 운동을 하면서 너무 만족해했기에,
이제 골병들면서 일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편한 일 하면서 건강관리에 집중하자고 꼬셨다.

요즘 노년 건강 키워드로 핫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가 60대에 필라테스를 추천한다는 클립영상도 얘기해 줬다.

지금 무리했다가 60대 중반 이후에 무릎 수술하고 병원 투어 다니며 살지 말고, 지금부터 필라테스로 자세교정하고 근육 만들어서 70대에 건강한 할머니가 되자고 수차례 얘기했더니, 엄마는 넘어왔다.




새해가 되고, 1월의 첫 주 금요일,

엄마는 오랜만에 다시 필라테스를 했다.
까먹었을 거라며 우는소리를 하고 갔지만, 엄마의 몸은 강사님의 이야기를 곧잘 흡수했고, 척추의 움직임이나 다리의 운동성도

나쁘지 않았다.

엄마도 '이상하게 일할 땐 아팠는데 운동하니 안 아프네요'라는 말을 하며 강사님을 기쁘게 했다.


엄마와 오랜만에 수업을 들은 나는
이전 레슨보다 훨씬 약해진 레슨 강도에 잠이 솔솔 와 오히려 더 애를 먹었다.


운동의 자극도 나 혼자 할 때보다는 덜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제가 요즘 환자들한테 필라테스 홍보하고 다녀요'라는 엄마의 멘트를 들으니 돈 들여 엄마 운동 시킨 보람이 있었다.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엄마 혼자 개인레슨을 받게끔 하려고 한다.


결코 내가 레슨 가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라(뜨끔), 개인레슨이 얼마나 몸에 자극을 주는지 12월 한 달 동안 내가 느껴봤기에 엄마도 몇 차례 개인레슨을 받고 나면 아마 더 필라테스의 참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한번 중단했다 다시 하니 더더욱 그 맛이 크게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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