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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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분석에서도 동일한 집계구 단위를 사용합니다.
위의 지도는 집계구별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활인구가 변화하는 패턴을 확인한 결과입니다. (내국인, 외국인 포함)
새벽 시간까지 집계구 당 수천 명의 인구가 분포하다, 아침이 되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낮 시간에 다시 증가하다 저녁시간에 급증하였습니다.
특히 18시-24시 시간대에 이태원 역의 남서쪽에 위치한 D집계구에서는 6시간 동안 99,088명의 인구가 모인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이태원을 방문하기 위해 이태원역으로 도착하거나, 귀가를 위해 이태원역에서 출발하는 인원이 저녁에 지하철과 버스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18시-24시 시간대에 사고 발생 골목을 포함하는 B집계구에서는 6시간동안 93,675명의 생활인구가 집계되었습니다.
위의 지도는 사고 발생 시간을 포함한 18시-24시의 생활인구를 1시간 단위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입니다.
전반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B집계구와 이태원역 남측의 D집계구가 많은 유동인구를 보였습니다.
야간 생활인구 중 최고치는 22시의 D집계구로, 당시 29,116㎡의 면적에 19,828명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B집계구 또한 157,037㎡의 면적에 17,459명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이후의 시간인 23시에는 귀가하는 인원이 늘어나 B집계구와 D집계구의 인원이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A집계구는 인원이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행정동 단위로 제공되는 서울생활인구의 관내이동 및 관외이동 데이터를 구득하여 분석하였습니다.
관내이동 데이터는 해당 행정동 밖의 서울 지역에서 해당 행정동으로 방문한 사람이 집계되며, 관외이동 데이터는 시간대 별로 서울 생활인구 중 서울 외의 지역에서 서울로 방문한 사람이 집계됩니다.
위의 지도는 사고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경, 이태원 1동에 있었던 사람들 중 이태원1동이 자택이 아닌 사람들의 수 및 출신 지역을 보여줍니다.
이때 출신 지역은 전월 기준으로 00시-06시 사이에 연속해서 4시간 이상 체류한 날 수가 14일 이상인 행정동으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변경신청을 별도로 해야 변경이 가능한 주민등록 주소보다도 더욱 정확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좌측의 지도는 한국인의 관내·외 이동을, 우측의 지도는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내·외 이동을 보여줍니다.
먼저 한국인의 관내이동을 살펴보면 그 결과 용산구(자택이 이태원 1동 관내인 자는 제외)가 4,617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악구(1,920명), 마포구(1,538명), 동대문구(1,453명), 성북구(1,287명) 순서로 많았습니다. 반면, 도봉구는 294명, 금천구는 373명, 양천구는 405명인 것으로 나타나, 비교적 이 지역으로부터 이태원 1동을 방문한 사람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인의 관외 이동을 살펴보면, 충남(1,043명), 경기 부천시 (803명), 충북 (783명), 강원(733명), 경기 남양주시 (720명), 경기 화성시(718명), 경기 평택시 (509명) 순으로 많았습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출신은 한 명도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장기 체류 외국인의 관내이동을 살펴보면 용산구가 776명, 동대문구가 446명, 마포구가 320명, 서대문구가 313명 순으로 나타났고, 양천구(16명), 도봉구와 은평구(28명), 중랑구(37명), 강동구(38명), 구로구(40명) 출신은 적었습니다.
한편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외이동의 경우 충남(131명), 경기 화성시 (131명), 경기 포천시 (107명), 경기 평택시 (105명), 충북(102명) 순이었으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출신은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통신 3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1동·2동의 기지국에 접속한 이들은 총 124,350명에 육박했으며, 통신사별로 살펴보면 SK 52,474명, KT 43,751명, LG 28,12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알뜰폰 사용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약 13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1동과 2동에 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 분석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다 조사범위를 좁혀, 이태원역 인근 특정 집계구만을 대상으로 (이태원1·2동의 25.7%, 이태원1동의 65.2% 면적을 차지) 기지국 접속인원을 추계했습니다. 그 결과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고 당시 연구 대상 집계구에 몰려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태원1·2동 전체에는 13만명의 인구가, 연구 대상 집계구에는 61,734명의 인구가 집계되었다는 것은, 이태원동 집계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이태원동의 25.7%의 면적에 해당하는 공간에 모였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이태원동 안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지점 인근에서 비교적 더 밀집도가 높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이태원동 전체적으로는 1㎡당 0.09명, 연구지역 집계구에서는 1㎡당 0.16명이 모여있었음을 뜻합니다. 이 지역은 골목이 좁고 경사가 다소 있다는 물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실제 체감되는 밀집도는 이보다 더욱 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고 당시 위의 그림과 같이 해밀톤 호텔 뒤편 좁고 폐쇄적인 내리막길 골목에서 사상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는데, 18.24㎡의 면적에 300명 이상이 몰렸던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문화일보a, 2022).
이는 1㎡의 면적 내에 16.44명이라는 초고밀도의 상황으로서, 누군가가 넘어진 지점 위에 또 다른 사람이 넘어지는 것이 반복되어 6~7겹씩 뒤엉켜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인 최대 6명 정도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에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 출구로 나와 위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는 상황이었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던 것이지요.
이태원동, 이태원역 인근의 연구집계구, 사고지점의 밀집 정도를 도식화하면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중밀집도는 1㎡당 몇 명의 사람이 모여있는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1㎡당 5명 이상이 모이면 군중밀집도의 임계치에 다다르게 됩니다.
집단 충돌(crowd crush)에 휘말린 사람들은 유체처럼 행동하게 되며 스스로의 움직임을 통제하거나 주위 사람들을 도울 수 없게 됩니다.
Pearl(2015)은 1㎡당 7명의 사람들이 모이면 그 힘은 치명적인 수준이 되어, 군중은 유동적인 덩어리가 되고 사람들은 신발 밖으로 들어올려지거나 옷이 찢어질 수도 있으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압박되어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정도에 해당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실제로 금번 사고에서 사망자 대부분의 사인은 질식에 의한 심정지로, 구조인력이 도착했을 때 이미 상당수가 질식으로 뇌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또한 넘어진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넘어진 이들을 들어올려서 머리 위로 전달해야만 군중 밖으로 빼낼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압사 사고 발생 당시에 넘어져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있던 상황이어서, 이들을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이태원 사고 당일, 사고 발생 지점에는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군중밀집 임계점을 훨씬 넘어선 초고밀도의 인원이 모여있었으며 이로 인해 압사사고가 발생해 수 많은 인원의 사상자를 낳았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태원의 할로윈이라는 공간과 시간이 가지는 특성, 그리고 본 시리즈의 결론 및 요약을 담은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