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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Feb 22. 2024

주장보다 증명

세상에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멋진 미래를 그려 보이는 사람들이 진짜로 많다.

새로운 기술로 열리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전망은 마치 팬데믹만큼이나 빠르게 세계로 전파되고, 자본시장에선 그런 전망을 근거로 막대한 돈이 오고 간다.


요즘 가장 각광받는 기술 관련 테마는 아마도 AI(인공지능) 기술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대화형 챗봇이 보여주는 매끄러운 답변 수준을 보고 놀랐다면, 지금은 AI 기술로 만들어진 동영상들을 보며 또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한다. 

계속되는 새로운 기술적 진보로 AI기술은 앞으로도 아마 상당 기간 그 기대가 높아져 갈 것만 같다.


그런데 우리가 시선을 조금만 과거로 돌려본다면 미래 기술로 회자되는 다른 기술들도 정말 많이 있었다.

과거라고 해야 뭐 10년씩이나 뒤돌아 볼 것도 아니고, 3~5년 정도만 되짚어봐도 여러 가지 기술 테마가 세상을 휩쓸었다.


"이제는 클라우드 시대입니다."

"빅데이터를 아는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꿉니다."

"NFT가 대체불가한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미래입니다."

"5년 내 전기자동차가 모든 내연기관을 대체할 겁니다."

"완전자율주행은 이미 현실입니다."

"AR/ VR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5G가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겁니다." 등등...


얼마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기대받던 미래 기술들이 지금 얼마나 사람들의 생활에 자리 잡았는가 하면 호들갑스러웠던 자본시장의 반응에 비해서는 조금 미진한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기술적 우수성과 사회에서 수용되는 정도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그 결과로 기술이 산업을 뒤흔드는 혁신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점은 또 그다음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적 혹은 투기적 관점의 기회를 우선시하는 특성을 가진 자본시장은 실제의 결과를 눈에 보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의 성공사례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다른 여러 사례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되는 게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장 메커니즘 속에는 실제로 미래를 준비할 열정과 능력은 없이 단기적 이익을 위해 치고 빠지는 사기적 인물과 기업들도 존재한다는 게 문제이다.

이런 기업들은 수시로 사명을 바꾸거나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하면서 사업 성과보다는 미래 전망에 편승하려 한다.


반면 역사적으로 산업의 혁신 과정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기술적 선구자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성공은 미래를 팔아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말이 앞서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에 그들의 성취를 증명함으로써, 그들의 꿈이 모두의 미래가 되도록 만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 자동차 대량생산 방식을 만들어 낸 헨리 포드, 가깝게는 스마트폰 혁명을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 등이 그랬다.


미래를 정확히 예상하고 전망을 잘해서 평가받는 게 아니라, 꿈꾸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서 현재의 세상에 보여 준 사람들인 것이다.


물론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꿈을 이뤄가기 위한 재원을 얻기 위해서는 모험적 자본이란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례를 통해 진짜 의지와 실력보다는 욕심을 숨긴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다 보니 아쉬운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의 예가 아니라 특정한 회사 조직 내에서조차 유행처럼 조직 이름을 바꿔가며 열심히 새로운 광 팔거리를 찾아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로 증명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환상을 내세워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니까 이제는 정상적인 노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씨가 마르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리샴의 법칙처럼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들이 설 자리를 앗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꼭 관심 갖고 기억했으면 한다. 

누군가 어떤 주장을 내세울 때는 그 결과가 어떻게 증명되는지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런 정도의 관심은 있어야 속고 살고 억울하게 사는 일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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