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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Apr 29. 2024

먼저 하기 힘든 일

누군가는 용서하고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Forgive and forget”


다른 누군가는 용서를 하더라도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Forgive but never forget”


두 가지 말 중에 뭐가 더 옳은 말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먼저 강조하는 건 용서하라는 것이다.

그다음에 잊으라는 경우와 잊지 말라는 경우가 나뉘지만, 일단 공통적인 부분은 먼저 용서하라는 것이다.


흔히들 용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위라고 한다.

용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하는 것이기에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 복수가 아닌 용서를 선택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는 많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물론 용서에 대한 이야기도 숱한 영화의 소재가 되었지만, 그런 영화를 보고 고구마 백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죗값을 받지 않고 심지어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를 용서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너그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용서는 전제를 달지 않고 용서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베푸는 일방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망각은 피해자 스스로 온전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픈 기억과 상처를 들쑤시는 일들이 가해자이든 누군가에 의해 반복된다면 기억은 다시 되살아나 용서했던 스스로를 비참해 보이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피해자가 주는 것이지만 피해자가 잊을 수 있도록 돕는 건 다른 사람들의 배려도 필요한 것 같다.

재밌게도 for(give), for(get)이라는 단어는 이미 피해자의 관점에서 두 단어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피해자가 잊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우선 용서부터 하기를 권하는 걸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적어도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는 세상에 명백히 알려진 후라야 피해자가 가지는 용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가해자가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 속에선, 먼저 용서하는 것도 먼저 잊는 것도 내게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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