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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Jan 08. 2024

버디를 찾습니다_part.1

프리다이빙 체험기-

MBTI에서는 늘 E가 나오지만 이상하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면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어떻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 오픈채팅방에서 꽤 오랜 시간을 눈팅을 하고 지내며 어떻게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왜 이야기를 꺼낼 용기도 없는지에 대해 슬슬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을 때였다. AIDA 1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20-30대 여자 버디를 구한다고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 기회다!라는 생각에 급하게 답장을 했다. “저요!!!!!”

서울권에 풀장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어떻게 예약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물어볼 곳도 없던 나에게 망고님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것들을 빌려야 하는지도 몰랐다. 만날 약속을 잡고 나니 이렇게 쉽게 될 일을 너무 겁먹었구나 싶었다. 오픈채팅으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었고 특히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만남은 더욱더 없었기에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감과 설렘이 커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퇴근하고 올림픽 잠수 풀장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험난했다. 퇴근 시간대에 서울권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일단은 고통이지만, 원했던 상황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차는 막히기 시작했고 이 정신없는 와중에 내비게이션도 잘못 찍었다는 것을 한참이나 지나서 알게 되었다. '가지 말라는 신호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며 점점 마음이 급해지고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저, 꽤 늦을 것 같아요.” 버디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보니 꼭 다 같이 모여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나 포함 3명인지라 2분 먼저 들어가고 나는 나중에 합류해도 괜찮다고 해서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망고님이 올림픽 잠수 풀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다고 인터넷을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보고 오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이기에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방법까지 봐야 할까 생각이 들면서도 왜 출발 전에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후회하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틀었다. 


7시 30분, 풀장이 끝나는 시간인 9시까지 남은 시간 1시간 30분을 남겨두고 겨우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찾아본 입장방법은 엄청 복잡했다. 세상에… 카페가 있는 쪽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기계에서 입장권을 뽑은 후 남자 탈의실 방향으로 들어가서 잠수 풀장으로 들어가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빠져나와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고 준비물을 챙겨 차 밖으로 나왔다. 입장방법을 확인한 게 무색하게 들어가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밀어도 입장하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을까 식은땀이 줄줄 나는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고 생각하자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남자 탈의실 입구에 있는 개찰구를 힘겹게 뛰어넘어 들어갔다. 쭉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다이빙 안내데스크를 만날 수 있는데 거기서 예약 확인을 한 후 키를 교환하여 다시 왔던 길을 돌아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면 되는 거였다. 키를 받아 돌아 나오는데 사람들이 바코드를 찍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내가 들고 있는 입장권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바코드가 있구나…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찌어찌 여자 탈의실로 들어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입구라고 적혀 있는 방향으로 나갔다. 근데 입구 밖으로 나오니 아까 본 잠수 풀장과 커다란 수영장이 아니라 더 작은 사이즈의 수영장이 있었다. 계속되는 험난함에 지쳐 조심스럽게 발을 떼며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았다. “혹시 잠수 풀장은 어디로 가야 되나요?”라고 묻는 나에게 그분은 동그랗게 놀란 눈과 함께 뒤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대략 열 발자국만 더 가면 잠수 풀장과 연결된 통로가 나오더라 하하하하. 발걸음을 재촉했다. 

통로 사이로 보이는 잠수 풀장과 그 속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수업을 받았던 곳들과 달리 이곳은 커다란 공간을 밝은 조명과 함께 북적북적 사람들의 소리로 꽉 채워져 있었다. 왼쪽으로는 프리 또는 스쿠버를 하는 사람들, 오른쪽으로는 수영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앞쪽에는 헬스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반짝거리는 이 공간이 너무나도 맘에 들어 순간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겪은 모험이 싹 사라지며 마치 놀이동산에 도착한 듯한 흥분을 가져왔다.   


그곳에서 드디어 망고님과 라봉님을 만났다. 망고님은 나와 같은 AIDA 1 자격증이었고, 라봉님은 AIDA 3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 없이 연습을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인지라 연습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망고님께 어떻게 연습이 진행되는지에 대해 여쭤보았다. 망고님은 오늘 어떤 부분을 연습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셨다. 글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번 1대 1 수업을 통해 배우기는 했지만 어떤 부분을 연습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뭐든지 좋아요.”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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