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녹취를 풀면서 ‘그냥, 약간, 되게, 진짜, 재미’ 이 다섯 단어가 없었으면 우린 어쩔 뻔했는가. 부풀어 넘치는 감정들을 이유 없이 다 포용해주는 ‘그냥’이라는 말에, 뭔가 이상하고 야릇하며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은 ‘약간’에 담고, 양심과 지갑과 왼쪽 손모가지를 걸 만큼 ‘진짜’로, 다정하고 뭉클한 ‘재미’가 범벅된 이유리 유니버스-
판타지가 이렇게 일상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도 되나 싶지만, ‘그게 뭐 어때서?’라고 어깨를 휙 두르는 작가에게, 그깟 것들 아무 일 아닌 듯 손톱 깎고 양치하듯 대하는 인물들에게, 어느새 이 이상한 세계관에 젖어 한껏 즐기고 있는 나에게 당황하는, 본격 당황 유발 판타지 ‘생활밀착형 SF’ 소설을 만났다.
1.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진_ (진짜 12번, 되게 7번, 재미 8번)
진짜 많이 놀랐습니다. 진짜 진짜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 편 한 편 다 버릴 것이 없이 모든 편이 재미있었고, 첫 편 ‘빨간 열매’부터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게 뭐야?!’ 이러면서 읽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판타지들인데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주인공들도 원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그냥 받아들이고, 작가도 놀라운 얘기가 아니라 평범하게 ‘내가 어쩌다 이런 일이 있었어’ 하며 무심하게 얘기하는 느낌이라 ‘그럴 법한데, 아닌 것 같은’ 특유의 세계관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은_ (진짜 7번, 뭐지 11번, 약간 10번, 기타 그냥 정말 너무)
진짜 처음에 봤을 때 이런 책인 줄 몰랐어요.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봤는데, 읽다가 ‘뭐지 이건? 판타지 소설인가?’ 새롭고 신기하고 이상한 요소들에 빨려 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부터 완전히 몰입해서 ‘너 지금 나한테 말을 걸고 있니’ ‘내가 못 듣는 거니’ 이러면서 좀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달까요.. 진짜 재밌게 봤어요.
옥_ 사실 요즘 너무 바빠서 이 책은 포기할까 했는데, 다른 분들 설레발에 혹해서 봤어요. 일단 그 상상력 너무 좋고, ‘뭐지 뭐지’ 하게 만드는 포인트와 작가의 가치관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게 좋았어요. ‘이것이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감각이다. 요즘 애들의 감성은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하면서도 팡팡 튀는구나. 이런 사람이 시나리오를 써야지.’ 지금 다들 말도 안 되는 드라마들이… 늙은 사람들이 빠져야 된다, 죄송합니다.
정_재밌게 읽었어. 사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윤고은이 개척해 놓은 장르라고 생각해. ‘생활밀착형SF(정이 만든 표현이지만 찰떡!)’ 나는 윤고은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데(재치 있고 상상력이 가미된 스타일) 이제 이유리인가 싶어. 이유리는 윤고은보다 한 단계 더 SF쪽 느낌. 이번에 부커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저주 토끼’도 이런 장르와 비슷한데 좀 더 불길하고 호러가 포함된 작품. 이 ‘브로콜리 펀치’는 몰랐던 작품과 작가인데, 읽어봤더니 ‘오 발군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
포_ 잘 읽었어. <우리가 빛의 속도록 갈 수 있다면>처럼 SF 장르긴 한데 이 사람은 망상이 좀 더 들어있는 느낌. ‘빨간 열매’에서 화분이 아니라 개였다면 남녀가 개로 인해서 인연이 되었겠지. ‘치즈 달과 비스코티’는 <달까지 가자>가 떠올랐어. 나는 안 하는데 어떤 놈이 주식해서 달에 가는 걸 보고 있는 얘기… 독특한 소재로 쉽게 쭉쭉쭉 설명하는 게 너무 좋더라고. 글의 연결과 자연스러운 문장력, 세심함이 느껴져서 좋았어. 단어 선택이나 표현의 방법, 딱 적절한 얘기에 감성을 더하고.. 이런 걸 진짜 잘 쓰는 거 같아.
(포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좋다는 얘기)
2. 가장 와닿았던, 좋았던 편과 가장 이상했던 편이 있나요?
윤_가장 좋았던 편은 ‘왜가리 클럽’이었고요. 제일 좀 그러니까.. 진짜 이상했던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마음을 정할 수 없었던 게 ‘치즈 달과 비스코티’였어요. ‘왜가리 클럽’은 가장 일상에 닿아 있는 느낌인데, 마지막 장면에 보지 않아도 뒤에서 누가 오고 있다는 그 든든함이 좋았어요.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 살다 보면 꼭 그런 일이... 온 마음을 다 쏟아도 안 되는 일이 있기는 있더라고요… 이상하고 다정한 얼굴들이 내 뒤로 걸어오고 있었고’라는 문장들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치즈 달과 비스코티’에서는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마지막에 친구가 달에 가는 건 그럴 수 있는데 스캇은 왜 말을 안 하는 건지.. 주인공이 정신을 차린 건지, 증상이 악화된 건지… 여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하지… 그랬답니다.
정_‘치즈 달과 비스코티’에서 자기는 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남자의 이야기는 믿지 않았잖아. 걔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데 걔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거를 알게 되고, 돌(스캇)의 말을 못 알아듣게 된 거지. 메리 포핀스를 보면 꼬마들이 새나 동물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날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른 동식물들 말을 못 듣거든, 그런 느낌으로 간 것 같아. 그래서 자기는 돌지 않았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사실은 자기가 돌았다는 것을 깨닫는, 정상으로 들어온 그 순간이 아닐까. 나도 치즈 달과 비스코티는 재미없었어.
나는 ‘둥둥’이 정말 좋았어. 아이돌을 위해 커리어에 마약까지 넣었던 애가 바다에 떠내려가다가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도 다시 그 남자를 처음 만나던 순간을 선택하는 이야기잖아. 진짜 대박이다. 이 생각을 했어.
은_저도 왜가리 클럽을 제일 좋아했어요. 왜가리를 지켜보는 이유에 대해 하는 말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좋았고요. 이상했던 거는 아무래도 처음 접한 ‘빨간 열매’ 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제일 이상하고 강렬했어요. 판타지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거든요. ‘뭐지 상상인 건가, 아빠가 돌아가신 건가, 안 돌아가신 건가’ 그런데, 이 이상함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술술 넘어가졌어요. 둥둥도 살짝 이상했어요. 분명히 덕질하는 얘기였는데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솔직히 다 이상하기는 했어요.
진_저는 거의 재밌게 읽었는데 좀 의아했던 편은 <평평한 세계>에요. 다 읽고 나서 되게 막막한 기분이 들었어요. 두 사람은 저렇게 누워서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힘도 없어서 집 문도 못 열 것 같은데.. 문이 확 닫혀버렸잖아요. 저 안에서 둘이.. 해방이 된 건지, 아니면 있는 없는 듯 사라지는 건지.. 어떻게 되는 걸까. 막막한 기분이 들어서 좀 그랬어요.
둥둥은 덕질하는 주인공이잖아요. 정말 너무 100% 정말 몰입하고, 감정 이입이 되었어요. 작품에 표현된 덕질하는 그 모든 모습들이 ‘정말 이 사람 제대로 알고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더라고요. 마지막에 다시 그 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진짜 ‘찐’이다. 찐 사랑이다. 이렇게 느껴졌어요.
마지막 이야기인 ‘이구아나와 나’도 재미있었어요. 이구아나가 떠나면서 주인공이 느꼈던 마음에 좀 더 공감되었고요. 이구아나를 정말 좀 키워보고 싶다, 파충류를 한번 키워볼까 생각도 잠깐 했어요.
포_제일 이상했던 거는 ‘치즈 달과 비스코티’. 걔가 믿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이루는 걸 보면서 내가 믿고 있던 게 깨지는 걸 본 것. 믿는 것에 대한 실현과 실현되지 않음으로 보는 거지. ‘평평한 세계’는 의도를 좀 모르겠어. 외로운 사람끼리 알아봐야 된다 이런 거야? 아니면 그런 건 잘 파악이 안 되더라도 용서해야 된다인가…
정_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 아니야?
윤_말 그대로 이제 폭력의 세계를 벗어났잖아요. 폭력의 세계에서 탈출했다, 해방됐다는 느낌이고, 더 이상 아프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다음 세계에 대한 계획이 없어서 어떤 막막함이 있긴 해요. 어쨌든 문이 딱 닫히면서 그 세계와는 단절된 안도감이 들었어요.
진_저는 문이 닫혀서 그 난장판이 된 공간에 둘이 더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냥 빠져나가서 밖으로 나가버렸으면 그냥 비가 쏟아지는 저 밖으로 나가버렸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면서 그 두 사람의 선택 선택에 대해서 그렇더라고요
은_저도 밖에 비가 오고 이제 막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대기하다가 문이 딱 닫히면서 ‘일단 세이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옥_나는 그들이 이겨낸 게 아니라, 폭력을 가한 사람들이 그냥 간 걸로 보여요. 극복했다기보다 상황이 그냥 지나간 거지. 그게 지금 세대의 감성인 것 같아. 우리 시각으로 볼 때는 뭐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사건은 일어난 거죠. 뭔가를 극복했다.. 그런 식의 방향성이 아니라서 좋았어요.
정_그들은 죽은 거 아닌가.
윤_저도 죽었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죽어서 다행인 건가. 죽은 거랑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거랑 이 주인공한테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게 더 중요한 거지. 그게 해방인 거지. 어쨌든 더 이상 아프지 않겠구나에 방점을 찍는 느낌이었어요.
3. 얼마 전 조현철 배우가 백상 예술대상 수상 소감에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우리의 인연이나 관계가 <빨간 열매>처럼 된다면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정_ 예를 들어 주변 인물이 아버지 화분 같아진다면, 오래 함께해 온 반려 동물이 식물이 된다면 좀 덜 슬플까요? 아니면 나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가족이나 지인이 식물이 되었다면, 폭력 남편이 화분이 되었다면, 그 화분을 막대할까요?
정_갖다 버려야지 뭘 막대해
포_갖다 버려야 된다.
옥_아니 괴롭히는 거지. 가지를 가지를 똑똑 부러뜨리면서. 나한테 이랬지 막 이러면서
윤_그러면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거잖아요?
진_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사물이 되면 그건 내 의지로 선택해서 버릴 수도 있고 계속 취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힘들게 했던 사람이면 굳이 옆에다 두고 미워하고 계속 괴롭히는 것도 또 그것대로 스트레스일 것 같아서, 그런 선택을 할까 싶습니다.
요새 반려동물도 반려동물 화장하고 나면, 그 뼈를 스톤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예전부터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묻거나 화장하는 게 아니라 유골함 채로 집에 두면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마도 저는 실존하는 물질로 뭔가를 간직하고, 기념하기 위해 물건을 소장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가 싶기도 해요. 한편으로 집착인가 생각도 했습니다.
은_저도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저는 좋아할 것 같아요. 만약에 부모님이 그렇게 됐는데 화분으로라도 나한테 말을 걸어주고 대화가 된다면 화분으로 돌아올 걸 알고 있다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크게 울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어차피 돌아올 걸 아니까 오히려 엄마의 그 죽음이 크게 와닿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렇지만 이게 나한테는 좋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누군가의 의지로만 있어야 돼서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어요..
4. 정이 이 소설을 ‘생활 밀착형 SF’라고 명명했는데, 자신의 삶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 수 있다면?
윤_저는 한때 시트콤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심각한 상황도 아주 슬프지는 않게 오히려 슬쩍 웃고 넘어갈 수 있게요. 그런데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칼럼을 보고, 호프 펑크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어요. 게임에서 시작된 용어인데 비관과 불신의 세계를 냉소와 폭력으로 맞서기보다는 ‘무언가 희망을 가지고 친절과 부드러움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장르라고 하네요. 제가 한때 악의 마음을 읽어보려 했던 사람으로서의 결론은 '악에 대한 집요한 탐구보다는 매 순간 선한 의지로 채워나가는 게 더 낫다’였거든요. 세상 그지 같은 순간들도 많지만, 끈질긴 낙관과 부드러움으로 어둠에 맞서 싸우는 호프 펑크의 깡다구를 탑재하고 싶습니다.
은_ 저는 인생극장에 보면 가끔 너무 웃긴 사람들이 나와요. 나는 분명 진지한 다큐를 찍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 웃고 있는 느낌. 웃음을 주는 그런 장르면 좋겠어요.
옥_저는 일단 제 삶을 뭘로 만든다면 모두 술이 취한 가운데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윤_‘드렁큰 000’으로 해야겠네. ㅎㅎ
정_저는 코미디였으면 좋겠어요. 코미디가 제일 좋아요. 하지만 저의 기본 인생은 좀 밋밋한 드라마죠. 전 영화’ 이장’ 같은 블랙코미디 좋아합니다.
진_저는 장르라기보다 이머시브(immersive) 뮤지컬 같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들과 모든 관객들이 다 함께 참여해서 만드는 굉장히 신나고 몰입감이 높은 뮤지컬 공연 장르예요. 몰입감이 높고, 농도 짙게... 인생이 뮤지컬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빡 치고 개떡 같은 상황일 때도 그 장면을 노래로 하면 얼마든지 톤을 바꿀 수 있거든요. 별거 아닌 순간이 되게 슬퍼지고, 진짜 열 받는 상황이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모든 게 노래로 하면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상상을 많이 해요.
포_나도 약간 코미디성. '노인네가 이쁜 여자를 꼬셨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남자였다' 이런 유머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나 성장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5. 덕후의 마음 이해할 수 있다? 없다? 나 여기까지 해봤다!
진_너무 이해하죠. 100퍼 이해합니다. 여기까지 해봤다 하는 거 너무 많은데 BTS 보려고 2박 3일 만에 영국 갔다 왔잖아요. 그때 참 진짜 무리해서 간 거긴 해요. 하지만 절대 후회 없이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첫 번째 회사 그만두고 유럽 여행 갔을 때,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본진의 공연이 막 올라갔을 때였거든요. 한국에 돌아오는 날 2번이나 경유하는 일정이어서 오는 시간만 15시간 족히 걸렸는데, 오자마자 바로 공연을 보러 갔어요. 잠도 20시간 가까이 못 잔 상태였는데, 시차 적응이고 뭐고, 엄청 피곤했는데도 너무너무 좋았어요. 찐 행복을 느끼면서 한편 스스로 생각했죠. 정말 너 대단하다, 덕질은 잠을 이기는구나.
은_저는 드라마 덕질을 하거든요. 성격상 아무리 좋아해도 돈은 잘 안 쓰는데 너무 빠져드니까 사람이 돈을 쓰게 되더라고요. 드라마 같은 경우에 잘 되면 팬들이 조공 같은 것도 하고, 블루레이도 만들어요. 근데 어느 순간 제가 카페에 가입해서 블루레이 신청을 하고 있더라고요. <수상한 파트너> 소장했고, 지금 <옷소매 붉은 끝동>을 기다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완전 빠졌어요.
포_덕질의 최고봉은 자기가 그 일을 하는 거잖아. 내가 브라질을 간 게 최고의 덕질이지. 워크숍 하면 태국 가고 일본 가고.. 이런 게 없지.
윤_포의 덕질은 글로벌하지. 효진도 글로벌하고. 일단 덕질 좀 제대로 한다 하면 다 외국 나가는구나
포_외국 정도는 가줘야지. 한국 좁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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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뒤에 실린 해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소설을 읽고 마침내 이곳에 당도한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당신보다 먼저 여기에 와 있던 나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며 물을 것이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답을 하자면, 우리는 썩 괜찮다. 놀란만큼 즐거웠고,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며 친구들의 얼굴을 살피고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것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외에 각 편에서 떠올랐던 질병이나 증상이 있는지, 각자의 손톱 깎는 습관은 어떠한지, 사무실에서 손톱 깎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시시껄렁한 수다들을 이어갔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그려서 공유하기로 했는데, 정은 은색 샘소나이트에 대한 로망을 투영했고, 은은 멋들어진 스케치로 감탄을 샀으며, 옥은 실제로 강가에서 왜가리를 만나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찍어 공유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5월이었다.
2022년 5월 14일(토) 오전 10시 30분 / ZOOM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지음 / 문학과 지성사)
참석자 : 윤, 포, 은, 진, 정, 옥 (총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