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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Jul 23. 2023

오늘은 비행기 미는 날

공항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지상 조업

살면서 직접 비행기를 밀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려가는 비행기 꽁무니를 그네 밀듯이 밀어주었다고 했던 우리 엄마처럼, 드디어 오늘 비행기를 밀어주는 차량에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반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조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라는 지상조업사의 협조로 출발편의 후방견인을 돕는 견인차량에 탑승해 보았다.



머리를 터미널로 향하는 nose-in 주기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은 전부 항공기 머리를 터미널쪽으로 집어넣는 Nose-in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위해서는 터미널쪽에 붙였던 머리를 뒤로 빼고, 동체를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길인 유도로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후진'자체는 이론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후류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서 지상의 비행기는 후진 대신 머리 바퀴 쪽에 토잉카라고 불리는 견인차량을 연결한다. 이 견인차량이 앞으로 전진하면서 항공기 동체를 유도로로 올려놓는 걸 도와준다. 이 걸 후방견인, 또는 Push-back(푸시백)이라고 부르는데, 인천과 김포공항에서는 계류장관제사가 이 후방견인에 대한 허가를 담당한다.


하지만 관제사는 그야말로 후방견인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허가'만 줄 뿐이고, 항공기를 움직이는 인원은 따로 있다. 출발 준비 중인 비행기에 타기 위해 탑승교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창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기내식과 짐을 싣거나, 어떤 선 같은 걸 연결하고 있거나, 비행기를 밀기 위한 견인차량 쪽을 바쁘게 오가는 인원들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그곳에서 안전한 비행기의 출발을 돕는 사람들! 바로 '지상조업 요원'이다.



관제탑 앞에 온 커피조공차와 커피를 받아가는 사람들.


항공기 출발예정시각 약 20분 전에, 견인차량-토우바-비행기 연결 전.



아시아나에어포트에서 안내받은 시각에 맞춰서 출발항공기가 있는 주기장에 도착했다. 오늘 견학을 도화주실 팀장님께 인사드리고 옆에서 준비하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따뜻하게 건네주시는 말씀을 듣고, 진짜 필터 없이 뭐든 여쭤보았다.


내 견학을 도와주신 팀장님은 벌써 경력이 36년이 되었다고 하셨다. 그럼 인천공항 개항 전이네, 하며 김포에서부터 일하신 거냐고 여쭤봤더니 그렇단다. 그리고 덧붙이시기를, “근데 내일모레가 끝이에요.” 하시는데 정말이냐고 여쭤보니 진짜 곧 은퇴를 앞두고 계셨다. 무전 교신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우리 아빠 연배쯤 되어 보이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역시 전부 베테랑이셨네 하며 다시 한번 놀랐다.


비행기를 유도로 쪽으로 밀어놓는 것도 숙련된 스킬이 필요하다. 가끔 조업사에서 견인(토잉) 교육을 한다며 화물계류장 가장 끝단의 주기장 사용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 무거운 비행기에 토우바(bar)를 연결하고 견인차량에 탑승해서 오로지 핸들만으로 방향을 맞춰야 하니, 한 두 번 해봐서는 감이 잘 안 잡힐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견인차량을 운전한 것은 아니고 조수석 쪽에 타서 어떻게 일을 진행하시는지 살펴봤다.





현장은 정말 너무나도 시끄러웠다. 모든 종사자분들이 귀에 주황색 이어 플러그를 꽂고 계실 정도로 그냥 기본 소음이 엄청났다. 비행기가 엔진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도 거의 100db 정도는 족히 될 것 같은 소리가 지속적으로 났는데, 웬만하면 그냥 조용한 관제실과는 천지차이로 소음이 크게 들렸다. 우리 관제사와 교신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전기 소리도 잘 들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제사는 여러 가지 요청이 한꺼번에 와서 뭘 한 번에 듣기가 힘들다면, 지상은 그야말로 소음과 싸우며 교신을 하고 있었다. 교신을 할 때 천천히, 정확하게, 크게 말해야 하는 이유가 더 정확히 와닿았다.


비행기는 거의 출발 준비를 마쳤다. 내가 탄 비행기가 언제쯤 출발할지 알고 싶다면 아래의 몇 가지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면 된다.


1) 승객 탑승교가 전부 이현되었는지

2) 비행기 아래 있는 라바콘이 전부 치워졌는지

3) 토잉카와 항공기 기수가 연결되었는지

4) 안전요원(윙가드)이 기체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는지

5) 화물 싣는 문 등이 전부 닫혀있는지


위에 5번까지 전부 준비가 되었다면 우리 관제사는 출발 항공기에게 후방견인(푸시백) 허가를 줄 수 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후, 우리 견인차량은 POINT 2로 후방견인하는 절차를 허가받았다. 날씨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란색의 유도로 중심선을 식별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일 때에는 말 그대로 '감'으로 비행기를 민다는 팀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됐다.



point 2로의 후방견인을 마치고 출발 준비가 다 된 비행기



출발 위치에 비행기를 옮겨놓고 나면 견인차량은 그 자리를 신속히 이탈해야 한다. 견인차를 타고 항공기가 출발하는 길 옆쪽으로 비켜난 후, 조종사와 교신하는 인터폰맨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모든 인원이 이탈하고 나면 조종사에게 출발 준비가 완료됐다는 사인을 건넨다. 이후에는 비행기에 탄 승객들에게 잘 다녀오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한다. 나도 옆에 따라 서서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모든 후방견인 절차가 끝나면, 또 다른 출발항공기의 후방견인을 위해 곧바로 이동해야 한다.


궂은날에도, 아주 뜨거운 날에도 24시간 인천공항은 운영된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항공기의 출도착을 도우며 일하는 지상조업 요원이 없다면 공항은 돌아갈 수가 없다. 이번 해외여행을 가면서는 창 밖으로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드는 지상조업 요원에게 웃으며 화답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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