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승무원이란 직업은 많은 사람을 접해야 하는, 외향형 성격에 적합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동 승무원으로 6개월째 근무 중인 지금, 승무원은 내향형 인간에게 더 맞춤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첫 번째 이유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통상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 직장인들과 달리, 승무원은 day off 뿐만 아니라 밤비행 전날 혹은 새벽랜딩 당일과 같이 근 하루를 쉴 수 있는 rest 가 있다. 또, 일 년에 30일이 넘는 휴무와 그 휴무에 붙는 추가 dayoff까지. 이 많은 시간을 가족과 친구가 없는 사막 땅에서 홀로 보내야 한다. 이곳에서 사귄 친구와 외출을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도시 인프라가 한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이곳은 외향형인 사람도 자연스레 집콕러로 만들곤 한다. 이 많은 시간들을 홀로, 재밌게, 건강히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일회성 인간관계를 주로 맺는다. 팀비행이 아닌 이 항공사에선 매 비행을 새로운 크루와 함께 해야 한다. 매번 새로운 팀원을 만난다니 얼핏 들으면 엄청난 사교성을 필요로 할 것 같다. 하지만 몇 개월을 겪어본 바, 얄팍한 스몰톡 몇 마디만 할 줄 안다면 내향성 인간에게 찰떡인 업무 구조다. 레이오버 때 뭐 할 거야, 다음 비행 어디야, 다음 달 로스터 어때.. 등등 대답을 전혀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 몇 가지만 입에 장착해 두면 인간관계 걱정 끝이다. 어차피 이 비행이 끝나면 다시 볼 일 없는 크루들이니.
더하여, 낯선 도시를 홀로 돌아다녀야 한다. 물론 함께 비행한 크루와 일정을 맞춰 외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항사를 다니는 분들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처음 본 크루와 함께 외출해서 마음이 맞아 즐겁게 놀 확률은 높지 않다. 예상치 못한 낭패와 시간 낭비를 몇 번 겪어본 후에야 혼자인 게 낫다는 걸 깨닫고 나 또한 최근엔 대부분의 비행을 혼자 외출하는 편이다. 낯선 도시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가끔은 꽤나 외롭게 느껴진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행히 나는 내향형 80%, 외향형 20%의 I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이 낯설지 않아 졌으니, 승무원이란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하루하루 깨닫는 나날들이다.
그래도 시간이라는 약이 있으니 또 다른 6개월이 지난 후 나는 조금 더 혼자인 게 익숙한 프로_승무원이 되어있지 않을까? 더 멋진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