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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포동굴 Nov 18. 2021

내 집 짓기의 꿈-3. 현실적인 문제

금전적인 문제, 해결방법이 더 큰 제약일 수도...?

'내 집 짓기'라는 꿈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집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그저 내 명의의 아파트 한 채를 갖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팅했던 20대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욕구가 중간중간 솟아오르긴 한다. 거주 목적이라기 보단 순수 투자의 관점에서) 그러나 4년 전, 원래 활동하던 #트레바리 독서모임 중 '내 집 짓기'라는 주제 하의 소모임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삶의 지향점이랄까?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하도 책을 안 읽는 것 같길래 내 스스로 책을 읽게끔 하기위해 돈을 내고 들어간 트레바리 독서모임. 거의 서비스 초창기였던 2016년부터 지금까지 멤버 혹은 모임리더 등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은 4개월=1시즌제로 운영되는데, 나는 독서 편식을 하지 않기 위해 매 시즌 다른 주제의 독서모임을 선택하고자 하였다. 그런 기조 하에 18년도 말에 선택했던 '내 집 짓기' 독서모임. '부동산적인 가치를 벗어나 순수하게 내가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기'가 목표라는 클럽 소개글에 이끌렸다. 이 독서모임을 이끄는 리더는 건축가 혹은 업계 종사자는 전혀 아니었지만, 이미 택지까지는 확보해 둔 상황에서 어떤 집을 지을 수 있을 지 집단지성을 활용해보고자 '내 집 짓기'라는 클럽을 직접 개설하였고 약 1년여 기간에 걸쳐 운영해오고 있었다. 본인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있고, 이를 위해 모임을 운영한다는게 참 멋있어 보였는데...



그 리더는 어느새 내 내 남편이 되어있었다. 


▲ 내 결혼식 사진...... 저때의 나는 어디로....


이런 배경하에 만나서 결혼까지 한 부부이다보니 어느새 내 집의 이상은 가족의 색이 묻어나는 주택의 형태로 진화해 있었다. 심즈 같은 게임 속에서만 짓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살 집을 현실 세계에서 건축하는 것이다. 한 가지 걸림돌이었다면 이미 확보되어 있는 택지가 시부모님의 것이라는 점, 그래서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내 집 짓기'의 꿈을 이루려면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


▲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반응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 짓기?


결혼하기 전 부터 알고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시부모님은 10여년 전, 도시에서 아주 떨어져있지는 않지만 전원생활의 즐거움은 누릴 수 있는 수준의 파주의 한 단독주택용지*를 마련해두셨다. 필지***는 약 100평정도로 주차장, 정원 등 비는 공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2인 가구가 살기에는 사이즈가 좀 큰 편. 원래는 시부모님과 남편, 시누이가 함께 살 집을 지으실 생각으로 그 옛날에 구입해두신 것이지만, 당시 도시 생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던 자녀들과 아파트 생활의 편리성에 한 표를 들었던 어머님의 의견에 못이겨 별 진전 없이 부지 상태로 남아있던 상태였다.


* 단독주택용지: 택지개발촉진법」에서 정하는 주택건설용지** 중 하나. 

** 주택건설용지: (1) 단독주택용지 (2) 공동주택용지-아파트를 생각하면 쉽다- (3)근린생활시설용지가 있다.

*** 필지: 토지 등록 및 소유권의 한 단위. 지역마다 단독주택용지용 필지의 사이즈가 다르던데, 도심에 가까울수록 좀 더 작은 단위로 구획되어있고 파주와 같이 근교로 멀어질수록 단위가 100평 등의 단위로 커진다.


그러나 그랬던 아들(은 곧 나의 남편)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시절의 마음을 바꾸어 주택 거주의 로망을 몽글몽글 키워가게 되었고, 딸(은 곧 나의 시누이)은 결혼하여 저 먼 미국 땅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전히 어머님은 아파트의 편리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신 눈치였으나 이 상황에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추가되니(는 곧 나) 다시 한번 주택 짓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이다.


결혼을 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시아버님과 남편이 조심스레 주택용 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혹시 주택에서 거주해볼 생각이 없는지, 양가가 분리된 형태로 제안하시긴 했으나 바로 옆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어떠한지 말이다.  아, 올 것이 왔구나. 몰랐던 이야기도 아니지만 직접 제안을 하시니 그때부터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상상의 굴레가 펼쳐졌다. 내가 꿈꾸어왔던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 시부모님과 함께한다? 참고로 나의 시부모님은 아주 합리적이시고 며느리라는 존재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눈에 보이시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는 아래 두 프로그램/책에서 보여지는 삶이 평행선을 그리며 펼쳐졌다. 


▲ 서울에 우리집이 없어도 행복한 삶 vs 며느라기의 삶...?  





일단 숨을 고르고 생각해본다. 일단 내 집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왜인가?




내 집 짓기가 왜 어려운가


1. 어디에다 지을 지 땅을 물색하는 것 부터가 머리 아프다. 

택지로 개발된 지역은 적당히 도시와 전원 라이프를 섞어 살 수 있어 좋으나 그리 옵션이 많은 편이기도 하거니와 값이 비싸다. 그렇다고 예산에 맞춰 저 산골짜기 임야를 개간(?!)해서 사는 건 내 모던라이프를 포기해야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언제까지 회사 출근을 할 지 모르겠지만) 직업 및 각종 삶을 위한 도심 내 편의시설들과 맞교환 해가면서까지 주택에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글쎄... '내집짓기'의 꿈은 조금씩 멀어저간다. 실제로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 주택으로 이주하신 분들이 그곳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또한 땅을 알아보러 다니는 과정부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원래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작용하는 막막한 마음의 진입장벽도 큰 편.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이야 이미 건설사들이 알아서 개발을 끝마치고 분양 및 청약 등의 과정을 통해 아주 약간의 수고만 하면 어느 동네에 무슨 아파트가 올라가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무리 지방 어딘가의 아파트 단지라도) 완전 시골 땅들에 비해 교통 요건 등도 꽤나 갖추어진 편이고. 그러나 내 집을 짓겠다는 순간 땅 선택에서 부터 동공지진이 찾아온다.


2. 토지 구매비용 포함 건축, 인테리어 비용을 고려하면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

아 물론 요즘 강남이나 마용성의 아파트 값이 (내 기준에 말도 안되게) 천정부지로 올라서... 어느 지역에 집을 짓느냐에 따라 총 비용이 특정 도심지역의 아파트보다 저렴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같은 지역 내에서 아파트vs주택을 비교한다면 주택 건축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 (그래서 보통 주택에 거주하고 싶다면 근교로 빠져나간다. 작년에 꽤 인기가 많았던 '서울에는 우리집이 없다'를 떠올려보자. 서울에서 아파트에 사느니 조금 근교로 나가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거주환경을 찾아간 분들의 이야기다) 보통 아파트 건축비(평당 비싸봤자 400만원 선) 대비 주택의 건축비는 600~1,000만원 수준인게 현실이며, 주택에 살겠다고 결심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의 맞춤 집을 설계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처음 예산 설정할 때 대비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축비와 또 별도로 책정되는 인테리어 요소도 생각해보면 동일한 형태로 몇천가구의 것을 공동구매하는 아파트 대비 단가가 높은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3. 주택을 관리하며 사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다.

이건 주택에서 꽤 오랫동안 산 경험이 있는 어머님께서 특히나 강조하는 부분이셨는데, 주택 관리라는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청소해야할 공간이 늘어난다. 실내 뿐만 아니라 집 외관부, 마당, 주차장, 집 앞 도로까지. 눈이 오거나 하면 지붕까지도 쓸어줘야 한다. 배관, 하수도, 상수도 등도 개개인 집에서 알아서 관리해야하고... 공동주택에 거주할 때보다 많이 부지런해져야 주택이 유지관리가 된다.  또한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이야 에너지 효율성이 워낙 높아졌다고 하지만) 낡고 오래된/ 혹은 잘못 시공된 주택의 경우 단열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많이 들면서 춥게 지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시부모님과 함께 집을 지으면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아닌가... 오히려 더 큰 제약인가?



위의 단점들을 생각했을때 나와 남편의 자본을 모아 집을 짓는 시점은 대략 20년 정도 후 ㅋㅋㅋ....였다. 그때가 되면 체력도 더 떨어질테니 3번의 단점은 더더욱 부각되겠지만. 그런데 시부모님과 함께 집을 짓는다? 게다가 이미 택지가 구해져있고 그 곳이 내가 원래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있지도 않다? 이건 (순전히 '집짓기'만 고려한다면) 프로세스의 50%는 이미 해결된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좀 더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주택에서의 삶을 경험할 수도 있어 (혹시나 나와 주택에서의 삶이 맞지 않다면) 인생 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아파트의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금전적으로도 함께 집을 올리면 부담은 매우 줄어든다. 


모든 것이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다. 시부모님은 매우 좋으신 분들이다. 결혼 준비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큰 트러블도 없었다. 게다가 같은 땅 위에 짓더라도 두 집 공간은 명확히 분리해서 지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시부모님과 아파트 옆 호수에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또다른 자아는 계속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시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서 그렇지 (아무리 두 가구가 분리되어도) 옆에 붙어살게 되면 분명 문제는 발생한다. 그리고 이 동거가족 구성원 중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은 누가 뭐라해도 '며느리' 지위에 있는 나이다. 지금보다 많은 자유가 포기될 수 있다. 내가 외출하고 들어오는 것이 다 보여질 수도 있다. 사생활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나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금전적인 도움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그 금전적인 이득에 눈이 멀어 내 삶을 늪에  빠트릴 수도 있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며 머리 속이 혼돈스러웠다. 어느 선택이 옳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너무나 큰 선물이 내게 찾아와 지렛대의 추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리틀이가 찾아왔다. 우리의 아기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천사가 왔다. 아직 내 뱃 속에 있지만 지금 시부모님,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서 양가의 최대 기쁨인 아기. 임신을 하고 난 이후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일단 내 우선순위가 철저히 가족 위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난 내 아이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보다 이런 저런 변화가 있고 여러 이벤트가 생기기 좋은 주택에서 자라면 좋겠다. 핵가족보다는 여러 어른들과 함께 살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예절도 자연스럽게 깨닫는 아이면 더더욱 좋겠다. 이제 주택을 지었을 때 살게되는 구성원은 시부모님/우리부부 해서 4명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 육아라는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면 또다른 '현실적'인 의미에서 오히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실제로 육아 문제로 시부모님/ 부모님 집 근처로 이사가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지금의 나는 아이의 애착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3세까지 아이를 남에게 맡길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독박 육아를 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 아니, 그건 그냥 옳지 않을 뿐더러 전혀 자신도 없다. 육아는 공동으로, 그리 생각한다면 어른은 많을 수록 좋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그래 시부모님과 함께 살 주택을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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